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게 죽음은 더 이상 모차르트를 듣지 못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35살에 요절한 천재음악가 모차르트를 두고 한 말이다. 그 모차르트가 250년 만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전(展)'이란 이름으로 서울을 찾았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난 6월 21일부터 열리고 있는 '모차르트전'은 오스트리아에서 개최됐던 특별전을 그대로 가져왔다. 작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열린 전시회로, 14만 인구의 잘츠부르크에 60만의 관광객을 그러모은 공신이었다.

가만있자, 그런데 모차르트는 음악가인데…, 도대체 무엇을 전시하는 걸까. 모차르트의 '모든 것'을 담았다는 이번 전시회가 자못 궁금해졌다.

모차르트전을 찾은 건 지난 19일 점심 무렵. 때마침 비가 와서 그런지 입구가 한산했다. 화살표를 따라가니, 흰 가발에 '우아한 뽕'이 들어간 모차르트 시대 의상을 입은 안내원이 티켓을 확인해준다. 오∼ 이런, 입구에서부터 250년 전 모차르트의 세계로 쏙∼ 빨려들어 가버렸다.

모차르트, 있을 건 다 있어요!

▲ 어린이가 스탬프를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 김귀자
전시는 총 12개의 홀로 구성돼 있다. 각 홀마다 모차르트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삶의 여정과 그가 살았던 18세기 유럽의 화려한 로코코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홀은 찬찬히 둘러보아도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했고, 오감을 만족시켜줄 다양한 체험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게다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방마다 설치돼 가족끼리 오기에도 적당할 듯 보였다. 주최 측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가족, 커플, 친구, 혼자 오는 사람까지 관람층이 매우 폭넓다고 했다.

첫 번째 홀을 들어서면 벽면을 따라 펼쳐지는 대형 파노라마 영상이 꽉 차게 들어온다. 그를 보면서 따라가면 모차르트와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의 초상화가 소개된다. 세 번째 홀은 모차르트의 가족이다. 가족 간 대화로 이뤄진 실루엣 애니메이션이 재밌게 만들어졌고, 그밖에 친필 편지, 지금과 다른 피아노 등의 생활 유품도 볼만 하다.

네 번째 홀에는 모차르트의 사랑이란 테마로 그의 부인과 첫사랑에 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 이곳에서 나만의 악보를 만들 수 있다
ⓒ 모차르트전
관람객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가 높은 곳은 다섯 번째 홀이었다. 모차르트가 발명한 작곡법을 응용한 자동작곡기가 설치돼, 잠시나마 모차르트가 되어 악보를 만들 수 있다. 같은 악보가 나올 확률이 5조분의 1인데다, 악보에 개인 사진까지 넣어준다.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악보'라는 희소성이 말도 못할 뿌듯함을 안긴다.

▲ 로코코 의상을 입고 사진 한컷~
ⓒ 김귀자
여섯 번째 홀도 놓칠 수 없는 재미가 있다. 로코코 시대의 남녀의상이 준비되어 있어 직접 입어볼 수 있다. 빵처럼 둥그렇게 부풀어 오른 치마와 레이스 달린 웃옷을 입고 흰 가발까지 썼다.

마무리는 부채로 우아하게∼ 사진 한 컷! 남녀 의상이 모두 준비되어 있어, 특히 연인들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오스트리아 현지 댄스마스터로부터 당시의 춤 동작도 배워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댄스마스터가 없어서 배우지 못했다.

일곱 번째 홀에는 모차르트가 사용한 그릇과 커피잔 등 기호생활이 전시되었다. 18세기에 사용됐던 여러 향신료가 유리병에 담겨 직접 냄새를 맡아 볼 수 있었다. 여덟 번째 홀은 파티와 오락을 좋아한 모차르트가 즐겼던 여러 게임이 전시되었다. 당구와 카드, 빙고는 지금도 익숙한 것이지만 가족이 모두 즐겼다는 뵐츠 사격은 처음 본 것이었다.

아홉 번째 홀에는 모차르트가 직접 연주했던 피아노와 연주회에 사용했던 악기들이 전시되었다. 특정 악기 소리를 선택해 들어볼 수 있는 기기가 설치돼 관람객들의 흥미를 돋우었다.

평소 미술전시회를 자주 다닌다는 박혜령(19)씨는 "미술전시는 보통 따분한데, 모차르트전은 체험하는 게 많아서 좋아요"라며 "특히 악기를 선택해 소리를 들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고 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 내 생애 최고의 곡, KV452번을 감상할 수 있다
ⓒ 모차르트전
열한 번째 홀은 모차르트가 '내 생애에 최고의 곡'이라 칭한 KV452를 편안히 앉아 들을 수 있어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다. 벽면을 따라 둘러가며 설치된 작은 의자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앉아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나도 한자리 차지하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음악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선율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왔다. 금방이라도 음표가 통통 튀어나와 나에게로 뛰어들 것 같았다. 음향이 기대만큼 좋지가 않았음에도 이 정도라면….

▲ 모차르트의 실제 머리카락
ⓒ 김귀자
마지막 홀에서는 여러 작곡가들이 모차르트에 헌정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모차르트에 관한 삶과 의문에 쌓인 죽음은 300권이 넘는 책과 가십을 만들어냈다. 또 모차르트의 실제 머리카락과 임종 초상화는 안타까움을 주었다.

전시를 다 보고나니 어느새 두 시간이 금방 지났다. 출구로 나가는 길, 음표로 장식된 갖가지 문구류와 액세서리가 있는 기념품 가게가 발목을 잡았다. 사지 않더라도 음표 우산, 음표 핸드폰 줄, 음표 지우개까지 다양한 기념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음표연필과 음표 머그컵이라고 점원이 살짝 귀띔해줬다.

이곳에서 기념품을 구경하고 있던 한 커플을 만났다. 기대 이상의 전시회라며 만족해했지만, 한편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음향 시스템이 안 좋아서 실망했어요." (전재현·남·22)
"전체적으로 좀 짧아서 아쉬움이 남아요." (한화선·여·23)

그래도 꼭 사람들에게 전시회를 추천해주고 싶다는 이들이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역시 '나만의 악보' 만들기.

35년의 짧은 생애 동안 626곡이나 되는 곡을 쓴 모차르트는 죽는 순간까지도 곡을 썼다고 한다. 이번 모차르트전에서 그의 천재성 뒤에 숨겨진 열정을 보았다. 전시회는 내 가슴을 충분히 적셔줄 만했다.

모차르트전에는 체험코너가 많아 제대로 보려면 1∼2시간은 필요하다. 복잡한 주말보다 평일에 오는 것이 훨씬 여유롭게 볼 수 있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 연인, 가족이 있다면 배가 될 터. 어쩔 수 없다면, 혼자라도 괜찮다. 전시회를 보고 나면 모차르트가 친구가 되어 줄 테니까.

모차르트의 음악만이 아니라 그의 생애를 엿보고 나니, 왠지 친구의 비밀을 알고 난 뒤의 친밀감이 느껴진다. 25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평생 친구 되기, 9월 15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 김귀자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모차르트, #아마데우스, #전시회, #세종문화회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