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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길이 된다'고 한 루쉰(魯迅)의 말처럼 '맨땅에 헤딩'을 하며 시작한 고교생 <중국어캠프>가 길 없는 땅에 세 번째 발자국을 남겼다.

▲ 제3회 고교생 <중국어캠프>가 인천 앞바다에 돛을 올렸다.
ⓒ 김대오
캠프에 참가한 14명의 중국어교사들은 자신들이 중국에서 사온 물건들을 여행용가방에 싸들고 와 온통 영어로 꾸며진 영종도 외국어수련부를 중국 냄새나게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캠프>를 시작했다. 4박 5일의 캠프가 끝나면 유목민처럼 다시 벽에 붙인 중국그림이며 대련, 천장에 건 홍등이며 중국 연을 떼고 다시 배낭을 꾸려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캠프의 주인공으로 참가하는 105명의 학생들이 4박 5일 동안 8명의 원어민과 함께 즐겁게 중국어를 배울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흘리는 땀방울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중국유학이나 과외를 통해 중국어에 대한 언어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원어민과의 대화를 통해 중국어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기회를 제공하고 '중국어가 좋다'는 건강하고 튼튼한 학습동기를 가진 학생에게는 더욱 흥미진진한 중국어학습의 기회를 제공하여 발전의 기회를 열어준다는 차원에서 <중국어캠프>는 대단히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 경극 검보 분장을 페이스페이팅한 학생들의 모습이다.
ⓒ 김성은
학생들에게 경극분장, 마작, 중국어 원어역할극, 중국노래 등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나아가 다문화 이해의 기틀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아울러 세계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성을 함양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에게 숨겨진 능력과 적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해보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학교현장의 현실논리를 좀 더 직접 대입해 보면 <중국어캠프>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한줄'을 더 쓸 수 있는 건수가 되는 셈이고 중국어를 잘해 상이라도 받으면 대외상의 수상경력란을 풍부하게 해 명문대학 진학의 교두보가 되기도 한다.

대중국교역의 전초기지를 자처하는 인천시로서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차이나타운이 있는 지역특색을 살린 특성화 사업으로 전국 유일의 고교생 <중국어캠프>가 그지없이 자랑스러운 사업이 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 중국원어민교사를 따라 태극권을 따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 김대오
7월 23일부터 27일까지 '워아이쭝궈!(我想中國, 중국이 보고 싶어요)' 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제3회 고교생 <중국어캠프>는 태극권으로 하루를 열어 오전에는 기본회화과정, 오후는 중국원어민교사 중심의 심화보충과정, 저녁은 경극, 역할극, 노래, 마작반의 클럽활동 시간으로 운영된다.

▲ 중국 원어민에게 마작을 배우는 학생들.
ⓒ 김대오
중국어로 길 묻기, 음식주문, 물건사기, 병원진료에 필요한 표현을 13명의 반 친구들이 함께 중국어교사, 원어민과 함께 익히고 저녁때는 경극 페이스페인팅과 연극, 마작, 연극, 노래 등을 체험한다. 마지막날 밤에는 종합발표회가 있는데 캠프기간 동안 배운 내용을 이용하여 중국어말하기대회, 연극공연, 가요제 등이 다채롭게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중국 창사(長沙)고등학생 30명이 방문하여 찬조공연과 함께 캠프학생들과 교류의 시간을 갖게 된다.

▲ 연극대본을 외우며 발음교정을 받고 있다.
ⓒ 김대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대부분이 중국어에 흥미를 가지고 참가하여 모든 수업활동에 대단히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모든 활동에 임하는 모습이며 중국문화전용구에 비치된 다양한 중국물품들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당연히 수업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고 학생들은 빡빡한 일정에 피곤하지만 심도 있는 중국어를 배우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어 유익하다며 즐거워한다.

물론 중국어캠프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영어와 수학책을 챙겨 들어오게 하는 대학입학의 중압감은 엄연히 존재한다. 정작 중국어캠프 원어민과는 인사말 정도밖에 못하는데 외국어수련부에 있는 영어원어민과는 자연스럽게 영어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겁게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입시위주로 편성되는 교육과정에서 제2외국어교과는 30여개 대학에서 수능에 반영하고 있긴 하지만 철저하게 비수능교과로 배제되어 있어 고3 학생들에게 주어진 학과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미안하고 눈총 받는 형국이 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 중국어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라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 김대오
그래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여름방학 중에 일회성으로 열리는 <중국어캠프>가 제도적 뒷받침이나 현실적인 토대에서 동떨어져 다소 고립되고 외면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황량한 현실에 이제 겨우 세 걸음을 내딛고 길이 되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다만 지금은 고교시절의 잊지 못할, 가슴 벅찬 추억을 가슴에 담고 돌아갈 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일에 만족해야 하나 보다.

태그:#중국어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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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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