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언젠가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 기독교방송에 이르렀을 때, 어느 목사가 두 손을 흔들며 이렇게 외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나님 믿으면 부자됩니다! 하나님 믿으면 병이 낫습니다! 하나님 믿으면 성공합니다!" 종종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는 것을 보면, 그러한 생각이 비단 그 목사만의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이건 그러니까 Give & Take 식의 생각이지요. 기독교의 신은 사랑의 하나님이라는데, 그렇다면 자신을 믿는 사람을 대우해주리라는 기대인 게지요. 나는 신을 믿으니까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신에게 그것을 달라고 기도했으니까 응당 구한 것을 받아야만 한다 이거지요. 들어가는 것, 즉 Input 이 있으니 나오는 것, Output 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고보니 요런 생각 대단히 기계적인 발상이로군요.

▲ 하늘은 우리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나는 공장이 아니라구!"
ⓒ 전성준

적잖은 기독교인이 그런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생각, 이러한 기대를 기복신앙이라고 합니다. '복'을 '기원'하는 믿음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어도 암 걸릴 수 있고, 소매치기 당할 수 있고, 원하는 대학에 떨어질 수 있고, 교통사고 당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신은 어째서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기도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즉시, 그리고 달라는 대로 다 쥐어주지를 않는 것일까요? 사랑의 신이 맞기는 한 것일까요? 혹시 대단한 심술꾸러기에 애태우기 좋아하는 앙큼쟁이인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무신론자들의 말처럼 신은 새디스트인 것일까요?

생각해 봅시다. 만일 신이 자신을 믿는 사람만 잘해준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누구나 이익을 목적으로 신을 믿게 되겠지요. 조건부의 믿음, 줄서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건 참다운 믿음이라 할 수 없고, 신은 그런 믿음을 원하는 것이 아니지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진심과 진정을 바라듯, 신도 마찬가지를 원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아이들이 뭐 사달라, 저거 하게 해달라 하고 조를 때마다 오냐오냐 하며 다 들어주는 것이 아이를 위하는 일이 아니라, 도리어 아이에게 몹쓸짓을 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른 사랑이 아니듯, 사람의 기도를 듣는 신의 입장도 그와 같겠지요. 신이 있다면, 그는 우리에게 아마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네가 미웠다면 마음껏 떡을 줬을텐데. 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네가 그것을 알건 모르건 간에 말야."

또,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이라 불리는 신은 의롭고 공평한 존재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를 공의로운 하나님이라 표현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일까요?

생각해 보자구요. 이 세상의 물질이나 조건들은 한정되어 있지요? 돈과 부동산, 명문대 입시정원, 대기업 취업정원 등은 그 수량이 모두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신에게 (십일조 많이 내겠으니)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내 자식 명문대에 붙게 해달라고, 제발 좀 저 대기업에 취업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사람들의 바람, 수요는 늘상 현실의 공급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학교 다니는 내내 열심히 놀기만 했던 A라는 청년이 있다고 합시다. 이제 졸업 때가 다가오고 주변에서는 자꾸만 취업 어떻게 됐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딱히 답해줄 말이 없어 민망합니다. 조바심이 납니다. 그러던 차에 A는 새벽기도를 나가기 시작합니다. 매일 새벽, 자신의 대기업 S사 취업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A는 감상적이기도 하여 기도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도 줄줄 흘러 내렸지요. 그러자 이를 본 신이 감격에 겨워 눈물을 좔좔 흘리며 "그래, A가 열심히 기도했으니 이번 S사 취업건은 A에게 줄게"라고 한다면, A가 합격함에 따라 불합격되는 사람이 생겨나게 되겠지요.

신을 믿지 않고 기도도 하지 않았지만 A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던, 그래서 본래는 합격되었어야 마땅하지만, 신의 빽으로 합격한 A에 밀려 불합격 되는 피해자 B가 생겨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건 대단히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것이지요.

