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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꽃일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난 모습이 풀은 분명 아니다. 그것도 이파리가 아주 넓적하고 층을 이루고 있다. 거기에다 노란 꽃까지 피어 있으니, 아주 장관이다. 대개는 맨 꼭대기에 화려한 꽃을 피어내는데, 다르다. 마디마디 마다 고운 꽃을 피어내고 있으니, 마음을 확 잡아 끌어당기고 있다.

▲ 노란 꽃
ⓒ 정기상
전북 군산의 은파 유원지에 있는 식당에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식사를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주위의 풍광이 빼어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즐거워질 수 있다. 그런데 주변의 경관이 장관이다. 앞에는 호수의 물이 출렁거리고 있고 뒤에는 높지 않은 산이 둘러싸여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만남에 맛과 멋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었다.

녀석은 묵은 친구다. 고향을 같은 곳을 두고 있으니, 정이 듬뿍 들어 있다. 그러나 서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 다르니, 함께 할 수 있는 데에는 많은 제한점이 있다. 마음이야 한 걸음에 달려가서 회포를 풀고 싶지만, 현실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결국 마음을 다지고 결심을 해야 겨우 찾을 수 있다.

세상에는 좋은 것이 많다.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을 다 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일을 성취하고 나면 또 다른 욕심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욕망의 불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 당혹
ⓒ 정기상
누구나 한계를 느끼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욕구 모두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이런 불길이 불행의 시작인 것이다. 욕심이란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일어나는 욕심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심은 모두에게 있다. 누구에게는 있고 누구에게는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그 것을 의식하고 인식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안에서 일어나는 욕구를 감지하고 그것의 원인과 크기가 얼마나 되는 것인지를 알게 된다면 자제할 수도 있고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공간적으로도 제한이 있고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기 좁으면 인정하기가 어렵다. 자만심으로 세상을 얕볼 수도 있고 우물 안의 시각으로 공격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분명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 여행
ⓒ 정기상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여행이다. 낯선 풍광에 젖어 있게 되면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얼마나 유한한 존재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자신이 자연의 일부분이란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낮추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겸손과 아량을 익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살아가고 있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소중함을 실감하게 된다. 개인의 욕망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의 실체는 텅 비어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렇게 되면 버릴 수 있게 되고 마음을 비우게 되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될 수 있다.

거기에다 묵은 친구와 만나서 정을 확인하게 되면 금상첨화다. 홀로 하는 여행의 즐거움도 있지만 함께 하는 여행도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눈다는 자체가 기쁨을 만들어 낸다. 나누는 것이 무엇이든 그 것은 상관이 없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나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 멋
ⓒ 정기상
녀석과의 정담을 마치고 나서는데 눈을 잡은 곳이 바로 노란 꽃이다. 이름은 알 수가 없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식당 주인의 말에는 깨꽃이라고 하는데, 아닌 것 같다. 빨간 색의 깨꽃은 사루비아를 말한다. 그러나 색과 꽃의 모양이 사루비아와는 사뭇 다르다. 궁금증이 커진다.

꽃의 이름을 모른다고 하여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유혹하고 있는 손짓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라보니, 유혹에 빠진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딱정벌레도 사랑에 정신이 없었다. 여행의 참맛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부딪혀서 당황스럽지만 가슴을 설레게 하는 멋이 바로 그 것이다. 아름다운 6월이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군산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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