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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삼국지
장정일 삼국지 ⓒ 김영사
약 1800년 전에는 ‘중국’이 ‘한나라’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였어. 우리나라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있었듯이 말이야. ‘한나라’에는 ‘황제’라는 분이 계셔서. ‘황제’는 선거로 뽑는 것은 아니야. 어려운 말로 ‘세습’인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황제를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지금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 없는 권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황제를 ‘천자’라고 불렀는데 쉽게 말하면 ‘하나님의 아들’이야. 하나님의 아들, 우리는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믿고 있는데 말이야 그들은 황제를 그렇게 믿었어. 하지만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는 이름만 천자이지 힘없는 황제였어.

황제가 힘이 없어지자 많은 장수와 제후들이 나라를 세웠는데 그 중에 조조의 '위나라', 유비의 '촉나라', 손권의 '오나라'가 있었어 이들의 동맹과 싸움의 과정을 이야기로 기록한 책이 있는데, 그게 <삼국지>야.

<삼국지>에는 중요한 사상이 들어있어.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가 그거야. 쓰러져 가는 ‘한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한 명분 싸움이야. 물론 내면에는 지극히 자기중심주의적인 게 근본이지만. 이 중화주의의 중심에 유비라는 사람이 있어. 무너져가는 세상 중심의 나라 ‘한나라’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을 유비로 삼은거지. 유비는 형제애와 인간애와 충성을 견지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어. 하지만 유비의 진짜 목적은 자신이 황제로 등극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어. <삼국지>가 중화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지극히 자기중심주의란 말이다. 자신이 중심이면서 중국이 중심이라는 생각이 끌고, 밀어주면서 함께 가고 있지. 조금 어려워? 그럼 쉽게 말해줄게.

사람들은 자기가 모든 것의 중심이라고 생각해, 특히 힘을 가진 나라 사람들은 그것이 더 강해. 요즘은 지구의 중심이 미국인 것처럼 돌아가고 있지. 미국편에 서면 ‘선’, 미국 편이 아니면 ‘악’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

<삼국지>를 읽어가면서 바로 이런 마음과 생각이 들었어. 어떤 경우는 역겨운 냄새가 나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을 정도야. 특히 ‘여포’라는 훌륭한 장수가 있었는데 그 사람을 간사한 방법으로 죽이는 장면은 아빠가 읽다가 가장 분노한 장면이야. 왜 그런지 아니. ‘여포’는 중국사람, 즉 ‘한족’이 아니기 때문이야. 한족이 아니면 ‘오랑캐’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무시하고, 사람의 존엄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가장 완악한 모습이지. 18~19세기 미국이 흑인을 노예로 삼아 그들을 백인들보다 못한 3등의 인간으로 취급한 것, 요즘도 백인들은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의식이 뿌리 깊게 남아 있어. 이런 사상도 결국은 '자기중심주의'야.

인헌아! ‘황제’는 무엇일까? 중국의 황제가 되기 위하여 백성 생명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생각하여 백성의 생명을 해하는 일을 황제가 되기 위한 작은 과정으로만 생각했어. 결국은 중화주의도 거창한 명분은 될 수 있을지라도 귀결은 자기를 높이는 일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단다.

<삼국지>에는 한 번 전투에 몇 십 명이 아니라 몇 천 명, 몇 만 명이 쉽게 죽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더구나. 훌륭한 장수들의 죽음 앞에서는 통곡하고 가슴 아파 하지만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너무나 쉽게 그리고 있어. 이 모습을 통해 당시 장수와 일개의 병사의 차이가 엄청남을 알 수 있어. 그리고 이들의 죽음은 조조와 유비, 손권, 힘없는 한나라 황제를 위한 지극히 ‘사사로운’ 죽음이야.

모든 사람이 존귀하다는 가치를 알지 못하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게 되고 나아가 자기의 생명까지 빼앗는 사람이 된다. 사람들은 이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면서 옳다고 동의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를 못해. 자신이 존귀하다면 다른 이의 생명도 존귀함을 존중할줄 알아야 되는데 말이야. 아빠는 인헌이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일뿐만 아니라 다른 이도 존귀하며, 사랑하는 대상임을 알고 자신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구나.

‘죽임’의 잔치만이 항상 열리는 <삼국지>. ‘살림’의 잔치는 정말 찾아 볼 수 없어. 그들이 죽임의 잔치를 하면서 하는 말이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야. 이런 대의 주장은 이 시대도 마찬가지야. 정치와 경제, 외교를 보면 그런 일은 많아. 3년 전에 우리나라 ‘김선일’이라는 사람이 이라크에서 살해된 일이 있었어. 이유는 대한민국의 ‘대의’ 때문이야. 대의와 한 개인의 생명을 중 어느 것이 중요한 것인지 비교하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결국 대의도 망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장정일 저 | 김영사 |


삼국지 10권 세트 - 청소년 패키지 한정판

, 김영사(2005)


#삼국지#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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