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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락페스티발이 오는 8월 1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누군가 병원에서 아파할 때 우리가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래도 나름대로 사회적 예의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자부하면서 살아가던 나인데 어느 순간인가 도대체 예의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 해박하다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물어보아도 병문안에서의 예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주는 글이 없다. 상식에 기초하여 정리를 해보자면, 병문안은 '음식 잘 챙겨가고, 옆 사람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조용히 대화하고, 잘 쾌유하도록 기운을 내라는 정도'의 내용이 전부인 것 같다.

이는 상식이다. 상식은 모든 사람들이 보편타당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설마 이런 것을 모를까 하고, 또 물어보는 사람도 없기에 병문안 예의를 알려주는 내용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세상이 정말 예의라는 것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FTA만 되면 '만사 OK'라고 떠드는 사람에서부터, 주한미군은 환경치유에 최선을 다했다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보다 더 웃긴 사람들이 나타났다. 서서히 생명을 잃어가는 새만금 갯벌에서 난장을 펼치겠다고 진상 떠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새만금 락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행사가 새만금에서 열린단다. 무슨 행사인가 궁금하여 소개하는 홈페이지에 가보았더니 아주 작정하고 진상을 떤다.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 최장 방조제 새만금! 한반도 지도를 바꾼 기적의 창조! 그 생명의 땅 새만금에서 RaFFis 2007을 통한 공존의 첫장을 펼칩니다'라는 거창한 행사 개요부터 눈에 들어온다.

웃기지도 않는다. 생태계의 보고였던 새만금.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계속 개발과 보전의 논란이 벌어졌던 새만금. 세계 5대 갯벌로서 무수한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이 널리 알려진 그 갯벌. 그 새만금에서 '락페스티발'이 열린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생명의 땅 새만금이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도 해수유통을 위해 활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인가? 아니 그 상황을 알기에 새만금의 죽음을 찬양하고 축복하기 위해 페스티발을 열겠다는 것인가? 도무지 모르겠다.

새만금은 죽음의 땅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만금의 소생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가고 있으며, 조사를 하고 홍보를 하고 정책을 만들어내고, 온 몸을 던지며 아직도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그 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자신의 태를 묻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이 아직도 그곳에 있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존재의 눈과 귀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비명을 토해내며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체가 그곳에 있다.

새만금엔 죽어가는 생명체가 있다

▲ 새만금 갯벌에서 어민들이 백합을 채취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으로 두려울 따름이다. 그 생명의 땅을 메워서 죽음의 땅으로 만들고 500홀 이상의 골프장을 만들면서 친환경적인 개발을 한다고 떠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두려울 따름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그것을 기념하여 페스티발을 한다고 한다.

세상일에 무지하여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내놓고 죽음을 기념하는 페스티발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세상은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는 아직도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새만금을 살려달라는 해맑은 어린이의 외침에서부터, 300여㎞의 거리를 65일 동안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걸음의 삼보일배를 진행하였던 성직자들의 소리 없는 외침과 눈물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또한 그곳에서 갯벌여전사로 살고 싶었던, 그러나 지금은 그곳에 고단한 육신을 뉘이고, 오는 7월 12일이면 기일이 다가오는 어느 누이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 이후 1년의 시간동안 새만금은 참 많이 변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역시 퍽퍽하게 변하였다. 개인과 개인이 불신하고, 지역 공동체가 소리 없이 무너져가고, 새만금 갯벌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새만금은 살아있고, 또 살아나야 할 이유는 수천가지가 넘는다.

도대체 이 상황을 바라보면서 소리 없이 즐거운 웃음을 날리는 자들이 누구일까? 소외된 지역 정서를 이용하는 낡은 정치와 토호세력, 그리고 권력. 그리고 그에 기생하는 인간들. 그러면 소리 없는 울음조차 내지 못하는 존재는 또 누구인가? 바로 새만금에 기대어 고단한 자신의 삶과 생을 이어가던 어민들과 무수한 생명들이다. 우리는 누구를 기억하고 연대하여야 하는가?

인생사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한다는 음악. '음악이 있는 곳에 악은 없다'고 누가 말했다지만, 그리고 그 음악과 '락'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르지만, 그 죽음의 축제에 기꺼이 참가한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들(윤도현밴드, 동물원, 여행스케치, 유리상자, 자전거 탄 풍경, 김장훈, 테너 최승원 교수, 바비킴, 부가킹즈, 마야, 강산애)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새만금에 대해서 아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마는, 다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지 못하여 이들도 미워할까 나는 참으로 미안하고 무서울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명호기자는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새만금 락페스티발'에 반대하는 개인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농발게(www.nongbalge.or.kr) 게시판에 가시면 더 많은 내용과 연대활동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새만금, #갯벌, #락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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