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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노민규
[이재은 기자] 젊은 층들 사이에 '재테크는 필수'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30대는 물론이고 20대 초반의 대학생들까지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들을 겨냥한 재테크 서적이 봇물이 터지듯 하면서 여대생들 사이에서 재테크 열풍이 취업 열기만큼 뜨겁게 불고 있다.

이런 열기는 인터넷에서 재테크 노하우를 공유하는 온라인 동호회에서 바로 확인된다. '20대! 부자 만들기'는 회원(5만6000여 명)의 80%가 20대로 대학생들과 새내기 직장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사이트.

이들의 재테크 방식은 가지각색이지만 돈을 버는 데에는 시기가 따로 없다는 생각만큼은 동일하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인 성공과 경제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스완족(swan)'이 새로운 여성상으로 부각되면서 조기 재테크 열풍이 강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저기 발품족

경제신문을 챙기며 아침을 시작하는 이진희(성신여대 4년)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접속한다. 경매 사이트를 검색한 후 이른바 '좋은 물건'이 나왔다 싶으면 주말에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시장 상황을 점검한다.

그는 "부지런히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발품족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부동산 경매 강좌와 재테크 특강이다. 특히 대학에서 재테크 특강이라도 열리는 날엔 강의실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만원을 이룬다. 발품을 판 만큼 돈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품족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커플 투자족

지난해 말부터 적립식 펀드, 주식 등으로 원금의 40% 이상 수익을 본 이모(26·취업준비생)씨는 이른바 '커플 투자족'이다. 유망 종목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면 남자친구와 공유한 뒤 분산 투자한다.

예를 들면 단기로 투자했다가 빠지기 좋은 종목은 이씨가 투자하고, 가치주는 남자친구가 투자한다. 한 사람은 가치주를, 다른 사람은 우량주를 구매하는 식이다. 급하게 매수, 매도에 들어가야 할 시점은 문자 메시지로 남긴다.

이씨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논의하다 보니 둘의 관계도 더 친밀해지는 것 같다"며 "수입이 늘어나는 재미만큼 관계도 돈독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재테크 고수들의 특징

▲돈을 무척 좋아한다. 돈을 버는 일, 굴리는 일이 최대의 관심사다.
▲돈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다.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일에 무척 꼼꼼하다.
▲지난 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 손해를 크게 봤더라도 과거는 과거라고 털어버리는 과감성이 있다.
▲일생 동안의 재무계획을 설계하고 이에 맞춰 재테크 계획을 세운다.
▲10년 이상의 투자 경력을 가지고 있다.
무늬만 재테크 족

대학생 이민영(한양대 3년)씨는 지난달 집에서 나와 독립할 때 아파트 청약순위 혜택을 받기 위해 청약부금에 가입했다. 과외비로 버는 40만원 중 7만원을 매달 납입한다. 적금을 붓는다는 생각으로 10년간 넣을 생각이다. 이른바 무늬만 재테크족이다.

무늬만 재테크족은 지금 당장 수익이 되는 투자는 하지 않지만 10년이나 20년 뒤를 내다보고 재테크를 하는 부류로 주변 사람들이 쉽사리 재테크 중임을 눈치 채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기업은행 안암동 지점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학생들이 1∼2년 단기적금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5년 이상 장기적금을 드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졸업 후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테크, 부딪친 만큼 깨닫죠"
재테크 카페장 최은재씨가 말하는 재테크의 조건

▲ 재테크 카페장 최은재씨.
ⓒ 우먼타임스
"재테크로 돈 벌고 싶다고요? 그럼 죽어라 공부하고 부지런히 뛰어 다니세요."

온라인 싱글 클럽 세이큐피드의 카페 '이젠 재테크를 알아야 할 나이'의 카페장 최은재(국회의원 보좌관)씨는 야무진 재테크 고수다. 서른한 살 나이에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를 기다리고 있고, 이 밖에 오피스텔과 상당한 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알짜배기 재테크족이다.

'한 탕하고 빠지자'는 식의 재테크가 아니라 '알면 알수록 많이 보이고 많이 벌 수 있다'는 방법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의 재테크는 눈여겨볼 만하다.

최씨가 재테크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24살이었던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님이 전세금으로 마련해준 8000만원 중 6000만원을 부동산에 투자해, 오피스텔 분양권을 받아 자신 명의의 집을 마련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0만짜리 집에 사는 불편함을 감수한 덕분에 성공적인 재테크의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그때 구입한 오피스텔은 몇 년 뒤 50% 이상의 시가상승을 안겨줬고, 이를 통해 재테크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학생 때부터 돈에 관심이 많았어요. 항상 부동산, 주식 정보에 눈을 부릅뜨고 있었죠.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뒤에는 중국 부동산에 관심이 쏠렸어요. 실제로 6개월 동안 중국으로 가서 시장조사를 하고 부동산 동향을 분석하기도 했죠. 중국에 10년간 머무르면서 부동산 거물이 되는 것이 목표였거든요."

하지만 중국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은 건강이 나빠지면서 접어야 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는 본격적으로 재테크에 몰두했다. 관심사는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겨갔다. 매일 3∼4시간씩 관련 책을 읽으면서 주식 공부를 했다. 하지만 이론만으론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커뮤니티 활동.

투자 '쓴맛' 좋은 경험... 좌절말고 꾸준히 기본기 쌓아야

그는 현재 온라인 싱글 클럽 '세이큐피드'에서 '이젠 재테크를 알아야 할 나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 수는 600여 명으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 대기업 회계담당, 전직 증권사 브로커, 국회의원 보좌관, 한의사, 파이낸셜 어드바이저, 부동산전문대학원 학생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일요일 저녁 10시면 분주해진다. 메신저를 통해 일주일간 각자 분석한 주식 동향과 시장 분석 자료를 공유하기 때문.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직접 만나 주요 기업 예상 실적 자료를 함께 보기도 하고, 유망 종목에 대해 논의하기도 한다. 좀 더 예리한 시각을 기르기 위해서다.

"앞으로 어떤 업종이 주도하게 될지, 또 어느 기업이 그 업종을 주도하게 될지 주식시장을 보는 눈은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게 아니거든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장 전체를 분석하는 눈이 길러지죠."

최씨가 강조하는 재테크의 기본은 정보를 가릴 수 있는 능력이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손에 쥔다 하더라도 경제와 주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 때문에 그는 주말이면 경제 지식을 확대하기 위해 부지런히 주식 강연회를 찾아다닌다.

최씨는 개인투자자들이 위험하다고 꺼리는 ELW(주식 워런티)까지 투자를 감행했다. ELW 투자 성적은 현재 마이너스 80%. 1000만원이던 원금이 200만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교훈은 얻었다고 말한다.

"만약에 ELW가 출시되자마자 삼성전자 '콜'을 샀다면 큰 수익을 냈을 겁니다. 들어간 시기가 어중간했어요.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 기회가 많다는 걸 배웠어요. 기회는 그만큼 일찍 준비하고 일찍 들어가는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거죠."

그는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위기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매일 재테크 일지를 쓰는 것이 중요해요. 서술형의 매매일지도 좋고 도표 형식의 자기 평가서도 좋아요. 자신의 투자 성향과 장단점을 파악해야 정확한 매수, 매도 시점이 보이기 시작하죠."

주식투자는 무술과 같다고 설명하는 최씨는 책에서 본 무술 동작 하나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번 직접 해보며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는 것처럼 온전한 내 것이 되는 재테크 방법을 깨우치기 위해 많이 부딪치라고 조언했다. 무술 고수들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 이재은 기자

태그:#여성, #우먼, #재테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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