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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수준이 달라지면 생활이 달라집니다.
ⓒ 윤태
저는 그동안 100만원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결혼 전, 후 할 것 없이 매달 타오는 월급은 100만원 그 타령이었습니다. 처음 신입이었을 때는 80만원, 그 후 100만원, 110만원, 120만원….

그 수준에서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아주 쉬운 말로 '100만원 인생'이라고 하면 되겠지요. 어떤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100만원이 커 보일 수도 있고, 어느 사람들은 하룻밤 술값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요. 여하튼 그 100만원은 제겐 생계를 꾸려가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100만원으로 세 식구가 살아가기에는 정말 빠듯하더군요.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과금이나 세금 등 가만 앉아 있어도 자동적으로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들이 상당했습니다. 아내와 제가 든 종신보험료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희 6남매가 부모님을 위해 매달 2만원씩 모으고 있는데 그것이 빠져나가는 것도 부담이 됐습니다.

100만원 인생은 늘 '펑크'나기 일쑤였습니다. 근사한 외식이나 멋진 양복, 남들 다 있는 LCD 모니터 구입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두 돌도 안 된 아들에게 1000원에 넉 줄하는 싸구려 요구르트를 먹이고 1만원 넘는 수박 한 덩이를 보고는 군침만 삼켜야 했습니다.

늘 절약에 절약을 해야 했습니다. 혹시 누구 결혼식이나 상가집, 돌잔치 등 비교적 목돈이 들어가는 날이라도 생기면 다른 이들에게 돈을 빌려 생활비를 채워넣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꾸준히 로또를 구입하기도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잠을 잘 때는 우리 가족이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을 상상으로나마 즐기고 싶었습니다.

여하튼, 100만원 인생은 고달픕니다. 저와 마찬가지인 100만원 인생 독자여러분들은 제 심정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이 100만원 인생에 있어 지난달 잠깐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달 저는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구두가 닳아 구멍이 나도록 뛰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열심히 뛰어 성과만 잘 내면 100만원 인생이 200만원 인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성과라는 것이 100만원에서 200만원이 될 수도 있지만 한 달만에 도로 100만원으로 떨어질 수 있는, 다달이 성과에 따라 급여가 크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날 거의 200만원 인생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무척 열심히 뛴 덕분이지요. 몇 년째를 100만원 인생으로 살아오던 아내와 저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달 생활비를 충당하고도 어느 정도 남았습니다. 역시 돈이 있으니 생활에 여유가 생기더군요.

아내는 한 통에 1만원이나 하는 수박을 연거푸 사왔고 며칠 전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식사도 했습니다. 1000원에 넉 줄짜리 요구르트 대신 유명 회사 고급 두유 제품을 한 박스 사다가 아기에게 두고두고 먹이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두 배 정도의 돈을 벌었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 부부는 뭔가 모를 포만감과 뿌듯함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과소비냐구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생활이 넉넉지 못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한 번 해본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다음 달엔 또다시 100만원 인생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번 달 성과가 다음달에 반영되니 저는 그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계속 200만원, 300만원 인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절실히 느끼고 있지요.

'돈이 인생의 전부냐'라는 말이 있지만, 제 경험으로는 전부는 아니어도 절반은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은 많아서 그 가치를 모르고, 적게 가진 사람은 적어서 돈의 가치를 느낄 만한 기회가 없다고 해야 하나요? 다만 많이 있다가 적어지는 경우, 반대로 적다가 많아지는 경우, 돈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100만원 인생맨'이 겪은 잠깐 동안의 '200만원 인생사' 이야기, 공감하시는 분들 어느 정도 되시나요?

태그:#월급,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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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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