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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처해있는 최저임금의 열악한 실태를 직접 증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이지섭

최저임금 막판 심의를 앞두고 택시노동자 최저임금법 적용 개정안이 개악 수준으로 수정되어 환노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현행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이 직접 현행 최저임금제도의 열악한 실태를 증언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연대의 주최로 21일 오후 2시 광화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노동자 증언대'.

이 자리에는 인천지방법원에서 청소용역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권순하씨, 정부의 '사회적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산후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최아무개씨, 훼미리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기홍씨,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고 있는 김아미씨 등 4명의 노동자들이 나와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고발했다. 또한 대학생인 류아무개 씨가 나와 자신의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용역노동자들을 면접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일부 참석자들을 익명으로 표기한 점을 양해 바랍니다)

"학용품 살 여유도 없어... 너무너무 분하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고 증언한 청소용역 노동자 권순하씨는 "3월에 시작한 교섭이 4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용역)업체는 계속 만원 인상안을 들고 나오고 있어요. 아침 6시까지 나와 힘들게 일해도 (인천지방법원은) 화장실 비데는 놓으면서 용역회사하고 계약은 작년, 올해 모두 동결했습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나도 여성 가장인데, 작년에 한달 66만원을 받았어요. 방세 내고 공과금 내고 하면... 같이 사는 외손녀가 6학년인데 학용품 살 여유도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초등학생인데도 학용품을 살 여유가 없어요. 너무너무 분해요"라고 말했다.

"우리도 인간이잖습니까. 인간 대우 받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요. 인간 대우 안 해주니까 너무 속상해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할 말은 많은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그리고 증언을 하는 동안 자신의 현실을 돌이켜 생각하면서 되새기게 된, 그 동안 쌓였던 답답함과 억울함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시장 티셔츠도 들었다 놨다... 하루하루 생활이라도 가능했으면"

정부가 사회적일자리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산후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최아무개씨는 "주40시간 근로를 통해 받는 77만원에서 4대보험을 제하고 71만원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와 가스가 끊어지기도 하고, (애들 사주려고) 시장의 싼 티셔츠 하나를 골라도 들었다 놨다를 수십 번 합니다"라면서 "최저임금이 몇백만원씩 책정되어 풍족하게 살만큼 되기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최저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임금으로라도, 하루하루 생활이라도 가능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담담하지만 절박함이 담긴 말투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올해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적용받으면서 그 부작용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보도했던 아파트 경비원 박기홍씨는 "노동부가 휴게시간을 부여하면 임금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교육했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용역회사들은 교육받은 대로 휴게시간만큼의 임금을 깎았다"고 고발했다. 또한 어느 아파트 경비원의 사례를 통해 "경비원들은 분리수거, 화단청소, 우편물정리, 열쇠관리, 기타 잡무에 시달리면서 사소한 일로 책임을 추궁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그는 경비원들의 이런 노동환경을 "노예와 같은 근무현실, 최고로 질이 낮은 노동행위"라고 성토했다.

경비원 월급은 오르지 않았다, 월급 올랐다고 해고하지 말라

그는 또한 "휴게시간을 주더라도 마땅한 휴게실이 따로 없어서 주민들이 요구하면 또 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편법을 사용해 임금을 제대로 올리지 않은 용역회사와 입주자대표회의들이 "관리비가 한 달에 1만원 정도 오를 것이니 경비원 해고를 찬성하는 서명운동까지 하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일본어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고 있는 김아미씨는 "관광통역안내사는 프리랜서라는 인식이 일반적이고 우리도 노동자성을 깨닫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나 세무서에서도 '가이드'가 노동자냐고 의문을 갖습니다. 하지만 작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노동자로 인정을 받았습니다"라면서 고소득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는 '관광가이드'의 노동현실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30년째 일당 1만 5천원, 우리도 최저임금 노동자"

그는 "일당이 1만 5천원입니다. 25년, 30년 된 선배들한테 물어봐도 그 때도 일당으로 받으면 하루에 1만 5천원이었다고 합니다. 30년 전에 형성된 금액이 단 한 번도 인상이 없었던 겁니다."라고 말했다. 손님을 쇼핑센터에 안내하거나 옵션투어(관광상품에 포함된 상품 말고 다른 코스를 안내하는 것)를 판매했을 경우 얼마간의 수수료를 받기는 하지만 "15년차 정규직이 받는 기본급이 13만3000원"인 상황에서 이들의 한달 수입은 최저임금 수준 언저리에 걸쳐 있었다. 그가 여행회사의 치밀한 보안을 피해 인쇄해 온 한 노동자의 급여명세서에는 기본급 13만3000원, 통역안내수당 13만5000원을 합한 금액에서 4대보험을 제외한 22만6294원이 찍혀 있었다.

대학생 류아무개씨가 발표한 한 대학교의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실태는 더욱 심각했다. 그는 학보사의 신문의 인터뷰에 응했다는 이유로, 또한 축제 때 막걸리 1병을 받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노동자의 실례를 전하며 자신의 이름을 익명으로 하고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데 대한 양해를 구했다. 그는 "학교에서 애초에 임금으로 공고한 금액은 97만원이었는데 실제로 이 분들이 받고 있는 돈은 4대보험을 제외하고 70만원"이라며 "작년에는 퇴직금을 자신의 월급에서 빼서 적립하도록 해 1달에 4만 5천원 정도를 월급에서 공제했다"고 전했다.

막걸리 1병 선물에 해고, "껌은 붙여 놨다가 당신들이 씹을 거냐?"

그가 "근로계약서에 청소담당 건물이 아닌 건물로 이동할 경우 해고가 가능하다는 반인권적 내용도 있다"고 말하자 참관석 곳곳에서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또한 업무과다로 휴게시간을 쓰지 못하면 "열심히 안 하니까 못 쉬는 거다"라고 얘기하거나 "집에서 청소하나 밖에서 청소하나 매한가진데 돈도 벌고 좋지 않냐", '(바닥에 붙은 껌을 보고) "껌을 왜 안 떼냐. 붙여 놨다가 당신들이 씹을 거냐?"는 등 반인권적인 폭언이 난무하는 현실을 생생하게 전했다.

오늘 나온 노동자들은 이후 사업장에 돌아가서 자신이 불이익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감수하고 증언대에 섰다. 앞으로 열흘 정도 남은 짧은 6월이 지나고 나면 내년에 자신들을 포함해 192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적용받게 될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내일 서울세관에서는 제5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려 다시 한 번 최저임금을 조정하게 된다. 지난 번 4차 회의에서 노동계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동결안을 내놓은 사용자측이 어떤 조정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태그:#최저임금, #최저임금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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