신이 사람들의 기도를 전부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이유가 바로 그와 같습니다. 우리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대단히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남보다 잘 되고, 보다 더 많이 갖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기적인 의도와 동기, 목적으로 신에게 기도하고 요구하곤 합니다. 만일 지금 이순간부터 신이 사람들이 기도하며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겠다 한다면 지구는 딱 3초 만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겠지요.

공의로운 하나님이라는 의미는, 세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선의의 피해자를 낼 수밖에 없는 특혜라는 것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한결같고 동일하다는 것이지요. 참 재미없는 존재로구나 할 수도 있지만, 또 반대로 변화무쌍, 변덕, 불의, 비리, 특혜가 난무하는 세상에 비춰보면 그 한결같음이 실은 대단히 값진 것임을 알 수 있지요.

아무튼, 믿기만 하면 무조건 잘된다, 아무 노력 없이도 기도만 하면 다 받는다는 생각. 그러니까 기복신앙 수준의 믿음은 대단히 얕고 조건부의 것이라 시련이 닥치면, "신이 존재 하는 것 맞나. 있다면 그를 믿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하며 등지고 떠나기 쉽습니다.

기복신앙에서 벗어날 때, 비록 나는 이것을 받기를, 또 저것을 내게 주시기를 원하지만,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변함없이 신을 믿고 신뢰하며 무엇보다 신을 사랑하는 믿음에 이를 때, 그때 신을 바로 보며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때에 비로소 신과 인간의 관계는 조건부의 줄서기나 일방적으로 한쪽에서 한쪽으로 주기만하는 어른과 아이의 관계 같은 것이 아닌, 양방향의,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무한한 애정으로 바라는 사랑의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기독교에서 보는 신과 인간의 관계는 바로 그와 같습니다. 바로 사랑, 사랑이라는 것이지요. 그것은 대단히 지극하고 절실한, 애틋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지요.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연인의 관계와 같달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족이랄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보자구요. 어떤가요? 그냥 그 자체로,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 그 자체로 기쁘고 감사하지 않나요? 사랑하는 그가 내게 무엇을 해주고 해주지 않고를 떠나, 그의 존재만으로 기쁘고 감사한 법이지요.

그리고 하나님을 믿으면 잘 된다는 것은, 아무 노력도 없이, 전혀 바르게 정직하게 살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하나님 나 당신 믿으니까 나 잘 되게 해주시고 돈 많이 벌게 해주십쇼!" 한다고 신이 "어이쿠 그래, 오냐, 자 옛다!" 하고 내주는 무슨 자판기 같은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이지요.

하나님 즉 신을 믿는다는 것은 신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대상의 말에 귀 기울이고(경청) 그 뜻을 존중하며 진심으로 또 기쁨으로 따를(순종, 실천)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신이 인간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데요. 그것은 대단히 단순한 것으로, "나(神)를 사랑하고 또한 너희(人間) 서로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을 사랑한다면 신을 향해서나 다른 이들에 대해서나 사랑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사랑해야 할 다른 이들이란 우리의 가족과 친구, 이웃 뿐 아니라,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 소외되고 억눌린 사람들, 불의와 압제 아래 신음하는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면, 그 아픔을 함께 느끼며 견딜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노예로 고통받는 히브리인들을 보며 함께 고통하던 모세의 마음과 같이 말입니다. 따라서 고통을 덜어주고 싶고 행복을 나누고 싶어집니다. 그러므로 나 자신만을 위한 노력과 기도로부터, 그런 다른 이들을 위한 노력과 기도로 나올 수밖에 없게 되지요. 믿는다는 것은 실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그런 사람, 그러니까 신을 향해서나 사람들을 향해 사랑이 가득한 사람은 잘 될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다시말해 이건 아무 노력도 없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신을 정말 사랑하고, 그에 따라 신의 음성에 귀기울이고, 그 뜻을 따라 삶 살 때에 비로소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종종 아무 노력도 없이 단지 믿기만 하면 만사형통일 것이라 기대하는데 이는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입니다.

잘 되고 싶으십니까? 답은 간단합니다. 잘 될 만하게 사십시오. "No Cross, No Glory" 십자가 없이는 영광도 없는 법이랍니다.

태그:#기독교, #예수, #하나님, #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