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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새벽 5:20에 노고단 정상은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멀리 반야봉 어깨로 흘러내린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들이 붉게 타고 있었다.
7월 27일 새벽 5:20에 노고단 정상은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멀리 반야봉 어깨로 흘러내린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들이 붉게 타고 있었다. ⓒ 서종규

27일 새벽 5시 20분에 노고단 정상에 올랐다.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멀리 반야봉 어깨로 흘러내린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들이 붉게 타고 있었다. 붉은 기운들이 감도는 하늘은 장엄하였다. 사람들은 말없이 노고단 정상 탑 주위에 서서 동쪽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5시 35분이 되자 천왕봉 능선 사이에 눈썹만큼 투명한 빛이 튀어 나왔다. 선명하게 능선 사이를 비집고 밝은 빛이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지른다. 저렇게 선명하게 떠오르는 해를 언제 보았단 말인가. 눈에 보이듯이 그 밝고 투명한 빛은 반쯤 솟아오르더니 이윽고 거대한 불덩이가 되어 이글거린다.

27일 새벽 5:35분이 되자 천왕봉 능선 사이에 눈썹만큼 투명한 빛이 튀어 나왔다.
27일 새벽 5:35분이 되자 천왕봉 능선 사이에 눈썹만큼 투명한 빛이 튀어 나왔다. ⓒ 서종규

노고단 정상에서 본 일출
노고단 정상에서 본 일출 ⓒ 서종규

노고단 정상에서 선명한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1년 내내 노고단 정상의 새벽은 개방되지 않는다. 하여 새벽에 노고단 정상에 오를 수 없고, 또 노고단 재까지 오른다고 해도 저렇게 선명한 일출을 보기란 여간 쉽지 않다. 대부분 천왕봉 주변에 구름이 가려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맑은 날씨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운인데 새벽에 떠오르는 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보통 행운이 아닐 것이다.

노고단 정상에서 본 일출
노고단 정상에서 본 일출 ⓒ 서종규

노고단 정상에서 본 일출
노고단 정상에서 본 일출 ⓒ 서종규

7월 25일부터 3일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국공립서부지회(지회장 김애영)에서 주관하는 사제동행 지리산 종주 등반에 중학생 24명과 10명의 교사가 참여하였다. 각급 학교에서 자원을 받은 교사 1명에 중학생 3명이 한 짝이 되어서 사제동행 지리산 종주 등반에 나선 것입니다. 24명 중에서 여학생이 3명이었고, 1학년 학생이 9명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첫날은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천왕봉을 거쳐 세석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둘째 날은 노고단까지 20㎞를 종주하여 노고단 대피소에서 잤다. 셋째 날, 노고단 대피소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바로 노고단 정상에 올라 해를 맞이하기 위함이다.

노고단 정상 부분은 부분별한 등산객들로 인하여 많이 훼손되어, 1991년부터 복원을 위한 특별 관리 구역으로 지정되어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그리하여 2002년부터는 이곳에 자연관찰로를 설치하여 고산지의 아름다움과 훼손지 복원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하여 노고단 정상 탐방예약제를 실시하여 10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제한적으로 개방을 하였다.

노고단 정상부근의 훼손지가 점차적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하자, 2006년 11월부터는 오전 10부터 오후 4까지 한하여 자유로운 탐방이 이루어지도록 완화하였다. 그러나 새벽 일출의 시간이나 밤에는 개방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노고단 사진촬영 문화 정착을 위한 사진촬영 포토라인 개방 안내라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 왔다. 7월 17일부터 8월 12일까지 아침 4시 50분~6시 30분에 노고단 정상 자연관찰로를 개방한다는 것이다.

지리산 10경중에서 첫째가 바로 노고단 운해이다.
지리산 10경중에서 첫째가 바로 노고단 운해이다. ⓒ 서종규

노고단 정상의 복원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노고단 정상 부근은 야생화의 천국이 되어 있었다. 특히 여름에 노고단 정상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은 원추리, 동자꽃, 하늘말나리, 비비추, 둥근이질풀, 마타리, 기린초, 패랭이꽃, 범꼬리, 까치수염 등 다양하다. 여름철이면 노고단 정상 자연관찰로에서 야생화를 보는 재미가 대단한데, 아침 이슬을 받아 피어 있는 꽃들이 너무 함초롬하다.

노고단 정상에서 맞이하는 해를 받아 더 빛이 나는 또 하나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바로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운해다.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운해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봉우리 사이사이에 깃들어 있는 운해는 한 폭의 그림이다.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운해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운해 ⓒ 서종규

노고단 운해, 피아골 단풍, 반야봉의 일몰, 벽소명월, 불일폭포, 세석철쭉, 연하선경, 천왕봉 일출, 칠선 계곡, 섬진청류가 지리산 10경이다. 그 지리산 10경 중에서 첫째가 바로 노고단 운해이다.

노고단 운해는 비 온 다음 일출 시간 직후나 일출이 지나서 햇살이 퍼질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특히 구례 쪽의 많은 봉우리들 사이, 아니면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봉우리들이 하얀 구름 위에 조금씩 떠 있는 모습이 절경이다.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운해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운해 ⓒ 서종규

구례와 섬진강 사이에 가장 많이 펼쳐져 있다. 바로 섬진강의 습기와 관계가 있는 듯하다. 평상시도 지리산의 구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일출 직전이나 직후에 펼쳐진 모습은 글자 그대로 구름바다를 이룬다.

우리가 많이 보았던 지리산 운해의 모습은 이곳 노고단 정상에서 찍었나 보다. 운해가 없었다면 섬진강 줄기가 멀리 봉우리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 섬진강 줄기를 흘려보내는 봉우리들만 하얀 구름 속에 둥둥 떠서 그림 속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고단 정상에서 본 일출
노고단 정상에서 본 일출 ⓒ 서종규

운해는 우리들에게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숨겨진 산들이 조금씩 형체만 보이지만 그것으로도 포근하다. 그 위에 가만히 누워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포근하게 펼쳐진 구름들 사이로 걸어 보고 싶어진다. 흐르는 구름을 따라 같이 날아 보고 싶어진다.

사제동행 지리산 종주 마지막 날 새벽에 맞은 뜻밖의 행운이 피곤했던 몸을 말끔하게 씻어 놓았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밤을 맞은 것도 좋았고, 구름 한 점 없는 지리산 능선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한 것도 좋았다. 그리고 그렇게 끝없이 펼쳐진 운해가 편안하게 내 마음까지 흐르고 있는 것이다.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운해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운해 ⓒ 서종규

#노고단#지리산#천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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