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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검증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이명박 후보.
19일 검증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이명박 후보.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오늘 검증위원들께서 준비도 많이 하신 것 같다. 그러나 그 내용이 네거티브(음해)성 의혹에 근거해 질문을 만드신 것 같다. 저는 오늘 매우 진솔하고 있는 그대로를 국민에게 말씀드리려고 노력했다. 그간 많은 네거티브에 시달리면서도 제가 화합을 한다는 측면에서 대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청문회를 통해 사실은 사실대로, 아닌 것은 아닌 것대로 답변을 드렸다. 오늘을 계기로 국민들께서 많은 이해가 계셨으면 좋겠다. 저는 오늘 정말 진솔하게 답변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후보검증청문회를 막 마치고 나온 이명박 후보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그는 '네거티브 의혹'을 두 차례 강조하면서 역시 '진솔한 답변'을 두 번이나 강조했다.

이 후보는 3시간 동안 텔레비전방송으로 생중계된 청문회에서 검증위원들의 집요한 질의가 이어질 때마다 "전형적인 네거티브"라며 의혹 확산을 차단하려 애썼다. 이 후보는 이날 답변 과정에서 '네거티브'라는 표현을 11차례나 썼다.

이 후보는 98년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이후에 '㈜다스'의 주요회의에 참석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단박에 "이런 것이 정말 네거티브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 회사 같았으면 (회사를 내 것으로) 차고앉았지 않겠느냐"며 "할 일 없고 놀 때 처음 회사가 잘 되나 싶어서 가봤지 그 이후에는 안 가봤다"고 답했다.

"홍은프레닝 관련 서울 천호동 개발 허가와 서울 서초동 건물 관련 고도제한을 푸는 데 문제가 있지 않았냐"는 등의 질의도 모두 '네거티브'로 규정하며 박근혜 후보측의 네거티브 공세와 이를 막지 않는 한나라당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 문제를 제기한 분들이 네거티브를 하면서 오해를 만들고 있다. 너무 안타깝다. 저희 한나라당이 그렇게 (네거티브 공세에) 당해서 대선에서 두 번 실패했다. 네거티브가 잘못됐다는 게 나중에 판명됐고, 판명됐을 땐 이미 늦었다. 그렇게 당한 한나라당인데 나는 같은 당 안에서 그전보다 더 심하게 당하고 있다."

이 후보는 상대후보 질의 순서에 박근혜 후보 쪽에서 이 후보 범죄경력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전과 14범'도 박근혜 후보 쪽에서 질문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예민하게 반응해 박 후보측 공세에 대한 과민 반응을 노출하기도 했다.

19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가 이명박 후보의 차명 부동산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19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가 이명박 후보의 차명 부동산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근거 없이 개연성으로 네거티브" 역공

이 후보는 특히, 서울 천호동 브라운스톤 건물을 지은,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과 관련해서는 "홍은동이 아니고 천호동인데 왜 홍은인지, 홍은이 회사 이름인지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제가 당하고 있는 네거티브는 어떤 근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연성으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개발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그때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인데 친·인척 회사에 정보를 줄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고 되받아쳤다.

그는 교통카드 선정과 관련, 서울시가 2003년 9월 당시 삼성이 더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도 우선협상자로 LG가 선정된 것은 이 후보가 LG와 사돈관계 때문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LG는 사돈이 아니다. 이것도 대단한 네거티브다"라고 역공했다. 그는 이어 "이를 MBC가 보도했는데, 나중에 사과방송을 하고 MBC 사장 이름으로 이 문제를 잘못했다는 사과 편지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1977년 충북 옥천 땅을 사들였다가 82년에 처남에게 팔았는데, 땅 매입 당시 옥천 일대가 행정수도 후보지였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 그런 소문은 듣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투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 (지역) 분들이 사달라고 해서 부득이 사 준 것"이라며 "지금도 쓸모없는 땅을 왜 투기를 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쓸모없는 땅이라면 왜 처남이 샀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산을 가지고 있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서 처남에게 팔아달라고 했는데 팔리지 않자 처남이 샀다"며 명의신탁 의혹을 부인했다.

