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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무더위를 겪은지라 장마가 반갑기만 하다. 지금은 비를 맞는다는 게 모험이 되었지만, 어렸을 적만 해도 비 맞는 게 하나의 놀이였다. 마치 눈 오는 날 날뛰는 강아지처럼 우리는 비가 오면 날뛰었다. 그러다가 운 좋으면 마당 한쪽에서 팔딱 거리는 미꾸라지도 발견했다.
비오는 날엔 하늘에서 심심찮게 물고기가 떨어지곤 했다. 가끔은 토끼 귀처럼 쫑긋 두 갈래로 뿔처럼 자란 조갯살도 발견했다. 얼마 전에 먹었던 맛 조개가 영락없이 어린 시절 보았던 그 조갯살과 닮았다.
봄철 우리들의 미각을 즐겁게 해 주던 키조개와 새조개는 들어갔지만 맛조개가 빈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 새조개와 키조개에 비해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맛조개에서 우러난 국물 하나만큼은 여느 조개 못지않다. 삼삼한 감칠맛에 혀가 발라당 넘어간다니깐요. 그렇게 맛이 좋으니 이름도 '맛조개'가 아니겠는가.
맛조개는 남도 쪽에서 나는 것과 서해안에서 나는 것이 약간 차이가 있다. 서해안 맛조개는 '죽합'이라 해서 대나무처럼 쭉 뻗었다. 대게에서 가장 긴 다리 한 토막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르리라. 색깔도 대나무마냥 푸르스름하다. 반면에 보성 고흥 장흥 일대에서 나는 맛조개는 '가리맛'이라 해서 길이는 작고 몸통은 통통한 게 특징이다.
남해안은 가리맛, 서해안은 죽합
약 2주일 전 동네 단골집에서 맛조개를 개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선배와 함께 맛을 보러갔다. 2만5000원하는 맛조개를 주문하니 육수 냄비와 맛조개 한 접시가 나온다. 남도 벌교에서 공수해왔다는 가리맛이다. 짧지만 통통해서 제법 살점이 있어 보인다. 육수에 먼저 맛조개를 넣고 위에 미나리를 덮고 익히다가 껍데기가 벌어지면 살점을 떼어내고 살짝 더 익혀서 먹는다.
미나리부터 건져 먹고 맛조개를 먹기 시작한다. 어떤 건 한 잎에 먹기 벅찰 정도로 커 가위로 잘라먹기도 했다. 미나리와 맛조개에서 우러난 육수는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감질만 날 뿐이다. 그릇째 들고 후루룩 마셔야 맛을 제대로 느끼게 된다. 속이 시원해지면서 확 풀어지는 느낌이 난다. 술 한 잔 마신 게 도로아미타불 되는 부작용이 있는 게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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