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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교육 당국과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대입 내신반영비율 확대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전국 150여개 대학 총장들과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하고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대학들은 집단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
"한국 지성사회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 총장들에게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노 대통령은 26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대학총장과의 토론회에 참석해 대학과 지성사회의 이기주의를 질타하는 한편, 공공의 이익에 더욱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서울대와 일부 사립대에서 대입 내신등급 반영 원칙을 놓고 교육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장무 서울대학교 총장을 비롯해 전국 152명의 대학 총장들이 참석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사회를 맡은 이날 토론회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대학 총장들은 이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대학재정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노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화기애애 하던 분위기는 토론회 후반 노 대통령이 '경고성' 발언을 하면서 다소 냉랭해졌다. 참석했던 총장들도 무거운 표정으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들었다.

ⓒ 연합뉴스 박창기

노 대통령 "대학이 통찰력 제시 못하면 규제 받을 수 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발언을 통해 "대학은 다른 집단과 달리 최고 지성집단이기 때문에 총체적 가치를 제시하면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며 "그런 지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기주의를 버리고 사회 통합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런 통찰력을 대학이 제시하지 못하면 공무원들의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의 대학이 규제받는 대학이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는 강자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며 이른바 '3불정책' 폐지를 뼈대로 한 일부 대학들의 자율성 확대 주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대학의 자율과 자유도 규제받을 수 있다"며 "창의성 교육, 인성교육, 그리고 민주주의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자율을 외치는 건 자율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노 대통령은 ""기업은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할 수 있지만 대학과 교육은 그러면 안된다"며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증진하는 게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는 배려가 부족한 사회"라며 "대학은 배려가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에게 노 대통령은 "오늘 참석한 우리 모두는 성공한 사람들이고 강자"라며 "강자의 이익, 강자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 우리 사회는 결국 분열되고, 그런 사회는 도덕적인 사회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모든 '완장' 찬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 권한을 자기와 그가 속한 집단 이익으로 환원하려 한다"며 "자신의 권력이 엄밀하게 말하면 공공의 것이란 걸 알고 절제되고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토론회 마지막 발언을 요약한 내용이다.

오늘 많이 참석해 줘서 고맙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여러분들이 지적해주고 보완 사항 말해줘서 정책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큰 틀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들이 많이 있는데, 기조를 동의해줘서 기쁘고 안도감이 든다.

의견이 너무 다른 일 정책으로 추진하면 잘 되기 어렵다. 이제는 시행과정에서 큰 착오가 없도록 잘 관리하겠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많이 연구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언해 주면 고맙겠다. 실제로 이 정책이 현장에서 실행되는 건 여러분들의 손에 달렸다.

개별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의 느낌과 추가하고 싶은 말을 말하겠다.

기회균등 할당제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국가 경쟁력은 보통 가장 우수한 사회 지도층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지식이 보편화 되고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정보의 공유 수준이 높아진 사회에서는 엘리트 집단만으로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는 건 한계가 있다. 한 국가의 총체적 영향력, 전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 이런 것이 전체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개개인의 역량 강화와 더불어서 통합적인 사회적 역량과 자본을 어떻게 확충하느냐가 미래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국가의 자산이다. 그래서 교육 기회 균등은, 불만과 갈등을 통합해 나가는 국가적 장래 전략을 생각해보면 매우 핵심적인 문제다. 그런 점에서 기회 균등은 도덕적 가치일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 있어서도 핵심적 전략이다.

고등교육 발전 방안에서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 대학, 지역발전 선도대학 등이 있는데, 각기 자기 특성이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젊은이 모두가 연구중심 대학에 가는 것도 아니다. 대학교가 (교육을) 설계하고, 수요자가 선택하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일단 지방대학이 불리하니까 이를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 지방 대학 학생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는 교육 정책을 펼칠 것이다. 재정 지원 문제에 있어서도 몇 가지 의견이 나왔는데, '매칭 펀드' 유연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지방대학도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

모든 지방 대학이 서울의 대학을 따라하면 안된다. 서울의 대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는 그런 길을 찾아보길 바란다.

오늘 2008년 대입제도 문제 토론이 빠졌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부에서 방침을 명료하게 발표했다. 잘 도와주시면 고맙겠다. 애로 사항이 있으면 있는 대로 충분히 대화하자. 정부도 다소 융통성을 발휘하겠으니 여러분도 도와 달라.

서울대는 자존심 때문에 2009년부터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는데, 정부도 그에 상응 조치를 면제하기 어렵다. 정부도 힘든 일 하지 않고, 대학도 잘 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언론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해 달라. 2004년에 이미 2008년 입시안 다 합의했다. 일종의 국민적 합의로 수용된 것이다. 그 기본을 지켜 달라. 그것이 잘못됐다면 합의해서 깨야한다. 대학의 신뢰를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스스로 약속을 지키고 신뢰성 있게 행동했을 때 가능하다.

대학은 다른 집단과 달라서 최고 지정 집단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나아갈 가치의 총체적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단 이기주의를 버려야한다. 그리고 사회를 통합하기 위한 배려가 항상 있어야 한다. 함께 가지 않으면, 함께 가려는 통찰력을 제시하지 못하면, 공무원들이 규제를 한다. 공무원들도 아무렇게나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받는 대학이 아니길 바란다.

대학의 자율을 강조하는데, 그렇게 해야 한다. 다만 국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대학의 자율과 자유도 규제 받을 수 있다. 국민과 더불어서 자율의 권리를 함께 공유해야지, 어느 집단의 자유를 위해서 나머지 자유가 제한되면 안된다. 창의성 교육, 인성 교육, 민주주의 교육의 미래 가치를 훼손하면서 자율을 외치는 건 자율이 아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증진하는 게 국가 경쟁력으로 키우는 것이다. 기업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할 수 있지만 대학과 교육은 그러면 안 된다. 다양성 있는 사회, 이런 걸 교육의 가치에서 살려나가야 한다.

한국 사회가 배려가 부족한 사회다. OECD 보고서를 보면 우리 사회는 GDP 대비 사회복지 분야 지출이 유럽의 3분의 1일다. 그리고 미국과 일분의 2분의 1이다. 우리 한국 사회 여러 역량에서 후진적 지표가 바로 이것이다.

이에 대해서 언론이 별로 쓰지 않았다. 배려가 부족한 사회라는 걸 상징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 강자의 목소리는 너무 크다. 오늘 참석한 우리 모두는 성공한 사람들이고 강자들이다. 강자가, 자기들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 우리 사회는 결국 분열된다. 그리고 이는 도덕적인 사회도, 자랑스러운 사회도 아니다.

한국 지성 사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학생들의 애로 사항을 이야기 할 때도 절반은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 이야기하는 것 같다. 외고는 특수목적학교 아닌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데, 그걸 해결하라고 우리나라 언론이 발칵 뒤집어 졌다.

한국 사회의 모든 엘리트는 결국 대학에서 나온다. 아무리 평등 이야기해도 능력 있는 사람들이 주요한 직책을 담당하게 돼 있다. 모든 ‘완장’ 찬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 권한을 자기 이익으로, 집단 이익으로 환원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의 권력은 엄밀하게 공공의 것이라는 걸 알고 절제된 행동,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신뢰가 풍성한 나라를 만드는데 교육 영역에서 도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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