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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도토리도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스물 여덟 된 청년입니다. 아직 대학생이고, 뭐 자랑은 아니지만 나이에 비해 많이 동안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듣고 말이죠. 정신연령이 낮아서 그런가? 아하하, 아무튼, 그런데 말이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동생인데, 정말 너무 예쁘고, 마음씨도 너무나 착합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섹시(꿀꺽)하고 말이죠. 성격도 좋고, 무척이나 밝고, 진짜진짜 말도 못하게 재밌습니다. 너무 웃겨서 아주 그냥 사람을 미치게 한다구요! 그 아이가 가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분위기가 밝아집니다. 또, 다른 사람을 세심하게 살피고 배려하는 모습, 챙기는 모습,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 등 그 아이의 모든 면이 정말 다 좋습니다.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진짜 매력적이에요. 정말이에요. 콩 깎지가 씌어서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것이 fact라구요. fact 아시죠? 사실이라는 거죠. 아무튼 정말이지 눈이 부실 정도랍니다.

그러다보니 그 아이를 만나고서 내내 호감, 끌림을 느꼈고 언젠가부터는 좋아하게 되었어요. 아마 지난 학기, 학교 축제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 아이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 아이가 학교 시험을 치르는데, 답안 서문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고 있어 도왔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 서문 내용에 슬쩍 제 마음을 표현해 보았는데. 그러고 나서 내 마음이 들켰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조마조마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어버리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그 아이가 만나는 사람이 있어 마음을 드러낼 수가 없었죠. 한번은 그 아이 싸이에 들어갔다가 남자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울적해졌던 기억도 있네요.

아무튼, 그러다 얼마 전 동아리 모임에서 그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몇 주 되었다고. 그간 많이 힘들었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헤어졌다는 이야기에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솔직히는, 기뻤어요. 드디어 내게도 희망이 생겼다는 느낌에.

그런데 제가 나이는 적잖지만, 아직 연애에 서툴러요. 그간 늘 연상하고만 사귀었었고, 리드를 하기보다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하와 사귈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게다가 너무 떨려서, 조마조마해서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처음도 아닌데, 스물 여덟이나 되었는데, 나이도 다섯 살이나 어린 동생인데 그 아이 앞에 서면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어요.

그 아이에게 놀림도 받고 장난으로 맞기도 하고 그러는데, 싫지가 않아요. 아니, 사실은요, 좋아요. 놀림을 받고 괴롭힘을 받는데도 좋아서 실실거리며 웃습니다. 그 아이가 디지털카메라로 자기 모습을 찍고는 장난꾸러기처럼 "어머 인형 같아"하고 말할 때, 저는 겉으로는 야유하면서도, 속으로는 "아니야 아니야~ 인형 같은 것과 비교하지도 마세요~ 당신은 세계최고미인님이세요~"하고 생각한답니다. 세계최고미인님은 그 아이가 제 핸드폰에 자기 번호를 저장하면서 썼던 이름이랍니다.

그렇게나 예쁘고 마음씨 착한 그 아이에게 제가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그 아이를 좋아하는 것이 너무 과분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그 아이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 아이의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그 아이와 사랑을 이루고 싶습니다.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그 아이에게 걸맞은 멋진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멋진 남자, 정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하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좋아하게 된 뒤로, 종일 가슴 속에 그 아이가 떠오릅니다. 그 아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많이 떨립니다.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 때조차 심호흡을 할 정도입니다. 쑥스러워서, 이런 내 마음을 들킬까봐. 마음을 들켰다가 혹시라도 사이가 어색해질까 두렵습니다. 많이 그립습니다. 매일 매시간 매순간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이러다 짝사랑이 될까봐 겁이 납니다.

너는 정말 아름답다고, 너를 정말 좋아한다고, 너를 많이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와주세요!

서울에서 Mr. 버터


A. 에헤라디야~ 이런 진상을 보았나 누굴 닭으로 만들려고 작정을 한 게야? 정말 가명 그대로 버터가 따로 없구나! 에라이 느끼한 놈! 나이가 스물 여덟이나 되었으면서 그렇게 떨고 주저하고 망설이면 어떡하는고? 나이에 비해 너무 숫기가 없고 서툴구나! 이런 답답이를 보았나!

오늘은 무한지애(無限之愛)를 하면서도 떨려서 그 마음을 표현 못하는 못난이 버터군을 위해 전국민으로부터 무한애정을 받고 있는 MC 유께서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시니, 너는 감사한 마음으로 잘 새겨듣도록 하거라! 에헤라디얏~ 오오오~! %&뚄@**ㅉ@#(접신중)#%2%^^$%ㅉ! 휘뚜루!