이 후보의 처남과 큰형이 1995년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에 판 문제의 서울 도곡동 땅 의혹과 관련, "김재정씨와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투자비율은 53대 47인데 매도 직후 대금을 나눈 비율은 68대 32에 그쳤다. 이 후보의 땅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대뜸 "그 땅이 내 땅이라면 얼마나 좋겠냐? 정말 좋지 않겠느냐. 큰 재산인데…."라고 되물었다.

"향후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로 밝혀지면 어떻게 할 셈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이 후보는 "(내가 검찰에) 조사 받은 것이 아니라 땅 소유주인 김재정씨가 이 땅은 내 땅이라고 고발했다"면서 "우리가 조사 받을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나중에 법조단지로 조성된 서울 서초동 꽃마을 땅을 77년에 구입한 것이 투기 목적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현대건설이 중동 대공사를 수주해 76년 임직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를 줬다. 당시 나는 해외로 일을 하러 다니던 때라 퇴직 때까지 회사가 내 돈을 관리해줬는데, 내 돈으로 서초동 땅을 사는데 썼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고 기존의 해명을 되풀이했다.

그는 "89년 현대가 세무사찰을 받을 때까지 이 땅의 정확한 위치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검증위원들이 거듭 "당시 이 후보의 가장 큰 재산인데 어찌 그렇게 모를 수 있냐"고 묻자, 그는 "(해외)출장이 잦아 회사에서 거의 대신 살림을 살아주다시피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가장 큰 재산인 서초동 땅을 12년 동안 위치도 몰랐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 정주영 회장은 이미 고인이 되었으며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 후보의 땅 매입자금을 관리했던 정택규 전 현대건설 이사도 지난 4월 별세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 후보는 답변 도중 가끔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지만 부동산 차명소유 의혹에 관한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곤혹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에서 영남대 회계서류를 들고 답변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청문회에서 영남대 회계서류를 들고 답변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부동산 차명소유 질문 공세에 '곤혹'

그러나 기관지확장증으로 면제를 받은 자신의 병역 의혹 질의가 이어질 때에는 잇달아 기침을 하며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기관지 확장증은 잘 완치되는 병이 아니고 대통령의 직무는 격무라고 하는데 이러한 질병을 갖고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기침을 하면서도 "이 병을 (치유하기 위해) 제 자신이 노력했다. 입사해서는 3끼를 정상적으로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서, 일은 최선을 다했지만 이 병이 나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오전 박근혜 후보는 최태민 목사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소문을 얘기하자,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대뜸 "나에게 애가 있다는데 데려오면 DNA 검사도 해주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우리 속담에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은 있다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한 거침없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오전이 '거침없는' 청문회라면 오후는 '기침 많은' 청문회였다.

한나라당 검증위원들은 예상과 달리 상당히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철저히 준비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오전의 박근혜 청문회는 '최태민 청문회'라고 부를 만큼 최태민 의혹에 집중된 반면에, 이명박 청문회는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다는 느낌을 줬다.

이는 한나라당 후보검증위원회가 두 후보에 대한 검증대상을 확정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검증위는 일반인으로부터 신고 받은 총 87건과 검증위에서 결정한 검증대상을 선별해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차명재산 의혹 등 총 22건,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육영재단 관련 의혹 등 총 12건을 검증 대상으로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더 많은 의혹을 가진 이명박 후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 청문회 3시간은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는지도 모른다. 또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검증위원들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 캐물어도 막무가내로 부인하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부실 답변으로 의혹을 키운 측면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당 사상 처음인 한나라당의 역사적인 후보검증청문회는 '시작이 반'이라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명박#네거티브#검증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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