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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딛고 일어선 조평규씨. 그는 "검정고시 출신에겐 역경을 이길 힘이 있다"고 말한다.
실패를 딛고 일어선 조평규씨. 그는 "검정고시 출신에겐 역경을 이길 힘이 있다"고 말한다. ⓒ 조호진
"사람들은 '선택은 포기하는 일'이란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다수가 중국에서 일을 할 때 몇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런 착각 때문에 중국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이다. 선택이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제외하고는 곁가지는 모두 포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한중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이라는 번듯한 이력에 뒤따라 붙는 특이한 이력, 전국검정고시동문회 부회장 조평규(52)씨.

중국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펼친 그는 젊은이들을 중국 전문가로 양성시키겠다는 생각으로 2003년 귀국했다. 그는 현재 중국 시장을 겨냥한 국내 사업가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중국을 꿈꾸던 어린 노동자

그는 고등학교 시험에서 낙방했다. 경남 통영의 부모님은 농사짓기를 바랐지만 그는 서울로 올라갔다. 그에겐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꿈을 지핀 사람은 당시 김용식 외무부 장관. 중학교 동문이었던 김 장관은 모교를 방문하여 어린 후배들을 향하여 "너희들의 무대는 시골이 아닌 '월드 스테이지'여야 한다. 큰 꿈을 꾸며 살아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은 어린 조평규의 가슴에 불덩이처럼 들어왔고, 이후로도 그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는 냉혹했다. 70년대 초 열일곱 노동자 조평규는 잔업까지 했지만 월급은 고작 5천원. 그의 꿈은 노동자가 아니었다. 중학교 시절 학교도서실의 책을 모두 읽었을 만큼 독서광이었던 그는 고단한 공장생활 틈틈이 책과 신문, 잡지 등 인쇄된 것이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다.

독서량이 많아지면서 국제 정세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었다. 그때 꿈 하나를 가슴에 품었다. 언젠가 중국과 수교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글을 읽고, '중국에 가서 사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3년간의 노동자 생활을 청산하고, 1년간 공부에 집중한 결과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경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하였다. 대학 졸업 후 은행에 입사하였고, 은행에 근무 중 서강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5년 후인 1987년 북경에 도착했다. '중국에 가서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지 13년만에 대륙에 입성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인맥을 통해 일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상위층의 경우 명문대 중심으로 인맥이 형성되고 거기에 끼지 못할 경우 자신의 노력이나 실력에 상관없이 소외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자신의 노력에 따라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거든요. 그래서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무역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던 그가 도착할 당시의 중국은 국제적인 룰도 없는,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경험과 자본이 부족했던 그는 두 번이나 연속해서 사업에 실패했다. 그러나 '신용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은 끝내 지켰다. 그는 아무리 어려워도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지 않았다.

그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정직하면 결국 주변에서 인정하게 된다고 굳게 믿었다.

"중국은 꽌시(關係), 즉 관계의 나랍니다. 신의, 신용이 우선 시 되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꼭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의 실패를 통해 사업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내에 들어와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중국에서 세 번째 사업에 도전했다. 자본과 경영을 분리한 사업방법에 주목한 그는 30%의 지분을 갖기로 하고 크리스탈 생수 공장을 운영한 결과 경영에 성공하였다.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 본 사장이 자본을 대준 것이다.

IMF 사태로 국내 본사가 어려워지자 자신의 지분 배당금으로 중국 공장 전체를 인수하게 된다. 그리고 2003년, 미국 기업에 생수 공장을 팔고 국내에 돌아와 '한중경제발전협회', '한중기업연합회'를 설립한 뒤 국내 기업의 자문역할을 하고, 중국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 북경의 조어대(외국의 대통령이나 최고지도자 방문시 숙소로 이용하는 최고급호텔(우리나라의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수교 15주년기념 만찬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조평규씨(뒤편 우측 서 있는 사람)
지난 4월 9일 북경의 조어대(외국의 대통령이나 최고지도자 방문시 숙소로 이용하는 최고급호텔(우리나라의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수교 15주년기념 만찬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조평규씨(뒤편 우측 서 있는 사람) ⓒ 조평규
공룡 중국에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은?

중국 수교 15년,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중국의 영향권 안에 예속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적 성공이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인지 기회가 될 것인지에 대해 그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결론을 짓는다.

"중국의 등장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역량과 지혜를 가지고 있을 때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위협이 될 것이다."

국내 상당수 기업들은 중국에 한두 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한국의 장래는 중국과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에 그는 중국전문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알지 못하고는 한 발짝도 전진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은 워낙 넓고 큰 나라이기 때문에 지역전문가,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국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를 통해 국가 이익을 도모해야 합니다."

그는 중국에서의 사업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종합예술로 본다. 그러므로 한두 사람의 기술과 역량만으로는 어렵고, 모두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 자기가 갖고 있는 정보, 아니면 자기가 보탤 수 있는 노력과 시간을 내놓아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만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룡과 대적해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중국전문가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연봉이 3억6천만원 정도라고 스스로 밝혔다. 자신의 연봉을 밝힌 것은 열심히 공부해서 능력 있는 중국 전문가가 된다면 어떤 분야 못지않은 수입이 보장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중국 시장은 아직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진출하여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여지가 도처에 깔려 있는 황금어장입니다. 물론 어려움이 있고 실패도 있겠지만, 실패를 딛고 그 일을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 성공이란 평범한 진리를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6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SKT 관계자들과 기념촬영
2006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SKT 관계자들과 기념촬영 ⓒ 조평규
"지식은 내놓을수록 창조 된다"

HSK란 무엇인가?

HSK(중국한어 수평고시)는 제1 언어가 중국어가 아닌 사람의 중국어를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급 표준화 고시. 고등A급(고등11급)은 최고급 수준으로 중국 대학원에 입학하는 합격 수준이며, 중국어를 소통수단으로 하는 일반적 업무에종사할 수 있는 합격기준이다. 이 기준은 통역 중급 수준으로 볼 수 있다. / 자료 HSK한국사무국 홈페이지
<중국에 가서 네 꿈을 펼쳐라>(2007년·머니플러스), <중국을 뒤흔든 한국인의 상술>(2005년·달과소) 등 두 권의 책을 펴낸 그는 대기업에서 자문과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지식은 내놓아야 하고, 내놓을수록 창조 된다'고 생각한다.

SKT 경영경제연구소 연구기획팀 백규선 팀장은 "중국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일부 대학교수들이 실무를 모르고 연구만 하는 사람들이라면, 조평규 부회장은 실무와 연구를 겸비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백 팀장은 "그의 중국어 실력은 최고등급인 HSK 11급이다. 중국인들에게 새마을 강의를 중국어로 할 정도이다. 작년부터 프로젝트와 세미나를 통해 그와 만나보니 실력도 있지만,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물으니, 김용식 장관이 심어준 꿈과 희망을 통해 꿈을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청소년들에게 좌표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같이 검정고시 출신의 청소년들에게도 "자신의 과정(과거)에 대해 비관할 이유가 없다. 검정고시 출신들에겐 역경을 이길 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평규씨가 펴낸 중국 관련 책 2권
조평규씨가 펴낸 중국 관련 책 2권 ⓒ 조호진

#조평규#중국#한중기업연합회#검정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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