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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당신의 눈인사
접시꽃 당신의 눈인사 ⓒ 박경내

조금 더 걷다보니 나타난 버스정류장은 바다가 배경이 되어주고 있어 참 멋졌다. 그러며 조금 후면 이 곳에 앉아 뒤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바다는 볼 생각도 못 하고, 당장 오지도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찻길만을 바라보고 앉아있어야 할 어처구니 없지만 지극히 당연할 상황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나며 동네할머니께 여쭤보니 경주시내로 나가려면 우리가 처음에 내렸던 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단다. 여태껏 해안가 따라 걸어온 길이 꽤 되어서 조금은 당황스런 정보였지만 우선 저녁 먹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버스터미널에 앉아선 바다가 하나도 안 보인다.
이런, 버스터미널에 앉아선 바다가 하나도 안 보인다. ⓒ 박경내
바로 앞이 찻길이라 굳이 건너지는 않고, 이 쪽 저 쪽 바라보며 두리번거린다고 바빴다. 다시 길 건너를 바라보니, '마을회관'임을 알리는 페인트칠이 감 잡지 않으면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 벗겨져있어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 눈높이를 오른쪽으로 조금 돌려 포착되어진 기와지붕 위에 저건 아마도 두 개의 새일까, 건물의 모형일까 무척 궁금했지만 난 짐짓 새라는 확신을 품고선 사진으로 남겼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거리도 그렇고, 사실유무가 의심스러우니 다음번에 또 들를 일이 생기면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봐야 되겠다. 여행길에서의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이런 발견은 마냥 재미나기만하다.

새일까? 장식일까?
새일까? 장식일까? ⓒ 박경내
다시 바다를 뒤로 하고 차분한 듯 현란한 현수막과 노란 평상, 바다색을 닮은 상이 올려져있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그늘이 되고 쉼이 되고 배가 부르고 눈이 즐겁다. 사람이 만들어낸 색은 자연을 닮고 싶었지만, 종종 자연보다 더 강한 색을 표현한다. 난 보여지는 것보다 더 강하게 반응하는 사진의 강한 색상 느낌이 좋아서 색감에 있어서는 사진 찍을 때부터 미리 신경을 쓰는 편이다.

알록달록 발랄한 쉼
알록달록 발랄한 쉼 ⓒ 박경내

바다보다 더 파란 지붕
바다보다 더 파란 지붕 ⓒ 박경내

빨강에 대비해 진해진 바다빛
빨강에 대비해 진해진 바다빛 ⓒ 박경내

그 너머에는 선착장이 있어 어선들이 모여 있었다. 잘 보면 배마다 이름이 있다. 그 중에서 배에 적혀진 이름 '춘도' 한문으로 해석하면 '봄섬'이라는 의미일까나? 하긴, 봄 춘(春) 자는 촌스러운 듯 하지만 그래서 어쩐지 친근하고 정감이 가 쉬이 잘 불러진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다른 배이름도 더 찾아보려는 찰나, 주위를 둘러보니 두 사람은 벌써 저 앞에 걸어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이다. 이쯤되면 옆도 뒤도 보지 말고 앞을 향해 다다닥 달려가야 한다.

봄을 품은 배, 춘도
봄을 품은 배, 춘도 ⓒ 박경내
여럿 음식점 중에서 우리가 나름 고민해 들어간 곳은 <돌고래 횟집>. 이 식당은 무엇보다 계산을 다 하고 난 후의 애프터서비스가 사뭇 감동적이었다. 단지 버스 시간을 물었을 뿐인데, 주인아주머니가 먼저 팔 걷어붙이고는 우리가 걸어 나가기에는 다소 먼 버스 타는 곳까지 일부러 태워주셨다.

경주터미널에 도착해서는 놓쳤음이 분명할 막차를 몇 분차로 가까스로 탔으니 가슴 쓸어내리며 그분들의 선행이 재차 고맙게 여겨졌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터져 나오는 하품을 시작으로 경주의 동해바다에 머물렀던 여행길의 긴 하루를 마쳤다.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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