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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
책 겉그림 ⓒ 한길사
뭔가를 하지 않으면 좀체 좀이 쑤시는 세상 같다. 딱히 정한 목적이 없음에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무슨 일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시대 같다. 그렇지 않으면 손발과 맥이 풀리는 듯한 세상이다. 그처럼 뭐든 발 빠르게 대응하면 그것이 곧 능사인줄 안다. 하지만 그것은 깊은 성찰과 바른 방향타를 상실케 한다.

김민웅의 인문학에세이 <자유인의 풍경>은 오늘날의 그런 세태를 향한 경종이요, 새롭게 나가야 할 세대를 위한 울림이다.

"빠르게 뛰어가는 일만 능사인 줄 알았다가 멈추어 서서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며 어디로 가야 할지 질문할 수 있을 때 인생을 가치 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인문학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까닭은 오랜 문명의 자산과 인류의 지혜를 그 안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에 그는 문학작품과 연극 등을 통해 거침없는 자유란 과연 무엇인지, 시와 영화를 통해 상처와 좌절을 딛고 힘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디딤돌은 무엇인지, 철학과 신화를 통해 우리의 역사가 발전할 수 있는 생각과 자세는 어떠한 것인지 되짚고 있다.

그것은 느림의 미학을 모르고서는 얻을 수 없는 깨달음이요, 인생의 험한 질곡을 겪지 않고서는 깨달을 수 없는 성찰적 교훈이요, 역사에 대한 참여가 없이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귀중한 진리의 궤적이다. 그 깨달음과 교훈과 궤적은 그래서 날갯짓을 펴고 비상할 때에만 더욱 빛이 난다.

사육당하지 않는 진정한 영혼의 자유는

그것은 산업사회가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와는 달리 호숫가 근처의 숲 속으로 들어가 느림과 성찰의 삶을 홀로 추구했던 '소로우'를 통해서, 나비가 되려는 유충을 돕겠다고 고치의 중간을 잘라 결국 유충이 죽고 말았다는 그래서 생명에 대해 서두르지 않는 지혜를 얻었다는 '카잔차키스'를 통해서 그 날갯짓을 바라보게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본래는 국어선생님이었다가 노동운동에 뛰어든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의 현실 참여를 통해 과연 사육당하지 않는 진정한 영혼의 자유가 무엇인지, <왕의 남자>속 '장생'을 통해 기회주의의 깃발이 나부끼는 이 세상에서 과연 세상의 눈치와 줄타기를 버리고 참된 자유인의 깃발을 드높이는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토록 해 준다.

그러나 그런 성찰의 날갯짓을 지닌 사람들 중에서 역사와 시대에 타협해 스스로의 날개를 잃은 이들도 적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이른바 새로운 사회건설을 부르짖었지만 기득권층이 제공하는 사교생활에 익숙했던 볼테르가 그랬고, 신해혁명 이후 민중의 굶주린 배를 채워 줄줄 알았지만 결국 자신들의 잇속만 튀어나온 배에 꾹꾹 채워 넣었던 <아Q정전>속 국민당 정부의 핵심 인물들이 그랬음을 꼬집는다.

"부디, 어떤 힘겨운 순간을 만나도 영혼의 날개를 접지 말기를, 하늘은 우리가 지쳐 쓰러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활짝 펴고 태양을 향해 솟아오르는 멋진 모습을 고대하고 있다. 추락하는 자는 날개를 접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날개를 펴라. 하늘은 그대의 것이다."- 477쪽

역사 속에서는 권력과 이권에 타협하지 않는 성찰적 자유인만이 죽어서도 창공을 나는 사람으로 각인되는 법이다. 아무쪼록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지 않는 숲과 영혼을 갉아먹는 쥐들만 들끓는다는 시대 속에서도 어떠한 권력과 이권에 굴하지 않는, 참된 자유인의 날갯짓을 하는 이들이 점점 많았으면 한다.

자유인의 풍경 - 김민웅의 인문학 에세이

김민웅 지음, 한길사(2007)


#자유인의 풍경#김민웅#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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