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숲정이 공부방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공동체입니다.
ⓒ 박미경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요? 물론 부엌이죠. 사실 그동안 부엌이 없어서 아이들 간식을 인스턴트식품으로 먹일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 다음은 화장실이요. 전에 공부방으로 쓰던 곳은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려면 학교까지 달려가야 했어요. 우습죠?"

23일 전남 화순군 도곡면 천암리 '숲정이 지역아동센터(시설장 홍경욱, 이하 공부방)'가 번듯한 공간을 마련하고 개소식을 가졌다.

100여평의 넓직한 터에 25평 남짓한 숲정이 공부방은 학부모들이 농촌에 산다고 아이들을 마냥 방치할 수 없다는데 뜻을 모으면서 지난해 7월 처음 문을 연 지역공동체다.

▲ 네발자전거의 진행자 김혜영씨도 숲정이 공부방의 발전을 기원했답니다.
ⓒ 박미경
숲정이 공부방은 순수 자원봉사에 의해 운영된다. 국어와 수학, 논술을 물론 대금과 일본어, 한문에 무용, 종이접기, 감성교육까지 전부 무료다.

처음에는 마을회관에서 시작했지만 공간이 좁아 빈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공부방으로 사용하던 집의 주인이 갑자기 공부방을 비워달라고 하는 통에 이곳을 이용하는 37명의 아이들이 갈 곳을 잃었다.

다행히 도곡초교 교장선생님의 배려로 사택을 쓸 수 있게 됐지만 오래도록 비워놨던 곳이라 공부방으로 사용하기에는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부엌도 여의치 않아 직접 만들어 먹이던 아이들의 간식은 인스터트식품을 먹일 수밖에 없었고 화장실 한 번 가려면 학교 화장실까지 달려가야 했다. 장소가 좁아 꾸준히 해왔던 대금과 원어민영어교육도 중단했다.

이에 깨끗하고 쾌적한 공부방이 있어야 한다는데 뜻을 모은 학부모들이 공부방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다행히 홍경욱 시설장의 인척이 자신의 땅을 공부방 부지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힘이 난 학부모들은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었다. 토마토까지 팔아가며 기금마련에 나섰지만 공부방을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 공부방 안을 들여다 보기 전, 김혜영씨와 학생들의 얼굴에 기대가 가득합니다.
ⓒ 박미경
마침 농촌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바꾸기 위해 학부모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 EBS 교육방송에 알려지면서 EBS <사랑의 네발자전거> 제작팀이 숲정이 공부방에 9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공부방 건립에 들어간 돈은 총 2300여만원, 숲정이 공부방이 지역 아이들의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힘을 모았다.

굴삭기를 가진 이는 며칠 동안 무료로 공부방이 들어설 터를 다져주고 전기기술을 가진 이는 무료로 전기시설공사를 해줬다. 보일러 설치와 미장, 도배 등도 주민들의 손길로 이뤄졌다.

부엌의 싱크대와 냉장고도 기증받은 물품이다. 이런 모두의 관심이 홍경욱 시설장은 고맙기만 하다고. 아직 갖춰야 할 것도 많지만 자금이 여의치 않아 걱정이다.

▲ 홍경욱 시설장의 부군인 문행주 화순군의회 의원이 돼지머리에 꽂으라며 지갑을 통채로 주시네요.
ⓒ 박미경
23일 공부방 개소식이 있던 날, EBS <사랑의 네발자전거> 제작팀도 공부방을 찾았다. 공부방 구석구석과 아이들의 들뜬 모습을 촬영하는 제작팀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공부방 안팎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한껏 넓고 깨끗해진 공부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생각에 즐거운 빛이 역력했다.

문가온(도곡중 2년) 학생은 "아이들을 위해서 이런 공간을 마련한 부모님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며 "공부방 선생님들이 친부모처럼 항상 따뜻하고 친근하게 대해줘 고맙다"면서 공부방 마련을 위해 노력한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직 텅 비어 있는 냉장고의 문을 열어 보며 "지금은 비어 있지만 모두의 사랑으로 가득차기를 바란다"는 <사랑의 네발자전거> 진행자 김혜영씨도 "숲정이 공부방이 농촌지역의 새로운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공부방의 발전을 기원했다.

이날 촬영된 내용은 내달 8일 오후 6시 EBS 교육방송 <사랑의 네발자전거>를 통해 방영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도뉴스(http://namdonews.yestv.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순#숲정이 공부방#도곡#사랑의 네발자전거#김혜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어떤 사항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고 글로 남겨 같이 나누고싶어 글 올립니다. 아직 딱히 자신있는 분야는 없지만 솔직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