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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코스피지수가 종가기준 2,000포인트를 돌파해 2,004.22포인트로 마감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코스피 지수가 대망의 2000선을 돌파하면서 한국에도 드디어 자본시장의 '르네상스'가 개막한 것이 아닌가하는 설렘과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1980년초까지 100선 안팎에 머무르던 코스피 지수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급상승, 1000선을 넘어선 것을 시작으로 모두 5차례에 걸쳐 1000선을 돌파했으나 그간 뒷심부족으로 십수년간 박스권 장세를 반복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증시가 초호황을 보이면서 지난 20여년간 '꿈의 지수'로 여겨졌던 2000선을 마침내 돌파했다.

지난 십수년간 많은 고난과 좌절을 통해 쌓아온 에너지를 바탕으로 거침없는 상승세를 지속한 끝에 제2의 도약기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2003년 3월부터 대세 상승... '현재진행형'

코스피 지수가 현재의 본격적인 대세 상승을 시작한 것은 2003년 3월부터다.

그해 3월 말의 535.70을 시작으로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으며 중간에 일부 조정을 거치긴 했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상승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는 모양새다.

우리 증시는 1980년대 중반까지 100~150의 박스권에 갖혀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거치면서 급상승하기 시작해 1989년 4월 처음 1000선을 넘었으며 이후 3~5년을 주기로 500~1000 사이를 오가는 데 그쳤다.

그러다 2030년 3월말부터 오르기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2005년 2월 25일 다시 5번째로 1000선으로 올라선 후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대세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겪은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등은 우리 증시의 체질을 강화하는데 막대한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로 코스피 지수가 277.37까지 떨어지는 등 우리경제 전체에 막대한 고통과 후유증을 안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내실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이는 결국 증권시장에는 쓴 약이 됐다.

이후 2000년 초반 신용카드의 부문별한 발급으로 카드사들이 경영난에 빠지고 수십만의 국민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는 '카드대란'과 IT버블 붕괴는 다시 증시 급락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이 또한 국민의 건전한 소비·투자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민경제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 현재의 본격적인 증시 상승의 시발점이 됐다.

우리 증시는 환란과 카드대란 등을 거치며 경제체질을 개선, 내부 에너지가 충만해 있는 상태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대세상승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간접투자 확대로 제2의 도약

코스피 지수가 2003년초 500선에서 2000 직전까지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주식형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크게 늘었던 것도 큰 요인이 됐다.

많은 투자자들이 증시의 부침 속에서 큰 손실을 떠안은 교훈을 거울삼아 '대박'을 노리는 투기적 투자보다는 시중금리 이상의 적정 수익을 추구하는 건전한 투자문화가 정착되며 간접투자가 크게 늘었다.

국내 펀드 설정액은 이달 13일 기준으로 260조원에 육박, 사상 최고치인 262조5660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에 투자되는 주식형펀드의 잔액은 68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최근 증시가 초호황을 보이면서 하루평균 5000억원씩 유입되고 있다. 이는 주식형펀드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2004년말의 5.7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국내 가계금융자산 중에서 현금.예금의 비중은 2004년 말 55.9%에서 작년 9월 말 46.2%로 낮아졌으나 주식비중은 7.6%에서 19.1%로 늘어났다. 주식이나 펀드가 주요 가계투자자산의 하나로 위상이 급상승한 것이다.

매달 예금처럼 주식을 매입하는 적립식펀드의 계좌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908만개를 기록, 1000만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간접투자가 확산되며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지분율은 환란후 44%에서 최근 37%까지 떨어졌으며 향후 30%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투자가 2005년만 해도 투자자들의 지식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양적인 성장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양과 질적인 성장이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최근 속도가 붙기 시작한 펀드로 자금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도 갈 길 멀어

한국증시의 르네상스가 도달했지만 명실상부한 선진증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할 길은 더 멀다.

신기원을 맞은 한국 증시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하며 한국 자본산업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역량을 키워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기투자는 증시의 변동성을 줄이고 중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교육을 통해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를 넓히고 늘어나는 투자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의 개발이 선결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자본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양은 충분히 성숙돼 있다는 평가다.

환란을 거치면서 국내 굴지의 은행과 기업 등이 외국계 자본으로 맥없이 넘어가며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고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으로 대규모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제 투자은행으로서 미국의 골드만삭스처럼 세계시장을 무대로 투자활동을 벌여야 하며 넘쳐나는 유동성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국내 증시를 넘어 전세계 증시와 해외 부동산·기업 등으로 투자대상을 넓혀나가야 한다.

증권시장도 국제적인 인수합병(M&A) 추세에 부응해 주요 종목들의 교차상장과 지분교환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이 선행돼야 하며 연기금과 기업연금 등에 대한 규재를 걷어내는 등 정책당국의 과감한 규제완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선진화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과 인적 인프라의 확보, 금융, 유통 등 전통적인 내수 산업의 글로벌화가 함께 진행돼야 국내 증시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고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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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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