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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그 근교에 연꽃 단지들이 여러 곳 있다. 손을 꼽아보면 양수리의 세미원, 시흥 관곡지의 연꽃 마을, 남양주 광릉 근처의 봉선사 연꽃 단지, 강화 선원사지의 연꽃 단지, 서울 지하철의 신촌역과 독립문역에서 버스로 갈 수 있는 봉원사가 있다.

항상 가보면 사람들은 연꽃의 꽃에 눈을 맞춘다. 꽃이 안피면 연은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의 9할을 점하고 있는 연잎에 주목하는 것도 연꽃 여행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연잎은 그 잎을 완전히 펴기 전에 잎을 돌돌 말아 지나는 사람에게 사랑 고백의 수단으로 삼는다. 그 사랑 고백을 한자리에 모아 보았다.

▲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
ⓒ 김동원

역시 요즘의 사랑은 앙증맞은게 최고. 몸의 한켠으로 두 손을 모아 사랑을 고백하는게 가장 흔하지. "사랑해."

▲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
ⓒ 김동원

그렇다면 나는 내 속에서 갓 꺼낸 따끈따끈한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해야지. 아니, 나는 연잎이니까 따끈따끈한 게 아니고 푸르고 싱그러운 고백이 되겠군. "사랑해."

▲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
ⓒ 김동원

"사랑해(약간 강하고 단호한 어조로)." 아니, 왜 사랑을 말하는데 눈을 똥그랗게 부릅뜨고 그러냐. 좀 부드럽게 속삭일 수 없어. 사랑을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사랑이 긴장하잖아. 눈알에 핏줄 섰다. 눈에 힘 좀 빼고 말하셔.

▲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마을에서
ⓒ 김동원

"사랑해." 어어, 이것 봐라. 사랑해는 나한테 속삭이면서 다른 데로 눈알 돌아가는 것 좀 봐라. 시선 고정 못시켜. 잠시라도 한눈 팔면 연잎을 대궁째 쑥 뽑아 버린다.

▲ 7월 25일 양수리 세미원에서
ⓒ 김동원

나는 두 손을 작고 귀엽게 모아 사랑을 고백하련다. "사랑해."

▲ 7월 28일 강화 선원사지 연꽃단지에서
ⓒ 김동원

나는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크고 넉넉하게 고백하겠다. "사랑해."

▲ 7월 25일 양수리 세미원에서
ⓒ 김동원

모든 연잎이 초록의 사랑을 꿈꿀 때 나는 흰색의 사랑 고백을 꿈꾼다. 나름대로 색깔 있는 사랑을 꿈꾼다면 내 사랑을 받아주시라. "사랑해."

▲ 7월 25일 양수리 세미원에서
ⓒ 김동원

나는 사랑해라고 말했을 때 내가 투명하게 비치는 사랑을 꿈꾼다. "사랑해."

▲ 7월 28일 강화 선원사지 연꽃단지에서
ⓒ 김동원

나는 일단 당신에게 사랑해라고 말한다. 아마도 당신은 내가 속삭이는 사랑해가 말만 번드르르한 사랑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것이다.

▲ 7월 28일 강화 선원사지 연꽃단지에서
ⓒ 김동원

그러나 당신은 보시라. 내 사랑은 그 말의 저 깊은 곳 내 마음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같은 내용이 여러 개의 포스팅으로 나뉘어 동시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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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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