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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나온 아침우유, 재첩국. 간암, 간경화에 좋다
강에서 나온 아침우유, 재첩국.간암, 간경화에 좋다 ⓒ 송유미
새벽 골목길에 "재첩국 사이소. 재첩국 사이소. 강에서 나온 우유 사이소"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새벽 6시 30분이다. 동절기보다 해가 길어진 터에 새벽 6시에도 환하지만, 초로의 자갈치 아지매가 모두들 잠든 골목길을 다니며 목이 아프게 재첩국 사이소를 외친다.

낙동강은 오염됐다고 하지만, 하류는 그나마 깨끗한 수질이다. 재첩 아지매는 재첩조개가 많이는 안 나와도 그런대로 재첩국 장사를 계속할 만큼 나와서, 집안 식구들이 모두 재첩을 직접 캐고 큰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서 하루를 푹 달여서 아침 마다 손수레에 재첩국을 싣고 나온다고 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추워도, 목 아프게 "재첩국 사이소" 외치는 소리를 잠결에 듣는다. 한 봉지 3천원 하는 낙동강 재첩국을 '강에서 나온 우유'라고 이색적으로 외치는 데 안 사고 배길 수 없다.

재첩국 아지매.
재첩국 아지매. ⓒ 송유미
80년대 초만 해도 낙동강 재첩국 장수 아지매들이 눈에 띨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이제 "재첩국 사이소" 외치는 아지매들은 숫자가 아주 줄어들었다. 한동안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모두들 낙동강이 죽었다고 말하는 탓에 낙동강에서 나온 재첩국을 사려들지도 않았고, 강이 오염되어 재첩이 나오지도 않았다.

다시 돌아온 재첩국을 팔러 나오는 재첩국 아지매들의 인기는 예전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인기가 좋다. 여기저기 입소문으로 알려져서 눈코 뜰 사이 없다는 재첩국 아지매의 말은, 아직 낙동강이 살아 있다는 증언일지도 모르겠다.

경남 하동에 가면 즐비한 재첩국 식당과 재첩국 파는 좌판들이 눈에 띠게 많다. 하동하면 하동재첩국으로 모두 기억한다. 그러나 예전에는 낙동강이 그랬다. 낙동강하면 재첩국이고, 새벽마다 "재첩국 사이소" 외치는 재첩국 아지매가 낙동강의 명물이었다.

이제는 모두가 낙동강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낙동강에서 나온 재첩국은 먹어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낙동강 재첩국 아지매 재첩국을 사먹다보니, 아직 낙동강이 죽지 않은 게 몸으로 느껴진다.

강(江)은 우리의 몸 속을 흐른다

강에서 나온 아침우유.
강에서 나온 아침우유. ⓒ 송유미
재첩국은 간에 좋은 음식이고, 피를 맑게 해주는 부추를 하얀 재첩국에 넣어 먹으면 몸에 더 좋다. 정말 재첩국 한 그릇을 먹은 날 아침은 힘이 나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다. 음식이란 것은 사람의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원이지만, 음식은 정신과 분명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좋은 음식이란 말에 괜히 몸이 가뿐해 진다.

시인 엘리엇은 "그 강의 리듬은 어린아이의 침실에 있었고, 4월의 앞마당 무성한 가죽나무 숲 속에 있었고, 가을 식탁 오른 포도 향기 속에, 겨울 밤 가스등을 둘러싼 저녁 모임 속에도 있었다"고 노래했다.

우리의 강은 그 지역의 젖줄이고, 그 젖줄을 식수로 먹고 사는 내 몸에는 바로 그 강이 흐른다. 아직 낙동강이 살아 있다고 외치는 낙동강 재첩국 아지매의 목이 아프게 외치는 강소리는 새벽 짜증나는 자명종 소리보다 확실하게 즐거운 종소리다.

낙동강아 낙동강아 줄기차게 흘러라
낙동강아 낙동강아 줄기차게 흘러라
무궁화 순결 안고 힘차게 흘러라
낙동강 구비구비 고동치는 맥박에
대웅전의 쇠북소리 물결위에 살아난다.
저 멀리 들리는 해오라기 울음소리
천삼백리 돌아돌아 울려펴진다.
- 김상화의 <낙동강 쇠북소리> 일부


#낙동강#재첩국#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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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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