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iMBC
<커피프린스 1호점>은 사실 크게 기대되는 작품은 아니었다. 윤은혜가 남장을 한다고 하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 이선균이 나온다고 하고, 단막극 <태릉선수촌>으로 깔끔한 연출을 선보인 이윤정 PD가 첫 미니시리즈 연출을 맡았다고 하니, 어디 한 번 봐 볼까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웬걸, 뚜껑을 열어보니 이거 생각보다 괜찮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신선함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선보이지 못한 새로운 소재나 형식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제멋대로인 부잣집 아들이 남자 주인공이고, 그는 밖에서 데려온 자식이라는 가슴 아픈 비밀이 있고, 여주인공은(비록 남장을 하긴 하지만) 소녀 가장이지만 무척이나 씩씩하며 그 부잣집 아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처음 들어보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꿈이 없던 부잣집 도련님이 일과 사랑을 통해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수없이 봐 왔던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랑에 대해서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결(공유 분)과 은찬(윤은혜 분)은 사장과 직원의 관계다. 사장과 직원이란 상하 구조에서는 사장의 지시에 직원이 따르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은찬은 한결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언제나 툴툴댄다. 은찬이 툴툴대지 않으면 한결은 오히려 서운할 정도다.

할머니께서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힘들어하는 한결에게 은찬은 울고 싶을 땐 울라고 위로하며 힘나게 해준답시고 키스까지 해준다. 은찬을 남자라고 알고 있는 한결은 은찬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의형제를 맺자고 한다. 두 사람은 한동안 의형제 관계를 유지했지만 바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한계를 느낀 한결이 일방적으로 '아웃'을 선고한다.

함께 있으면 안고 싶고, 다른 이성과 친한 모습에 질투를 느끼는데 어떻게 의형제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데 그 감정을 어떻게 머리로 정리해버릴 수 있을까.

이렇듯 이 드라마의 중심엔 '동성애' 코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은찬이 사실은 여자이기에 정통적으로 동성애를 파고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은찬에게 너는 그게 그렇게 쉽냐고, 별 거 아니냐며 차갑게 구는 한결의 모습에서 동성애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다.

동성을 사랑하게 되었다니, 그것은 사촌 형의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 비교도 안 될 만큼의 큰 무게로 한결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31일 방송 마지막 부분에서 한결은 갈 때까지 가보자며, 행복해보자고 말한다. 은찬이 남자든, 외계인이든 상관없다며.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데 그 무엇이 장애가 될까. 그 무엇이 장애가 된들 어떻게 그 감정을 막을 수 있을까.

한결의 사촌인 한성(이선균 분)은 자신을 떠났다 다시 돌아온 유주(채정안 분)를 다시 만난다. 한성에게 은찬은 처음 봤을 때부터 여자였지만 그저 예쁘고 사람을 참 편하게 해주는 아이였다. 하지만 급기야 한성은 은찬에게 키스를 하고 그 이후 서먹한 관계가 된다. 잊은 척 다시 친구를 하기로 했지만 유주는 한성이 은찬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주며 이별을 고한다. 이들의 관계는 또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사랑보다 일을 더 사랑하는 여자, 유주는 정말로 멋진 여자다. 같은 여자인 은찬이 봐도 멋있을 정도다. 아픔도 쿨 하게 털어버릴 것 같은 여자다. 그래서 그 모습이 조금은 재수 없고, 조금은 안쓰럽다.

예전에 <굿바이 솔로>에서 그런 대사가 나왔다. 인간은 쿨 할 수가 없다고,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이 어떻게 쿨 할 수가 있냐고. 그렇다. 아마도 유주는 누구보다 쿨하게 굴지만 그래서 누구보다 상처투성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잘 웃고, 잘 울고, 잘 먹고, 일도 잘하고, 툴툴대기도 잘하고, 의리도 있고, 언제나 심장이 뜨겁게 뛰는 것이 느껴지는 은찬은 그래서 참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다. 남성성으로 상징되는 강함과 여성성으로 상징되는 여린 모습을 다 갖추고 있다. 털털하고 따뜻한 은찬은 그래서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인간'이다. 사람 냄새 나는 사람.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

한결, 한성, 유주, 은찬 이 네 명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드라마가 계속 될수록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드라마가 그저 젊은이들을 앞세워 가볍게 웃고 즐기기만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실컷 웃다가도 어느 순간 눈물 한 방울을 흘리게 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은찬의 말처럼 '의리'가 필요하고, 또한 '정'이 필요하고, '믿음'이 필요하다는 걸 일깨워주기도 한다.

은찬 역을 맡은 윤은혜는 이제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떼도 될 것 같다. 아직 발성과 발음 부분에선 부족함이 보이지만 그걸 비난할 만큼 연기력이 모자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궁>, <포도밭 사나이>에 이어 이번 드라마를 통해 또 한 번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맡아 그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밖에 전혀 조연으로 느껴지지 않는 조연들의 연기도 극의 재미를 한껏 더한다. 웃고, 울다 보면 한 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진다. 이들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 지, 아마도 결말은 어떻게 흘러가도 해피엔딩이겠지만, 거기 가기까지 그들이 겪을 아픔과 기쁨들이 기대된다.

홍 사장의 말처럼 다 자신이 원해서 겪는 아픔이고, 견딜 만한 아픔이니까 아파도 슬프진 않다. 더군다나 그들은 이름만으로도 싱그러운 '청춘'이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태그:#커피프린스1호점, #윤은혜, #공유, #이선균, #채정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