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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 실질반영률 확대 등 최근 교육부가 추진해 대학들과 갈등을 빚어온 대입관련 정책에 대해 사립대 총장들이 29일 오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총회에서 집단 `반대'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총회에 참석한 사립대 총장들이 손병두 협의회 회장(서강대 총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교육에 대한 폭거", "사회전체에 대한 모독", "천박한 대학이기주의"

학부모 단체 등 교육 관련 단체들은 내신 반영 50% 확대 등 교육부 정책에 반기를 든 사립대학 총장들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 중심의 입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립대학 총장들은 29일 "교육부 방침은 일방적"이라면서 내신 반영 50% 확대 등 교육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지난 25일 교육부와 대학들이 한발씩 양보한 이후 갈등이 수습되던 분위기가 갈등국면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지난 26일 대통령과 대학총장 토론회 때 '내신'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던 대학 총장들이 기습공격을 한 셈이다.

대학 총장들 "교육부 방침은 너무 일방적"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협의회) 소속 사립대 총장 90여명은 2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총장세미나에서 "올해 2008학년도 대입에서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갑작스럽게 50%까지 올리는 것은 힘들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대학들의 협의체인 대교협 소속 대학 중 158개 4년제 사립대 총장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협의회는 "올해 입시안을 8월 20일까지 제출하라는 교육부의 방침은 너무 일방적"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국문환 부회장(국민대 총장)은 "대통령이 2008학년도 대입제도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했다고 했는데 선언적 합의만 있었지 구체적 합의를 없었다"고 밝혔다.

협의회 또한 2009년 시행 예정인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에 대해서도 "수도권 대학에만 학생이 몰려 지방대의 타격이 크다"고 주장했다. "지방대는 구조조정을 하며 정원을 줄이는데 수도권 대학은 정원을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사립학교법 재개정 ▲대학입학 전형 자율화 ▲사립대 재정지원확대 등을 촉구했다. 특히 "자립형 사립고 비율을 높여 절약되는 재정을 사립대에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26일 대통령-총장과의 토론회에서처럼 대학들의 마음은 '돈'에 가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사립대학의 반발에 교육부는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였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이날 오후 대교협 소속 대학 총장들과 토론회에서 "대학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 역시 "교육부가 대교협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수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최근 교육 당국과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대입 내신반영비율 확대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전국 150여개 대학 총장들과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 연합뉴스 박창기

전문가, 학부모 단체 강력 반발

관련 전문가, 학부모 단체 등은 사립대학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2008학년도 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봉합되는 듯 했던 정부와 대학과의 갈등이 다시 불거져 어수선한 분위기다.

윤숙자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대학들의 반발은) 우리교육에 대한 폭력이자 폭거"라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대학들이 공교육 정상화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회장은 또한 "계층 균형 선발은 교육 격차와 불평등 해소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대학들이 따르고 싶어 하는 미국대학들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대학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 팽개치고 자율권을 달라고 하고 있다"면서 "대학들은 자율성을 외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강하게 비판했다. 정애순 전교조 대변인은 "내신 중심의 2008년 대입 방침은 대학, 교육 당국과 여러 단체들이 모여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안"이라며 "지금에서야 (이를) 지킬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 대변인은 "내신 비율 50%를 지킬 수 없는 어떤 이유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결국 대학들이 고교 과정을 생각지 않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경제력이 있는 특정계층의 학생과 특목고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천박한 대학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박거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비상임 공동의장 역시 "소위 몇 개 일류대학이 '자기학교 이기주의'에 빠진 것으로 봐야한다"며 "고등학교 정상화를 위해서는 내신 성적을 반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견 나오지 않았다"-"토론이 제대로 안 됐다"

현재로서는 전국의 모든 사립대가 협의회의 방침에 얼마나 동의를 할지는 미지수다. 손 회장은 "이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지만 "토론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이미 26일 대통령-대학 총장 토론회에서 박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이 "최근 주요 몇몇 대학 입학처장들의 사적인 모임에서 논의되는 이야기가 한국 대학 전체의 입장으로 보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교육부와 대학이 내신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지가 관건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대학 총장 토론회에서 "대학들은 집단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교육부의 향후 조치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2008학년도 대학 입시는 6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이다.

태그:#사립대학, #입시, #내신반영,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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