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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뉴타운 관련 의혹을 보도한 3일자 <한겨레> 신문.
은평 뉴타운 관련 의혹을 보도한 3일자 <한겨레> 신문. ⓒ <한겨레> PDF

<경향신문> 역시 이명박 후보의 은평뉴타운 사업에 대해 보도했다.
<경향신문> 역시 이명박 후보의 은평뉴타운 사업에 대해 보도했다. ⓒ <경향신문> PDF
'줄줄이 사탕'이다. 도무지 끝이 없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관련된 의혹들이 일렬종대로 늘어서 행진을 한다.

두 언론이 나섰다. <경향신문>이 2일, 이명박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의 부동산 매입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3일, 이명박 전 시장 재임시절의 정책결정을 문제 삼았다. 그의 건물 두 채가 서있는 서초구 법조단지의 고도제한을 완화하고, 그의 일가 소유 땅이 있는 진관외동을 은평뉴타운 지역에 포함시킨 게 문제라고 했다.

모두가 악성이다. 부동산이 등장하고 투기 또는 사익 추구 의혹이 제기된다. 게다가 대부분이 '개발'과 연결돼 있다. 국민이 민감해하는 요소가 두루 갖춰진 의혹들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시장은 입을 닫고 있다. 무대응으로 일관하겠다고 한다. 의혹 제기를 "모함"으로 규정하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사람을 뒷다리 걸고 앞다리 걸고 난리도 아니다"고 한다.

제기된 의혹들이 정말 "모함"이라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모함"은 없는 걸 있는 것으로 '창작'하는 것이다. 멀쩡한 사람을 마녀로 규정한 다음에 마녀가 아님을 증명하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같다. 증명할래야 증명할 길이 없다.

언론 문제제기는 모함도 창작도 아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은 '창작'이 아니다. 사실에 근거한 문제제기다. 이명박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가 전국 47곳의 땅을 사들인 것도 엄연한 사실이고, 이명박 전 시장의 건물과 그 일가의 땅이 고도제한 완화와 뉴타운 개발의 혜택을 입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제기 내용도 '합리'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서울 도곡동 땅 하나만 팔아 145억 원의 돈을 챙긴 김재정씨가 '푼돈' 수억 원을 갚지 못해 주택이 가압류되는 기현상을 이해할 수 없어 '다른 땅 임자' 가능성을 제기하는 건 순리다. 시장 재임시절에 자기 재산 가치 상승과 직결되는 정책을 결정하는 건 사익 추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이성적이다.

물론 엄밀할 필요는 있다. 사실과 문제제기에 틈이 있는 건 사실이다. 단정을 내릴 만큼 이면이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서일까? 이명박 캠프는 엄연한 '사인'인 김재정씨의 부동산 거래를 갖고 이명박 전 시장과 연결짓는 건 억측이라며 입증책임을 거론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절하지는 않다. 이런 사례 때문이다.

이명박 캠프가 건교부의 대운하 보고서 변조·유출의혹을 제기하면서 청와대, 더 구체적으로 '안희정팀'의 공작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근거는 간단했다. '일반인은 쉬 접근할 수 없는 자료이니까'였다. 막연한 추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비교하면 어떨까? 이명박 캠프의 의혹 근거와 두 언론의 의혹 근거를 비교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랬던 이명박 캠프가 입증 책임을 거론한다. 앞뒤가 이렇게 달라도 되느냐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자제하자. 형식논리상으로는 틀린 얘기가 아니다. 법 논리가 그렇다. 의혹을 제기한 쪽이 입증 책임을 지게 돼 있다.

기왕 법 논리가 나왔으니 좀 더 들어가자. '의혹'의 합리성과 악의성을 가르는 기준 가운데 이런 게 있다.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와 '공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그럼 두 언론의 경우는 어떨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 자체가 공익에 부합하는 행위다. 더구나 진실을 구성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열거한 사실들 또한 공익과 직결돼 있다. 국민 실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과 관련된 것들이다.

더 긴 설명은 구차하다. 이명박 전 시장 스스로 내린 결정이 모든 걸 함축한다.

서울시 뉴타운 시범사업지구로 편입돼 토지 수용에 들어간 은평구 진관외동, 구파발동 일대. 사진은 지난 4월 12일 모습.
서울시 뉴타운 시범사업지구로 편입돼 토지 수용에 들어간 은평구 진관외동, 구파발동 일대. 사진은 지난 4월 12일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처남 재산자료 공개, 이명박 왜 입장 바꿨나?

이명박 전 시장은 처남 김재정 씨의 재산자료를 당 검증위원회에 제출하는 걸 거부했었다. '사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다가 입장을 바꿨다. <경향신문>이 김재정 씨의 부동산 매입 의혹을 제기하자 뒤늦게 재산내역을 제출하겠노라고 했다.

김재정씨의 재산자료 제출을 거부한 애초 행위는 잘못된 게 아니다. 한나라당 검증위원회 규칙은 검증대상을 "후보자의 직계존비속과 배우자의 직계존속의 재산 병역 납세 도덕성에 관련된 사항"으로 한정했다. 공직자 윤리법도 재산공개대상을 "본인과 배우자, 본인의 직계존비속 재산"으로 한정해 놓고 있다. 그러니까 법을 어긴 것도, 규칙을 깬 것도 아니다.

이랬던 이명박 전 시장이 법과 규칙을 뛰어넘어 김재정씨의 재산자료 제출을 결정했다. '사인' 김재정씨의 프라이버시에도 불구하고 자료 제출을 결정했다. 물론 김재정씨 본인의 동의를 구한 행위이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

법과 규칙이 정한 의무 이상의 행위를 하려는 데에는 국민의 눈초리가 작용했다고 보는 게 순리다. 두 언론이 제기한 '합리적 의혹'에 대한 상당한 공감, 이것이 이명박 전 시장을 압박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공익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사실 물어볼 필요가 없다. 국민의 정서와 대선의 역사가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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