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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황기, 마늘, 찹쌀 삼계탕에 필요한 재료
닭, 황기, 마늘, 찹쌀 삼계탕에 필요한 재료 ⓒ 정현순
15일은 초복이다. 남편은 이맘때가 되면 땀을 유난히 많이 흘린다. 땀을 많이 흘리고 나면 자연히 기운도 없을 것이다. 하여 여름철 동안 체중이 2~3Kg 빠지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남편은 며칠 전부터 "15일은 초복인데" 하면서 은근히 나에게 각인을 시켜 주는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초복에는 황기삼계탕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어련히 알아서 해줄텐데 저렇게 선수를 치는지' 하면서 일부러 못들은 척 했다. 초복인 15일은 일요일이다. 토요일에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푹' 쉬면 피로가 '쏴악~' 풀릴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 먼저 황기삼계탕을 해주기로 했다. 황기는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없을 때 최고라고 한다. 또 피부의 기능도 보해 주고 소화기능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마침 마트에서 초복 행사로 생닭 한 마리에 1580원씩 판매하고 있어 두 마리를 사왔다.

닭속에 찹쌀, 황기, 마늘을 넣었다
닭속에 찹쌀, 황기, 마늘을 넣었다 ⓒ 정현순
재료로는 생닭 두 마리, 황기 5뿌리, 마늘 3~5통, 닭삶은 물에 끓인 닭죽을 좋아하기에 찹쌀도 넉넉히 준비했다. 찹쌀도 빠진 기를 보강해 주는 좋은 음식이다.

닭에 붙어있는 지방을 모두 제거하고 속까지 손을 넣어 깨끗이 씻어준다. 깨끗이 손질된 닭에 물에 불린 찹쌀과 황기를 넣는다. 찹쌀과 황기를 넣은 후 마늘로 마무리를 해준다. 그럼 찹쌀이 나오지 않아 솥밑에 누를 염려가 없다. 남편은 마늘도 좋아해서 넉넉히 준비했다.

언젠가 TV에서 유명한 삼계탕 집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 주방장이 닭의 한쪽다리에 구멍을 내서 다른쪽 다리를 집어 넣어 찹쌀이 삐져나오지 않게 하는 것을 보았다. 나도 그것을 해보려고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실패했다. 한쪽다리에 있는 살이 너덜너덜 거려 할 수 없이 마늘로 마무리를 하고 말았다.

준비된 닭을 압력솥에 넣고 끓여준다
준비된 닭을 압력솥에 넣고 끓여준다 ⓒ 정현순
잘 끓은 삼계탕
잘 끓은 삼계탕 ⓒ 정현순
먹기좋게 잘라준다
먹기좋게 잘라준다 ⓒ 정현순
닭국물에 찹쌀을 넣고 닭죽을 끓여준다
닭국물에 찹쌀을 넣고 닭죽을 끓여준다 ⓒ 정현순
이렇게 준비를 끝낸 닭에 물을 조심스럽게 붓고 강불로 끓여준다. 20분 정도 지나면 중불로 끓여 낸다. 집안에 닭 끓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퇴근해 돌아온 남편은 냄새만 맡고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언제부터 내가 남편에게 머리가 길다고 해도 남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분이 좋은지 "나 얼른 가서 머리 자르고 올테니깐 상 차려놔" 한다. "왜 닭 다 됐는데 먹고 가지?" "아니야 밥 먹고 가면 문 닫을 시간이야" 하더니 한걸음에 집을 나선다. 난 그 사이에 아주 약한 불로 다시 한 번 끓여주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남편의 얼굴에 생기가 난다. 얼른 상을 차렸다. 큰 볼에 잘 익은 닭을 담아냈다. 남편은 먹기 좋게 한숨에 닭을 자른다. 소금과 후추를 섞은 소스에 닭을 찍어 먹는다. 황기 삼계탕에는 부추김치가 잘 어울린다고 하기에 부추 겉절이도 했다. 남편은 단숨에 닭 한 마리를 해결한다.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맛을 보라고 작은 그릇에 닭죽도 주었다. 파와 소금을 넣고 부추김치에 맛나게 먹는다. 정말 먹고 싶었나 보다. 난 "안 해주었으면 큰 일 날뻔했네" "야~~ 정말 잘 먹었다. 기운이 막 나는 것 같다"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남편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남편은 담배를 핀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갔다 들어 온 남편은 잠시 TV를 보더니 어느새 단잠이 들어 버렸다. 그렇게 푹 자고 쌓였던 피로가 모두 풀렸으면 한다.

여름 보양식으로 여러가지가 있다. 장어구이, 영양탕, 삼계탕, 용봉탕 등. 어떤 조사에서 보니 응답자의 74%가 여름 보양식 가운데 삼계탕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외식을 해도 가격이 싸고,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부담도 없고, 또 그만큼 더위에 효과가 있어서 일 것이다.

더위도 초장에 잡아야지 그대로 쌓이면 몸은 천근만근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올 여름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초복#삼계탕#닭#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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