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우먼타임스
[김선희 기자]“최근 ‘얼굴마담’이나 ‘코드 인사’라 일컫는 여성들은 쉽게 말해서 남성에게 간택 받은 여성이다.”

대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요즘,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여성 정치인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여성리더십을 논한 책이 한바탕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자가 여성가족부 장관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현직 여검사라 더 파장이 크다.

여성가족부에 파견근무 중인 정미경 검사(42·사시 38회)는 최근 <여자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라는 책을 출간하고 첫 여성 법무장관, 첫 여성 국무총리 등이 빠진 이른바 ‘최초 여성의 함정’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최초 여성’들의 과거 유형이라 할 수 있는 ‘남성 같은 여성’에 대해서는 “철의 여인의 시대는 끝났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 등장하는 여성들, 그나마 ‘진일보한’ ‘여성다운 여성’들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검사는 이들을 가리켜 “이력이나 경력은 있으나 실력은 없다”며 대신 “사회적 관계 맺기에 뛰어나다. 남성들에게 간택 받은 여성이기 때문에 그 방법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특히 그는 현직 검사 시절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 대해 “개인적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그녀라면 여성 전체를 대표하는 법무부 장관직을 거절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강 전 장관의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관련 “연예인형 리더십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실례”라며 “우리 미래를 감당할 리더라고 하기에는 2%
가 아닌 50%가 부족하다”고 못 박았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얼굴마담’이라는 일부 지칭에 대해서도 정 검사는 “사회적 편견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최초 여성 스스로 극복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최초 여성’들과 ‘여성 리더’들은 어떤 식으로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검사는 “미래 여성의 시대에는 여성다운 여성이 사라지게 된다”며 “여성이나 남성의 특질이 아니라 어떤 포지션에 요구되는 자질만이 중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앞서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는 주문을 외운다. “많아져라, 많아져라, 우선 많아져라.”

책의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현직 여검사의 여성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됐다. “소신과 당당함을 보는 것 같아 신선한 충격이다”, “여성으로서 여성을 비판한 것은 용기 있는 지적”이라는 평가부터 “그 사람의 인생이나 가치관보다는 주관적 경험을 갖고 일반화했다”, “최초 여성들이 이끈 변화를 간과했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여서 정치적인 해석도 많았다.

이와 관련 정미경 검사는 “현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책을 출판하는 데는 “부담이 있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하지만 최초 여성이 아니어서 더 이상 배려를 받지 못하며, 역할모델이 없어 혼자 고군분투하던 여검사 초년 시절을 돌이키며 ‘말하지 않는 다수의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정 검사는 “여자 후배들과 알파걸로 크고 있는 우리 딸들에게 ‘여성다운 여성’ 전략으로 살아가라고 말할 순 없다”며 “새로운 여성 리더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배 여검사에게 전하는 글

내가 한 후배 여검사의 멘토로서 그녀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다. 검찰이라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조직 내에서 터득한 노하우지만 남성이 위주인 조직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첫째, 무슨 일이든 꼼꼼히 준비한 후 착수해야 한다.
둘째, 나와 맞지 않는 상사와 대화할 때는 가능한 한 하고 싶은 말을 다하되, 반드시 예의를 지켜라.
셋째, 화가 날 때 화를 내라. 다만, 내가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된다.
넷째, 남자 동료들이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나를 만들자.
다섯째, 여자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면 서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

여자대통령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 - 검사 정미경의 여성 리더십 제안

정미경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7)


#여성#우먼#검사#대통령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