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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태
박수 받으며 시작한 결혼식

오늘은 25년 전에 담임을 맡았던 제자가 늦깎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그 주례를 맡았습니다. 이제까지 맡아왔던 30여 차례의 주례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박수를 주문하고서 주례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까닭은 요즘 젊은이들이 대부분 자기 자신이 스스로 일어서려 하기 보다는 부모님께 의지하고 모든 것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오늘 결혼한 자랑스러운 제자 신랑은 너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결혼식을 하겠다고 주례를 서주십사 하고 집으로 찾아왔기에, 신랑에게 신접살림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물었더니 신랑은 뜻밖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주례사에서 이 말을 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신랑 신부의 첫 출발을 하는 마음자세를 듣고 그대로 여기서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신랑은 주례를 부탁하러 온 자리에서 첫출발의 각오를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저 임대아파트에 당첨이 되어서 그 집에서 새살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년 후엔 분양이 된다니까 그 때까지 돈 모아서 분양을 받아야지요. 그런데 집에 넓어서 장모님이 너무 고생을 하셔서 탈입니다. 이제 신접살림인데 33평이나 되다 보니 이것저것 사다 넣어도 너무 텅 빈 것 같다고 하시는데 미안해서 볼 면목이 없습니다. 한사코 말려도 늘 무엇인가를 사다 넣어 주시고 계십니다. 살림은 살아가면서 하나하나 사 모으는 재미가 있는 것인데 모두 사다 놓으시면 우린 무얼 합니까? 그렇게 모아가면서 사는 재미도 없으면 생활이 건조해질 것 같습니다."

이것이 신랑의 말이었습니다. 양가 부모님, 일가친척 여러분, 그리고 하객 여러분, 저는 오늘 이렇게 바른 생활관을 가진 신랑에게 박수를 한번 쳐주시라고 청하렵니다. 박수 한번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 박수 한 번 보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진정으로 행복을 가꿀 준비가 되어 있는 멋진 신랑이라서 박수로 칭찬하고 주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신랑의 말대로 살림을 하나 사고 나면 일주일은 행복합니다. 우리가 장만한 그 살림 하나가 두고두고 평생 기억이 되는 행복의 씨앗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데, 젊은 날에 샀던 우리 집 살림 생생히 기억하고 계시지요? 그래서 저는 늘 주례를 하면서 살림을 너무 장만해서 살림을 시작하지 말라고 당부해왔습니다. 오늘 이 신랑의 생각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나는 신랑의 알찬 생각을 칭찬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신랑의 생각이 널리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씨로 출발한 이 한 쌍의 부부에게 좀 더 색다른 축하의 인사를 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식장에서는 이런 주례사를 듣고 모든 하객들이 진정으로 축하와 장한 생각을 칭찬하는 우래 같은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 주례도 진정한 축하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스럽고 이 두 사람이 남다른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갈 것이라는 확신을 준 것 같아서 기분이 흡족하였습니다.

늦은 결혼식을 치르는 제자에게 이렇게 이색적인 주례사를 해줄 수 있게 되어서 기쁘고, 또한 이런 옹골찬 마음씨를 가진 제자가 있다는 것이 기분 좋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한국일보디지털특파원,개인불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주례#신랑#옹골찬생각#신접살림#장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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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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