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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걸어오는 엄마를 채근하는 쿠하
느릿느릿 걸어오는 엄마를 채근하는 쿠하 ⓒ 정진영
쿠하의 달리기가 멈춘 곳은 커다란 사과 조형물 앞. 코앞에 거대한 사과를 두고서야 아이는 뒤를 돌아봅니다.

"엄마아∼ 사과가 쿵∼!"
"그래 쿠하야, 커다란 사과가 쿵! 하고 떨어져 있네."
"어부 어부."
"쿠하가 커다랗고 빨간 사과를 업어줄 거야?"
"응. 어부 어부바."


지난해 이맘 때쯤 선물로 받은 동화책 <사과가 쿵>을 아이는 거의 외우다시피 따라 합니다. 물론 발음도 부정확하고, 긴 문장은 건너뛰기 일쑤지만 말이지요. 그래도 비슷하게 발음할 줄 아는 몇몇 단어가 나오는 페이지에 다다르면, 꼭 같이 읽어야 책장을 넘기게 합니다.

<사과가 쿵>은 풀밭에 떨어진 커다란 사과를 기린, 사자, 곰, 토끼, 여우, 다람쥐, 애벌레와 개미, 나비와 벌 등 여러 동물과 곤충들이 함께 먹는다는 아기용 동화책입니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아이들뿐 아니라 책을 읽어주는 어른들도 기분 좋게 하지요. 동물 친구들이 커다란 사과를 다 먹어갈 무렵, 갑자기 내린 비에도 동물들은 끄떡없습니다. 갉아먹은 사과 꽁지가 큰 우산이 되어 비를 피하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일주일에 두세 번쯤 읽는 그 책 덕에 아이는 우리가 먹는 사과 말고도 아주 큰 사과가 있다고 믿고 싶지는 않았을까? 의사표현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하는 아이의 행동에 초보엄마는 마음대로 상상을 합니다.

[왼쪽 사진] 사과를 업어주려고 합니다만, 어림없지요. [오른쪽 사진] 탑도리를 마친 녀석이 사과 앞에서 포즈를 취하네요.
[왼쪽 사진] 사과를 업어주려고 합니다만, 어림없지요. [오른쪽 사진] 탑도리를 마친 녀석이 사과 앞에서 포즈를 취하네요. ⓒ 정진영
지하철 출구만 찾던 내 눈에는 띄지 않았던 그 큰 사과 앞에서 쿠하는 탑도리를 하듯 사과 주위를 한 바퀴 빙 둘러보고, 사과를 짊어지겠다는 듯 사과 앞에서 어부바 자세를 취합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18개월짜리 아가의 눈에도 발견의 기쁨을 선사한 고마운 작품 앞에서 십오 분쯤 바쁜 걸음을 멈추고 딸아이와 '사과가 쿵 어부바' 놀이를 했습니다. 일부러 시간 내어 찾은 곳은 아니었지만, 시내 한복판에 잠깐의 여유가 가능한 조각 공원이 있어 즐거웠던 오후였습니다.
#폰카일기#쿠하#서울 광화문#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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