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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캐스터> 로라 리 지음 / 박지숙 옮김
<세계사 캐스터> 로라 리 지음 / 박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러시아에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핵탄두보다 더 강력한 비밀 병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날씨였다. 전사자 수는 늘어만 가고 실낱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은 극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언제나 날씨와의 전쟁으로 귀결되었고, 러시아는 대부분 날씨 덕분에 승리를 거두었다."

러시아 니콜라이 1세는 러시아의 날씨에 관한 명언 중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러시아에는 믿을 만한 장군이 둘 있는데, 바로 1월 장군과 2월 장군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장군이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혹독한 날씨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자랑스러워하고 자긍심을 가진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들의 역사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는 두 번의 큰 침공을 받았다. 한 번은 60만 대군을 이끌고 유럽의 황제를 꿈꾸었던 나폴레옹에게, 또 한 번은 히틀러에게. 그러나 두 사람의 야욕은 실패를 하게 된다. 이유가 무얼까? 그건 군사력도 아니고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져서도 아니다. 바로 날씨 때문이다. 러시아의 무더위와 혹한의 날씨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가 아니더라도 개인의 삶의 성공여부에도 날씨가 개입하는 경우는 많다. 비가 와서, 눈이 와서, 강한 바람이 불고 태풍이 불어 닥쳐서 어떤 일을 멈추게 되고 계획을 변경함으로써 성공의 탑에 눈앞에까지 왔다가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또 그 반대로 실패의 끄트머리에서 절망하다가 날씨 때문에 성공을 한 사람들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럼 우리 역사 속엔 그런 경우가 없을까. 있다. 이성계의 예를 보자. 요동정벌을 나섰던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을 한 연유 중 하나가 날씨 때문이다. 무더운 날씨와 비로 인해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명으로 향할 군사를 고려로 돌림으로써 결국엔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다.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는데 어찌됐든 날씨가 한몫 한 것이다.

비로 인해 대통령이 된 '해리 투르먼'

비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 그럼 비가 무슨 마술이라도 부렸단 말인가. 마술은 안 부렸어도 적어도 투르먼이 비 때문에 토머스 듀이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948년, 대통령 선거 전날, 투르먼 상대 후보인 공화당의 듀이에게 여론 조사 결과 뒤져 있었다. 그래서 미국 신문들은 미리 '듀이가 투르먼을 이기다'라는 제호를 미리 뽑아놓고 인쇄까지 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듀이가 아닌 투르먼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건 비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도 도시보단 시골이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다. 미국이라는 나라도 그런가 보았다.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치르고 있는데 선거 당일 공화당의 우세지역과 시골에 폭풍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렸다. 그런데 민주당의 텃밭은 햇볕이 쨍쨍. 그 결과 선거에 질 거라 생각했던 투르먼은 당선이 되고 듀이는 떨어졌다. 만약 비가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트루먼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날씨가 만들어 낸 세계사의 결정적인 순간들은 많다. 근래에 방영된 드라마 <연개소문>에서도 수나라 군사들이 비로 인해 요택이라는 곳에서 거의 전멸을 당한 것을 보았다. 날씨가 역사를 바꾼 한 예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날씨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의 관계를 다룬 책이 로라 리의 <세계사 캐스터>이다.

이 책에는 프랑스 혁명의 한 원인이 가뭄과 폭풍, 혹한이었다는 이야기와 베트남 전쟁에서 프랑스 군대와 미군이 고전을 하고 패한 이유가 몬순의 날씨 때문이었다는 이야기, 1700년대 말 프랑스의 힘을 빌려 아일랜드의 독립을 이끌려 했던 아일랜드 연합 지도자 울프 톤이 결전의 날 갑자기 불어 닥친 폭풍우 때문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그리고 만약에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던 날 히로시마에 비가 왔다면 히로시마의 운명은 달라졌을 거라는 이야기 등 마흔네 개의 역사적 사건과 날씨와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적 사건과 날씨와의 관계를 짚어보면서도 꼭 날씨 때문에 그렇다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다만 날씨가 여러 요인 중의 하나였고, 때론 중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 보면 날씨와 인간의 삶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겠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될 무렵엔 인간은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다. 그러다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다 인공비를 만들기도 하고, 인공우박을 만들기도 했다. 기기를 통해 자연을 인간의 뜻대로 바꾸어 볼 심리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신비롭고 위대하다. 해서 자연은 인간에 의해 정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인간의 삶을 폐허로 만들어버린다.

어찌 보면 나폴레옹이나 히틀러가 러시아 침공 시 패한 이유는 날씨를 아니 자연의 기상상태를 우습게 봤기 때문인지 모른다.

지금도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면 각 정당이나 당사자들이 날씨에 무척 신경을 씀을 볼 수 있다. 날씨의 좋고 나쁨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계사 캐스터 - 역사를 바꾼 날씨에 관한 놀랍고도 흥미로운 이야기

로라 리 지음, 박지숙 옮김, 웅진지식하우스(2007)


#날씨#투르먼#세계사 캐스터#러시아#히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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