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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담벼락 문틈에 벌들이 집을 지었다. 나는 이미 커다란 벌통 하나를 긁어내린 적이 있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또다시 그곳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편하기 때문에, 이미 익숙한 곳이기 때문에 다시 짓지 않나 싶다. 내 인생의 여행길은 과연 어떠할까?
집 앞 담벼락 문틈에 벌들이 집을 지었다. 나는 이미 커다란 벌통 하나를 긁어내린 적이 있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또다시 그곳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편하기 때문에, 이미 익숙한 곳이기 때문에 다시 짓지 않나 싶다. 내 인생의 여행길은 과연 어떠할까? ⓒ 권성권

여행은 장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옮기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여행지를 다녔다한들 이전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그 여행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새로운 곳을 접한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시선과 생각을 접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낯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도 생각의 지평을 열지 않는다면 그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땅에서 하는 가장 먼 곳의 여행길은 어디까지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우루과이나 아르헨티나로 가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지리상의 먼 거리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가장 먼 여행길은 머리에서부터 가슴을 통과하여, 손과 발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만큼 생각의 지평을 열고, 손과 발의 행동도 달라져야 하는 까닭이다.

이제 곧 여름철 여행길이 다가온다. 집집마다 식구들끼리 좋은 여행지를 택하여 알찬 계획들을 세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조용한 산 속 계곡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바닷가 백사장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먼 길 해외 여행지를 좇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집앞 뜰에 무궁화가 피어 오르고 있다. 활짝 피어 오른 무궁화를 보며 만물의 때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 내 인생의 여행길에도 더 많은 열매를 맺는 나날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앞 뜰에 무궁화가 피어 오르고 있다. 활짝 피어 오른 무궁화를 보며 만물의 때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 내 인생의 여행길에도 더 많은 열매를 맺는 나날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권성권

여행지가 어느 곳이든 그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마다 인생의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삶의 규모도 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을 택하면 된다. 문제는 장소보다는 생각을 여는 게 중요하다. 낯선 곳에서까지 나의 익숙한 버릇만을 내 놓는다면 불화가 생긴다. 그런 모습으로는 낯선 사람들과 얼굴만 붉힐 뿐 어울림은 부족할 것 같다.

여행이 인생이라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은 일이라면 잠깐의 휴식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생의 레이스에서 어떤 경주를 펼치고 있는지? 어떤 질주를 향해 치닫고 있는지? 혹여 인생의 레이스에서 나의 이기심만 펼치고 있지는 않는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그처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깨달음과 도전을 통해 남은 인생 여행길을 새롭게 출발하는 것도 참된 여행의 묘미이지 않겠나 싶다.

아무쪼록 올 여름철 여행길은 모두가 행복했으면 한다. 나이가 만든 적든 낯선 곳의 낯선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시선을 열어갔으면 한다. 그 시선을 따라 생각의 지평도 활짝 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어리석게 펼치고 있는 인생 레이스도 잠시 내려놓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면 더 없이 좋은 여행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인생의 여행길도 더욱 새롭고 알차게 꾸려갔으면 한다. 그때에만 시간만 낭비하는 여행길이 아니라 오히려 알찬 것들을 새롭게 건져 올리는 뜻 깊은 여행길이 될 것이다.
#여행길#생각의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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