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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요즘도 우담바라가 특종이 될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집에 기자들이 몰려들면 어쩌지?'

행복한 상상일까? 어처구니없는 망상일까? 특종이건 아니건 우리 집 베란다 화분에 우담바라가 핀 것은 사실이다. 우담바라가 풀잠자리 알과 같은 게 확실하다면 말이다. 불도도 아니고 그렇게 복 받을 만큼 잘 살아온 것 같지도 않은데 우리 집에 우담바라가 피다니….

▲ 베란다 난간에 걸어놓은 금잔화 화분에서 시든 꽃을 자르려다 우담바라로 추정되는 작은 알갱이들을 발견했다.
ⓒ 장영미
7월 9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베란다의 꽃들과 채소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날따라 늘 튼튼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금잔화 화분에서 시든 꽃이 눈에 띄었다. 정원용 가위를 들고 달려든 순간, 어디서 본 듯한 작은 알갱이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 블로그에서 본 듯한 가는 실에 매달린 알갱이들, '우담바라'였다. 실제로는 풀잠자리 알이라는 것도 그 블로그에서 알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증거를 남겨야겠기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 마치 머리에 꽂는 장식 같다.
ⓒ 장영미
다음날, 우담바라가 잘 있는지 보려고 베란다에 나섰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금잔화 꽃 여기저기에 더 많은 우담바라가 핀 것이다. 이 꽃, 저 꽃, 심지어 이파리까지, 게다가 어떤 꽃에는 수십여 개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어쩌다 이런 행운이 찾아왔을까? 이번에는 배경에 검은색, 파란색 색종이까지 깔고 작은 디카를 이리저리 들이대며 수십 컷을 찍었다.

▲ 다음 날 발견된 우담바라의 행렬. 마치 빗줄기가 쏟아지는 듯 하다.
ⓒ 장영미
이것이 우담바라인 게 확실하고 신비한 기적과 같은 일인 게 틀림없다면 이는 모두 부모님들의 '정성' 덕이다. 멀리 떠나 있는 우리를 염려해 늘 기도해주시고, 마음 써주시고, 치성을 드려주시는 양가의 부모님 덕이 틀림없다.

우담바라는 고즈넉하고 신령함이 떠도는 깊은 산 속의 사찰에만 피는 줄 알았는데 베란다 난간에 걸쳐놓은 금잔화에 피어나다니 조금은 의외였다. 하긴 풀잠자리의 알이라면 풀잠자리가 날아다니다 안전한 곳이라 판단한 곳에 알을 낳을 테니 어딘들 어떠랴.

▲ 우담바라는 여러 꽃송이에 피었다. 심지어 이파리에도.
ⓒ 장영미
인터넷을 조금 검색해보니 최근에 일명 우담바라가 발견되는 곳들도 천태만상이다. 자동차 유리창, 교실 창, 화장실 문짝, 장롱, 토마토, 나리꽃 이파리, 빨래걸이, 불상, 스님의 손 등. 이러니 이걸 불교에서 말하는 전설의 꽃, 상상의 꽃, 삼천 년 만에 피우는 신비한 꽃, 영험한 꽃 우담바라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의문이긴 하다.

▲ 장마철이라 습한 틈을 타 진드기가 많이 생겼다. 우담바라를 위해 진드기 살충은 자제해야할 것 같다.
ⓒ 장영미
▲ 풀잠자리 알이라면, 풀잠자리는 예술가이거나 훌륭한 건축가이거나... 어쩜 저렇게 예쁜 간격으로 줄줄이 알을 낳을 수 있는건지...
ⓒ 장영미
▲ 풀잠자리 알이든, 우담바라든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지가 궁금하다.
ⓒ 장영미
지금도 여전히 학계의 견해와 종교적 입장은 다른 것 같다. '풀잠자리 알이다', '우담바라다', '우담바라와 풀잠자리 알은 같은 것이다'….

신심 있는 사람들에겐 신령한 일일 것이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겐 한낱 곤충알일 것이고, 그럼 나는 어느 쪽일까? 불심은 없는 편이지만, 드문 일이 갖는 영험함에 기대를 걸어보는 소박한 중생에, 한 때의 즐거운 상상을 가져다준 아름다운 알갱이 우담바라에 감사하는 꽃 가꾸는 아줌마!

"우담바라 감사해요. 꼭 우리 집에 좋은 일이 있게 해주세요∼"

▲ 시든 꽃이 우담바라를 끝까지 잘 지켜줄 수 있을런지 걱정이다.
ⓒ 장영미

태그:#우담바라, #금잔화, #풀잠자리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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