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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는 지난 25일 진주산업대 체육관에서 열린 '2단계 균형발전 선포식'을 지역적인 관점에서 보도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25일 진주산업대 체육관에서 열린 '2단계 균형발전 선포식'을 지역적인 관점에서 보도했다. ⓒ 경남도민일보
2단계 국가균형발전 종합대책

2단계 국가균형발전 종합대책은 전국을 지역 발전 정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분류, 법인세를 차등 감면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의 인구·경제력 등 14개 지표를 평가해 4개 그룹으로 나눈 후 각각 법인세 감면폭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것.

이밖에도 기업이 지방대학에 기부하는 연구개발설비를 연구개발설비투자 세액공제대상에 포함하고, 맞춤형 교육비용(기부금)에 대해서는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지역발전정도가 낮은 지역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의 기업부담분을 최대 50%까지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산업용지 공급 확대 ▲선진형 의료서비스 공급 ▲지방대학 육성 ▲지방 사회개발투자 확대 등의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 가운데는 <조선일보>는 가장 먼저 불씨를 지폈다. 국가균형발전 종합대책이 나오기 하루 전인 24일 사설에서 일찌감치 브레이크를 걸었다.

'균형발전론에 혁명적 발상의 전환을'이란 제목의 사설 서두에서 <조선일보>는 균형발전정책은 지금 세계의 대세가 아니라고 못박아 버렸다. 영국·프랑스·아일랜드 등의 예를 들었으나 "한국 대도시의 경제적 주름살은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전체에 경제적 주름살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중앙일보> 역시 26일 사설 '정권 말에 내놓은 2단계 균형발전'에서 반대 논리를 펼쳤다.

"정부 내내 균형발전을 추진했지만 지방이 살기 좋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며 "1단계 균형발전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마당에 2단계로 판을 키우는 정부의 오기와 뱃심이 놀랍다"고 사설은 주장했다.

"균형이라는 이름 아래 수도권과 지방을 나누는 게 시대착오적"이라고 한 <중앙일보> 사설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포퓰리즘 정책이 더 이상 안 통한다는 점을 모르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동아일보>도 27일 사설에서 주장을 분명히 했다. '억지 균형정책 재검토가 답이다'란 사설에서 "수도권 발전을 억제하는 '뺄셈형 균형전략'"이라고 답을 내렸다.

또한 "효과에 비해 국민 부담이 너무 커 정상적으로는 지속되기 어려운 정책" "수도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일본·영국·프랑스 등 세계의 대세와도 반대"라는 논지를 앞세워 반대했다.

이들 보수신문 사설의 공통점은 지방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몇몇 대도시만 잘살면 된다는 과점논리가 번득인다는 것이다.

지방이 잘 살면 '포퓰리즘'이고 균형발전은 수도권을 억제하는 '뺄셈형 발전'이라는 논리는 참으로 해괴하다. 이 말은 "억울하면 서울로 와" "억울하면 수도권으로 와"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지역신문도 균형발전대책 비판... 그러나 논리는 정반대

지역신문들이 사설에서 뿜어낸 2단계 균형발전 비판론은 이와 다른 차원이다. 2단계마저도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데 아직 크게 미흡하다는 논리다. 조중동의 반대 논리와 반대다.

2단계 균형발전 선포식이 열린 경남지역부터 살펴보자. 기대가 컸던지 실망도 크다. 논평에서 묻어난다.

[경남] '대통령 방문해서 기대했는데' <경남일보>는 26일 사설 '균형발전정책 획기적 발상 전환을'에서 '균형발전은 세계적인 대세'라고 주장했다. "2단계 지역균형발전 계획은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에서 창업하는 기업에게 투자촉진을 위해 법인세감면을 비롯, 고용보조금 지원, 산업용지 공급, 대기업 지방투자에 대한 총출자제 예외 인정 등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 뒤 사설은 "지금의 정부는 5개여 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2단계 균형발전 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차기대선후보들의 공약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참여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오히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고 서운해 했다.

특히 이 사설은 "진짜 균형발전이 되려면 규제완화와 분산에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정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앞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던 <조선일보> 사설과는 분명 그 맥락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경남도민일보>도 27일 사설 '노 대통령 발언과 그 의미'에서 노 대통령의 '제2단계 국가균형발전 선포식' 참석에 앞선 마산방문 발언에 무게를 두었다. "지역발전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 전제임을 고려할 때,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남해안프로젝트'와 '마산발전 5개 대안'의 추진에는 일정 정도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더니 화살을 도지사와 시장에게 돌렸다. "지역발전의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주민의 상처받은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리는 지사와 시장이라면 '모 아니면 도'식의 즉흥적 지역개발정책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NGO· 주민 등이 널리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통해 주민의 진정한 '삶의 질' 향상 방안을 찾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대통령 방문에도 불구하고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과 희망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역력하다.

<매일신문>은 수도권 집중화 반대 1천만 서명운동이 대구·경북지역에서 본격 점화됐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매일신문>은 수도권 집중화 반대 1천만 서명운동이 대구·경북지역에서 본격 점화됐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 매일신문
[대구·경북] '이걸로 생색내지 마' 대구·경북 지역의 불만은 더 노골적이다.