▲ "지금 바로 무한도전이 필요한 거죠!"
ⓒ MBC
아하하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메뚜기 유재석입니다. 버터군의 사연 잘 들었구요. 이거 저도 공감이 많이 갔어요. 정말 많이 좋아하면서도 숫기가 없어서 표현을 못할 수 있거든요. 저도 그랬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나(나경은)아나운서가 옆에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도 여자친구 없이, 오랫동안 솔로로 지냈거든요. 오죽하면 동료들로부터 밤이면 일찍 들어가 야한 동영상이나 본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겠어요. 저, 그런데 혹시 미스터 버터군도 밤에 몰래 야한 동영상을 즐겨 보지 않으시나요? 아하하하하, 너무 정곡을 찔렀나요? 뭐 좋은거 있으면 우리 서로 공유할까요? 그럼 아이디는 있다 문자로. 아하하하하하 - 아무튼,

그런데 말이지요. 우리가 너무 그렇게 혼자 생각하고, 혼자 긴장해 떨고, 주저하고 망설이고 하다가는, 그녀가 먼저 내게 손내밀어주기를 바라고 기대하며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사랑은 언제까지고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거든요.

어떻게 보일까? 내가 너무 모자라고 부족한 것은 아닐까? 망가지면 어떡하나? 하는 그런 생각을 버리세요. 나를 비워야 한다는 거죠.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냥 던지는 거예요. 진심은 통하는 법이거든요. 조금 무모해 보일지라도, 눈 질끈 감고 던지시라구요. 잘 되든 안되든, 결과를 미리 혼자 생각하며 망설이지만 말고, 용기를 내시라구요. 가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되든 안되든 가보는 거예요. 그것이 젊음의, 청년의 특권이거든요.

▲ "죽지 않아! 가는 거야! 무한도전! 아자아자 파이팅!"
ⓒ MBC
다시 말하지만 결과를 상상하지 마세요.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 오늘 내 모습이 작고 초라하다 해도, 앞으로 더 좋은 사람, 정말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잖아요. 그럼 되는 거예요. 기도도 좋지만, 기도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겁니다. 조금은 무모해 보일지라도 용기를 내서 맞닥트려 보는 거예요. 고백해 보는 거예요. 도전해 보는 거예요. 남자답게, 용기있게 말이지요.

그리고 그녀가 버터군의 마음을 받아준다면, 그땐 정말 최선을 다하세요. 정말 잘하세요. 마음먹은 것 이상으로, 정말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세요. 사랑은 그 만남과 시작 못지않게, 아니, 만남과 시작 이상으로 지켜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니까요.

도전하실 거죠?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버터군의 무한지애를 응원하며, 자~ 같이 외쳐볼까요? 죽지 않아! 가는 거야! 무한도전! 아자아자 파이팅!

청년은 언제나, 그리워한다. 곁에 있지 않은 소녀를 -

근대 유럽의 연회장을 떠올려본다. 그곳에 어느 청년이 있다.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며 시시덕거리던 그의 눈길이 우연히 연회장 저편에 있는 한 소녀의 모습에 가닿는다. 소녀는 눈이 부실만치 아름답고, 청년의 마음에, 그 가슴에 한없는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청년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 것만 같다.

어둠 속에서 빛에 이끌리듯, 연회장의 인파를 헤치며 청년의 걸음은 소녀를 향한다. 마침내 청년이 소녀가 서있던 연회장 저편에 이르렀다.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고개를 들어본다. 이제 그 아름다운 소녀에게 손 내밀며, 멋진 눈빛과 음성으로 춤을 권하리라.

청년의 부푼 기대와 바람에 의하면 두 사람은 이제 곧 두 손을 맞잡고 스텝을 같이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한 쌍이 되어 홀을 누비며 뭇사람들로부터 선망과 찬사와 박수와 탄성과 축복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고개를 들었을 때, 눈부신 빛은 그 자리에 없다. 어찌 된 일일까. 놀라 두리번거리는데, 소녀는 저편에, 그것도 조금 전까지 청년이 서있던 바로 그 자리에 서있다. 소녀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청년의 눈을 어리게 한다.

당신을 무엇이라 부를까요. 청년은 생각했다. 세계최고미인님? 참으로 걸맞은 부름이라고 청년은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빛에 이끌리듯 청년은 다시 여인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청년은 언제나, 그리워한다. 곁에 있지 않은 소녀를 -

이것이 바로 18세기말에서 19세기에 걸친 사상의 격변과 윤회의 장면이다. 청년의 모습과 같이 사람들은 꿈, 희망, 행복, 낙원을 좇아 끊임없이 이쪽에서 저쪽을 향해 걷고, 다시 저쪽으로부터 이쪽으로 돌아왔다.

<답안 서론을 적어 봤어~ 도움이 되었음 좋겠다~ㅎ 과제 잘 하고, 시험 잘 보렴!! ^^ 세계최고미인님 짱짱짱!! 파이팅~!!>

Mr. 버터가 그녀 세계최고미인님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태그:#무한지애, #무한도전, #유재석, #짝사랑, #도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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