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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8살짜리 딸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더니 “엄마, 자면서 꿈을 꿨는데요. 우리가 일산으로 이사 가는 꿈을 꿨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떨어지기 싫어서 꿈속에서 엉엉 울었는데 엄마 제 울음소리 들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꿈속에서 울었는데 그 소리가 엄마 귀에 들렸느냐고 물으니 이런 황당할 때가…. 내가 딸아이의 꿈속에 출연한 것도 아니라 알 수도 없고…. 잠시 생각을 한 후에 아이에게 대답했습니다.

“그럼, 들었지. 고운이가 너무 시끄럽게 울어서 엄마가 잠에서 깨버렸잖아.”

아이는 자기 울음소리에 잠이 깨버렸다는 엄마 말에 너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첫아이를 뱃속에 안고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온 지 어느덧 12년째. 뱃속에 있던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고 동생도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으니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이사가 결정된 터라 엄마인 나 역시도 주변 정리를 하기에 모자란 시간인데 딸아이도 제 딴엔 친구들을 떠나 일산으로 이사 간다는 것에 서운한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아이는 그냥 인천에서 살면 안 되느냐고 몇 번을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안 된다고 대답했는데 아이는 엄마 말을 듣고 친구들에게 벌써 작별인사를 고하러 다닌다고 했습니다. 아이 말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런 꿈까지 꿀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사 가도 좋은 친구들이 학교에 많이 있으니 이사를 가자고 설득을 하니 알았다고 대답을 하면서도 아이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정을 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일인가 봅니다. 이사를 가면 아이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사람 사는 정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서운합니다. 울고 웃다가 정들었던 내 12년 지기 친구, 인천 효성동이여, 안녕….

#이사#딸#정#꿈#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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