<매일신문>은 26일 사설에서 '생색용'이라며 비난했다. '생색용에 그친 2단계 균형발전대책'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흥분했다. 한 마디로 '법인세 몇 푼 깎아주는 정도로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사설은 "비수도권은 거점도시에 집중 투자해도 수도권을 따라 잡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제하면서 진정한 지역균형발전 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그게 참여정부에 주어진 마지막 과제라는 것이다.

분이 덜 풀렸던지 <매일신문>은 28일자 1면에서 사나운 제목을 뽑았다. '수도권 집중화 반대 대구경북 포문'의 기사에서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잇단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과 관련, 수도권 집중화를 반대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1천만 명 서명운동이 대구·경북지역에서 본격 점화됐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영남일보>도 26일 ''2단계 균형발전' 기업이전 성과 낼까'란 사설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농후하다"고 한 사설은 "국가균형발전위의 지방발전 전략은 항상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는 정부 관련부서와 조율을 거치고 나면 용두사미로 전락하기 일쑤였다"고 꼬집었다.

<전남일보> 28일자 사설
<전남일보> 28일자 사설 ⓒ 전남일보
[광주·호남] '성에 차지 않는다' 호남 지역도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광주일보>는 26일 사설에서 양에 차지 않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2단계 균형발전계획 실효성이 문제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균형발전은 국가적 과제이자 시대적 요청"이라고 전제하면서 "정부는 지방에 대한 종합적인 인프라 구축과 규제 완화 등 획기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2단계 균형발전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하는데 투자의 효율성 등을 들어 균형발전정책에 제동을 거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남일보>는 28일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부터 철회하라'란 사설에서 "무엇보다 이번 2단계 균형발전 대책이 지방 사람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지방을 생각한다면 임기 말에 새로운 균형발전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이 가능한 '수도권 정비계획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통과부터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라일보>도 26일 '균형발전 과연 실현될까?'란 제목의 사설에서 "수도권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이 법인세 감면 등 단순 혜택만으로 지방, 예컨대 전북으로 대거 이전 또는 창업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대전일보>는 ‘시민단체 균형발전 역행 반발’ 기사에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대전일보>는 ‘시민단체 균형발전 역행 반발’ 기사에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 대전일보
[대전·충청] '행정도시에 대학 입주를' 충청권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로 더욱 민감하다. <대전일보>는 26일 사설 '균형발전책, 지방투자유인 대폭 강화해야'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조세형평성 문제 등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나 주요 사안이 맹점을 드러내 아쉬움이 적지 않다"며 "지방기업에 대한 세금감면도 중요하지만 지방이 총체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곳이 되도록 하는 게 핵심과제"라고 지적했다.

<대전일보>는 사설에서 "지금까지의 균형발전대책이 겉돈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일부 '수도권 중심주의'는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독성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또 28일자 1면 '시민단체 "균형발전 역행" 반발' 기사에서 강도를 더 높였다. "지방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대의로 추진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일명 세종시) 내에 지역대학의 입주를 배제시키려는 태도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수도권 중심의 사고방식과 관행을 먼저 벗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강원도민일보> 26일자 사설
<강원도민일보> 26일자 사설 ⓒ 강원도민일보
[강원] 평창 딛고 현실로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로 좌절과 실망에 젖은 강원지역은 현실적인 대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데 시각을 같이 했다.

<강원도민일보>는 26일 사설 '2단계 균형계획에서 챙길 것들'에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보다 촘촘한 배려를 읽을 수 있지만, 각 지역의 이해득실 계산도 끼어들 여지가 있어 앞날을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낙후가 심한 강원도의 경우 '2단계 균형발전계획'에 준한 합당한 수혜를 얻으려면 이들 정책에 대한 철저한 사전 분석 연구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현실적이다.

<강원일보>도 27일 사설 '자치단체 차등지원 방향은 옳다'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의 자립적 기반을 돕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도는 정부의 이번 발표를 바탕으로 어떤 논리로 정부를 압박해 보다 큰 지원을 받아 낼 수 있는지 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 '특별자치도가 우선순위에 밀려서야'제주지역도 향후 정치적 계산을 우려했다.

<제주일보>는 27일 사설 '9월에 결판이 날 특별자치도'에서 "정부가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으로 지역별 법인세 차등감면방안을 내놓았지만 제주도가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특별자치도 2단계 제도개선 효과가 희석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도세가 약하기 때문에 2단계 균형발전계획의 핵심인 '지역 분류' 과정에서 정치적 계산으로 뒤로 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따라 갈래갈래, 그러나

이렇듯 2단계 균형발전대책이 발표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다시 권역별로 여론이 갈리는 양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도권 집중화에 반대하는 1천만 명 서명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지방의 고사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를 정부와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신문의 대표적 상관조정 기능을 하는 사설이 제각각이다.

지역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치자. 그러나 중앙과 지역으로 애써 구분짓는 태도에선 아직도 승자독식주의·약육강식·쏠림·소용돌이에 의해 지배하고 그걸 숭배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논리가 진하게 묻어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종합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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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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