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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대학 구내의 야채 노점
칭화대학 구내의 야채 노점 ⓒ 김종성
중국 대학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일반인들을 보고 의아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드넓은 중국 대학 캠퍼스의 변두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구내 꽁위(아파트)에서 학생이나 교직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함께 거주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는 대학 구내에서 한국식으로 말하면 양로원 같은 곳도 찾을 수 있다. 편의점·극장·술집이나 시장 같은 시설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또 야채 노점에서 아줌마들이 장을 보는 장면도 흔히 보게 된다.

사진에 나타난 것은 베이징대학(북경대학)과 더불어 중국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칭화대학(청화대학)의 서남쪽에 있는 야채 노점이다. 야채뿐만 아니라 수박 같은 과일도 팔고,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이상한 식물도 팔고 있다. 한국 같으면 도시 변두리나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겠지만, 칭화대학 안에서는 전혀 낯선 장면이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학생과 교직원만 볼 수 있는 한국 대학과 달리 중국 대학은 학생·교직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함께 어울려 살고 있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칭화대학 안에서는 꽁위(아파트)뿐만 아니라 허름한 집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하나의 대학 안에 하나의 도시가 구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학 구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칭화대학(청화대학) 학생들.
대학 구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칭화대학(청화대학) 학생들. ⓒ 김종성
중국 대학에서 이처럼 도시 같은 풍경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과 교직원뿐만 아니라 술집 주인과 야채 장수까지도 함께 대학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이런 풍경은 왜 생긴 걸까?

그 원인은 계획경제 시절의 대학정책과 시장경제 도입 이후의 사회변화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과거의 계획경제체제 속에서 원인의 일면을 찾을 수 있는 한편, 현재의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원인의 또 다른 일면을 찾을 수 있다.

계획경제 시절의 중국은 대학을 하나의 경제적 딴웨이(단위)로 설정했다. 그래서 대학 내에서 모든 경제생활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과 교직원뿐만 아니라 특히 교직원의 가족들 심지어는 퇴임한 교직원과 그 가족들까지도 대학 구내에서 함께 생활하고, 나아가 대학 내에 가급적 모든 생활시설(편의점, 야채 가게, 술집, 극장 등등)을 갖춤으로써 이 딴웨이 안에서 모든 경제생활이 운용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대학을 하나의 경제적 도시로 만들려 한 셈이다.

자본주의경제는 두 경제집단 사이의 경계(예컨대 국경)를 허물려 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데에 비해, 사회주의경제는 경계를 지키면서 각 집단의 경제적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측면을 일정 정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중국 대학은 거시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경제 시스템에 편입되는 동시에 미시적으로는 자기 대학 특유의 자율적인 경제 시스템을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개혁·개방 이후 중국경제가 시장경제체제로 급속히 바뀜에 따라, 하나의 경제적 딴웨이로서의 대학 풍경도 상당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변화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학 내 거주자의 변화다.

대학이라는 경제영역과 외부의 다른 경제영역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롭게 부를 획득하여 더 이상 대학 구내에서 사는 것이 촌스러워진 대학 거주자들이 생김에 따라, 대학 구내에는 비는 집들이 생기게 되었다.

칭화대학 구내의 민간 주택.
칭화대학 구내의 민간 주택. ⓒ 김종성
칭화대학 남문 옆의 화려한 외경. 이 건물에 마이크로 소프트 중국 지사도 있다.
칭화대학 남문 옆의 화려한 외경. 이 건물에 마이크로 소프트 중국 지사도 있다. ⓒ 김종성
부자가 된 대학 거주자들 중에는 대학 바깥의 화려한 주택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대학 내에는 자연히 빈 집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빈 집들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자본주의문화의 특색 혹은 중국인들의 특색이란 것이 드러나고 있다. 만약 한국의 대학들 같으면 빈 땅에 강의실 건물 하나를 지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학들은 빈 집이나 빈 땅을 민간에 내놓음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 대학 구내의 꽁위(아파트)나 일반 주택에 외부인들이 많은 거주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중국의 대학들은 외국에서 자기 대학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단기적으로 그리고 고액의 임대료를 받고 아파트를 빌려주고 있다. 아파트 안에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셈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중국인들의 특색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도 돈을 좋아한다지만, 아마 그 점에서만큼은 중국인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7년 전에 중국을 처음 방문해서 하얼빈의 어느 의대에 갔을 때에는 대학 구내에 사는 일반인들을 보고 상당히 의아해했었다. 공부나 학사업무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들이 대학 기숙사(알고 보니 아파트)에서 편한 차림으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풍경 속에 중국 경제체제의 변화라는 키워드가 들어 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칭화대학 구내의 꽁위(아파트). 외형상으로는 그저 허름하기만 하다.
칭화대학 구내의 꽁위(아파트). 외형상으로는 그저 허름하기만 하다. ⓒ 김종성
수익 창출을 위한 중국 대학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연수과정을 수료한 어느 한국인 연구자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건축한 지 50년이 안 되는 건물은 허물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 구내 아파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중국 대학으로서는 50년 된 낡은 건물로 외국인들을 어떻게 유인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 방문자들의 임시 숙소로 내놓은 꽁위(아파트)들을 보면 겉에서 보면 한국의 60~70년대 건물 같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비교적 괜찮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법률규정상 건물을 새로 뜯어고칠 수 없으므로, 내부만이라도 잘 단장해서 외국인들에게 내놓고 있는 것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겉에서 보면 상당히 허름한 건물이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그런 대로 비교적 괜찮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허름한 아파트로 안내를 받아 내심 불쾌감을 약간 느꼈을 외국인들도, 막상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속은 괜찮네'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속담을 떠올리는 일이다.

이미 30년 전부터 시장경제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대학을 포함한 사회 각 분야가 이른 바 돈을 벌기 위한 일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대학들이 '건설업자' 혹은 '부동산 임대업자'가 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대학이 돈을 벌려고 하는 모습은 보기에 따라서는 좀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에 손을 내밀지 않고 자신들의 재정을 자체적으로 충당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모습은 어찌 보면 찬사를 보낼 만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학과 공기업이 배워야 할 특성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외국인을 위해 마련된 숙소의 내부 모습.
외국인을 위해 마련된 숙소의 내부 모습.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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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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