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책 겉그림
ⓒ 길벗어린이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말처럼 휴가를 간다면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가기 마련이지, 물이 탁하고 냄새나는 곳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동강'하면 래프팅(고무보트를 타고 강 급류를 헤쳐 나가는 레포츠)을 먼저 떠올린다. 맑은 물을 자랑하던 동강이 지금은 오염에 아파하고 있다.

동강을 이렇게 만든 주범 가운데 하나가 도암댐인데, 강원도가 지난 3월말 파악한 도암댐은 호소수(湖沼水) 수질기준으로 5급수라고 한다. 5급수란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물을 말한다. 더구나 그런 물을 4300만 톤이나 담고 있다니 끔찍하기만 하다.

요즘 죽어가는 동강을 살리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 동강을 보니 어린이 그림 동화책 한 권이 떠올랐다. 서양화가 김재홍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동강의 아이들>(길벗어린이)이다. 이 책에 나온 그림은 '그림 속의 숨은 그림'전이란 이름으로 전시장에서 먼저 선을 보인 작품들이다.

▲ <동강 아이들>의 한 장면
ⓒ 김재홍
그가 동강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한 신문에 실린 동강에 관한 기사 때문이었다. 가서 보니 그 아름다움에 빠져 도저히 그림으로는 그릴 엄두가 안나 강물만 바라보고 있는데, 강물에 비친 풍경이 사람으로 보여서 신들린 듯 그렸다고 한다.

도암댐은 1989년에 만들어졌고, 김재홍이 이 그림을 그린 것은 1999년이다. 그때는 동강이 깨끗했었나 보다.

엄마는 장날을 맞아 그동안 농사지은 것을 팔러 장터에 가셨다. 돈이 생기면 자식들 색연필과 운동화를 사가지고 올 생각이다. 오누이는 엄마를 기다리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시지 않는다. 오빠는 칭얼대는 동생을 데리고 강가로 엄마 마중을 나간다. 어느새 땅거미가 드리우고, 저만치서 머리에 보따리를 이신 엄마가 오신다.

▲ 책을 세로로 세워보면 숨은 그림이 보인다
ⓒ 김재홍
어린 동생을 돌보는 오빠 마음이 잘 나타나있다. 어린아이를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나도 겪어봐서 안다. 여기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엄마를 기다리는 오누이 애틋함보다는 동강, 그 자체다. 아름다운 동강과 그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때 묻지 않는 순수함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초록빛 나무를 한 아름 안은 초록빛 강물. 노를 젓는 나룻배 할아버지는 자연을 즐기기뿐만 아니라 버려진 병을 주워 보호할 줄도 안다.

언뜻 보면 그냥 바위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모습이 숨어있다. 그림 속에 또 다른 그림이 들어있는 이중구조인데, 그림책을 세로로 세워보면 숨어있는 그 그림이 보인다. 아이와 그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것만으로도 참 아름답지 않겠는가. 짙은 유화인데도 수채화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뛰어난 작가 솜씨겠지만, 자연이 주는 선물로 보인다.

작가는 이 <동강의 아이들>로 2004년 스위스에 본부를 둔 어린이 문화재단 '에스파스 앙팡'이 2년마다 한 권을 시상하는 '에스파스 앙팡(Espace Enfants) 상'을 받았다.

톨스토이는 '인간이 적응할 수 없는 환경이란 없다'고 했다지만 악취가 나는 자연을 어떤 인간이 견딜 수 있을까. 동화 속 오누이는 죽어가는 동강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아니 그런 동강에서 살아갈 생각이나 할까. 강을 망가뜨린 것도 사람이지만 살릴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단테는 '우리가 행복했던 시절을 비참한 환경 속에서 생각해 내는 것만큼 큰 슬픔이 또 있을까'라고 했다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가 애써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


동강의 아이들

김재홍 지음, 길벗어린이(2000)


태그:#리뷰, #그림 동화책, #동강, #김재홍, #환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