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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소란스럽다. 그 소란스러움이 생산적이기보다는 소모적으로 비쳐지기에 더욱 시끄럽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판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짜증스러워한다. 더욱 큰 문제는 정치의 이런 부정적 모습이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다 보니, 정치란 원래 그렇고 그런 것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 열두 살에 처음 만난 정치
ⓒ 주니어김영사
<열두 살에 처음 만난 정치>는 정치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서로 다른 욕구를 지닌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질서를 유지하고,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파국에 치닫지 않게 규칙을 정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바로 정치가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말은 좋다. 하지만 현실이 이론대로 되는가? 이에 대해 <열두 살에 처음 만난 정치>는 어린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를 행복하고 편안하게 해 주어야 할 정치가 결국 서로 싸우는 모습으로만 비치는 건 사람들이 자기 생각만 옳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때문이야. 누구 이야기가 옳은지 진지하게 대화하고 토론해서 서로 만족하는 방법을 찾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면 정치는 불안정해진단다.”(23쪽)

결국 힘으로 밀어붙여 승부를 보고야 말겠다는 생각과 태도가 정치를 정치답지 못한 모습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세몰이 정치, 줄 세우기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구태의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선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책결정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부패하기 쉬운 권력’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라도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을 누구나가 알 수 있다면,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할 거야. 국민이 정부에 원하는 것을 구체적인 방침과 수단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이 투명해지면 아무래도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구나.”(154쪽)

이 책은 초등학교 5학년 딸과의 대화의 형식을 빌려 ‘정치학 개론’에서 다룰 법한 주제들을 녹여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벌거벗은 임금님은 싫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친숙한 제목을 통해 권력과 권위,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풀어 설명한 대목이다.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동화를 기초로 정치학적 개념들을 풀어놓았기에,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친구와 주변 사람들, 그리고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당부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좋은 정치의 출발점은 사회와 이웃에 대한 관심이란다.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더불어 사는 사회 속에서 나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올바른 자세란다.”(166쪽)

“우리는 공동체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어. 다른 사람과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해. 아울러 정치에 관심을 두고, 각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본다며 우리 정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질 거야.”(170)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유권자들을 쫓아다니며 표를 달라고 호소하기에 앞서, 미래의 꿈나무인 아이들 앞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를….

다만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정치의 역사를 지나치게 서양사 위주로 설명하다보니, 동양의 정치사가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민주주의 정치의 역사를 다룬 책들이 서양사 위주이기 때문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열두 살에 처음 만난 정치/신재일/주니어김영사


열두 살에 처음 만난 정치

신재일 글, 박기종 그림, 주니어김영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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