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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 잡힌 100.15P 하락한 모습
모니터에 잡힌 100.15P 하락한 모습 ⓒ 이종일
7월 25일. 2004.22p로 역사적인 2000p를 보여주었다. 목전에서 잠시 주춤거리고 있는데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증시에 기름을 부었다. 이 여파는 다음날까지 이어지면서 7월 26일 장중 2015.48p까지 찍었다. 금요일마다 신고가를 갱신한다고 좋아했는데 금요일은 금요일이지만 검은 금요일이 다가왔다.

2000p정복 단 하루 만에 다시 고지를 내주면서 이틀 만에 121p가 빠지고 잠시 고점에 대한 경계를 느슨하게 했던 마음가짐을 다시 다잡게 만들고 있다. 시장의 시가총액도 1000조가 넘었다고 한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이틀 동안 60조가 날아가 버렸다. 지난 금요일의 하락률은 2004년 6월3일(-4.27%) 이후 가장 큰 4.09%이며 하락종목수는 올해 최대인 700개 종목이고 지난해 10월 9일 780개 종목이후 최대라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 금요일은 장중 한 때 수치로 100.15p가 빠지면서 증시 사상 세 자리 수치로 빠지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객장에서는 2000p도 처음이었지만 100p이상 빠지는 모습도 처음이라면서 박수를 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상승하는 것도 예상 밖의 급상승이었는데 떨어지는 것도 예상 밖의 급락을 보여준 것이다.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다.

잠재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의 재 부각

지난 목요일 미국 증시는 그 동안 한국 증시를 누를 수 있는 아킬레스중의 하나인 서브 프라임모기지론의 부실이 다시 대두되면서 금융 시장의 신용경색과 함께 이를 통한 기업의 M&A가 더 이상 어렵다는 관측이 불거졌다.

이는 미국 경제의 회복 지연으로 달러약세를 불러와 전 세계 유동성을 주도했던 엔 캐리자금의 청산까지 걱정하면서 다우지수가 311.50P(2.26%)가 하락하였다. 이에 앞서 유럽의 증시가 하락하였고 미국에 이어 금요일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를 강타한 것이다.

외국인들의 매도가 지난 금요일 8714억원을 매도하면서 역시 사상 최고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의 매도는 7월 한달 동안 5조원 가까이 매도하면서 월간 매도액도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었다. 이러한 외국인들의 매도는 올 들어 38%상승한 한국증시에 대한 차익실현과 함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으로 불거진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로 볼 수 있다.

차익실현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고 건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에 의한 매도는 다소 부담이 되고 있다. 모기지론의 부실은 미국 경제에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우려감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2~3분기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기 떄문이다. 그나마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 성장의 축이 다변화되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급상승 부담 있지만 돈 흐름은 막지 못해

그 동안 주가가 너무 급상승한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고 있던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사상 최고치라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모두 그 이면에 숨어 있었던 것을 너무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항상 잠재되어 있는 주변 여건을 살펴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인 것이다.

환율, 유가, 원자재가격, 중국의 긴축,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엔 캐리 자금 청산 등 주변에 맴돌고 있던 것 중에 하나가 급등에 따른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0P가 말 그대로 1일 천하로 마감하면서 이제 다시 올라갈 수 없는 고지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주가의 상승이 단지 과도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한국의 증시가 끝났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그 동안 올라왔던 기억을 되살려 보자. 고질적으로 한국의 괴롭혔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어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주식형 펀드가 70조원이 넘었다. 이러한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것보다도 든든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매도하고 있지만 2000p까지 끌고 올라온 것은 기관과 개인이다. 기관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점차 커져 가고 있고 이는 주식투자를 하나의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 개인들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계 금융 자산중 현금 및 예금 비중은 2004년말 55.9%에서 올 3월말 45.3%로 낮아진 데 비해 주식과 펀드의 비중은 13.9%에서 26.1%로 급등한 것으로 이를 알 수 있다. 지난 27일 자산운용협회에서 발표한 전체 펀드 설정액은 지난 26일 기준 262조7170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였다.

바이 코리아 열풍이 불었던 99년 7월 22일 262조5660억원 이후 약 8년만의 기록이다. 이러한 대세의 흐름을 단기간의 급락으로 막으려 한다면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 할 수 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적립식 펀드의 행진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6월말 현재 펀드계좌수는 1588만 계좌로 1가구에 1개의 펀드를 가지는 나라가 되었다. 나라 전체가 나이가 들어가고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저금리로 버티기는 무척 힘들어졌다. 이러한 인구의 구조적인 변화는 투자의 개념을 더욱 확고히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보다 멀리 보자

단기간의 급락에 놀라는 투자자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는 항상 해왔던 것이고 지수의 조정이 10%내외는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2000p의 10%면 200p로 1800p까지의 예상해 볼 수 있다. 그 동안의 급등에 따른 상승탄력의 둔화를 예상해 볼 수 있으며 이는 건전한 흐름의 연속선상에서 보아야 한다. 보통 주식시장의 수익은 6개월이 지나면서 다소 평준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지난 3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한국증시는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상승하지 못한 다른 나라의 시장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8월과 9월은 쉬어 주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 크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신용등급의 상향이라는 재료는 이미 반영이 되었다고 말을 한다. 반영되었다고 하자. 그 다음은 그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국가 신용등급의 상향은 우리 시장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는 9월에 있을 FTSE선진지수의 편입 가능성을 높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용등급의 상향이라는 재료에 매도로 일관한 외국인들은 선진지수에 편입된다면 그간 이머징 마켓으로 여기면서 가지고 왔던 포지션을 더 크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2000p 돌파를 위한 처절했던 역사를 한번 되돌아보면 2000p의 안착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1000p의 안착을 위해서는 2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4번의 시도를 해야만 했다. 마디마디 마다 심리적인 저항을 느낄 수 있다. 당분간 상승탄력이 둔화되고 박스권에 들어오더라도 이는 힘을 축적하는 건강한 조정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따라서 지수의 상승이 어렵다면 종목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종목으로 승부를 한다고 해서 절대 기업의 가치를 배제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단기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정석적인 플레이는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한 골 넣었다고 수비 위주의 공돌리기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정상적인 플레이를 가져가야 한다. 다소 주춤거리는 지수를 보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투자자 한 분이 전화를 했다. 주식을 샀는데 움직이지 않아서 팔아야겠다는 것이다. 언제 사셨느냐고 물어보니 이틀 되었다고 한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투자가 정석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주식투자라고 할 수 없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저 깊은 곳까지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한국 증시는 자산증식 패러다임이 예금에서 투자로 이동하고 부동산 신화가 흔들리면서 가계자산이 급격히 주식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다. 시야를 좀 더 멀리고 보고 증시를 바라보아야 한다.
#주식#2000#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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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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