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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250년의 역사> 책 겉그림
<자본주의 250년의 역사> 책 겉그림 ⓒ 미래의 창
지난 200여년 동안 자본주의 개선행렬만큼 세상을 많이 바꿔 놓은 것도 없다. 섬유공장을 비롯한 증기기관, 해운항만, 자기부상열차, 최첨단 의료기술 등 그 모든 것들의 주도권은 자본주의에 달려 있었다.

물론 그것이 올바른 성공가도를 달려왔다고만 할 수는 없다. 대량생산하는 공장에서 대량해고를 당하는 겪은 노동자들의 아픔이 있었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자국을 떠나는 공장의 해외이전 열풍도 좀체 막아설 여력이 없다. 땅과 기업을 비롯한 그 모든 것들이 자본에 끌려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네 다니엘스와 슈테판 슈미츠가 쓴 <자본주의 250년의 역사>는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자본주의가 걸어온 명암을 엿보게 한다. 지난 200여년의 세월 동안 자본주의가 이룬 풍요와 진보의 효율성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빈곤과 궁핍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19세기에 착취당한 공장 노동자들의 봉기, 대공황 때의 증시 붕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 이탈리아로의 휴가 여행으로 상징되는 독일의 상상도 못했던 부의 축적 등, 자본주의 발전의 이정표들을 살펴본다."- 머리말 중에서

1760년 무렵 영국에서부터 산업화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독일을 비롯한 대륙의 개혁가들과 도약을 꿈꾸는 시민들이 그들의 사상과 기술을 복제했다. 기계가 수작업을 몰아내고 증기력이 인력을 대신하는 등 새로운 제조기법들이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자연스레 자본은 공장과 노동력에 투입이 되었고, 수백 년 동안 유지돼 온 신분질서도 새로 구성되었다.

그로 인해 유럽 대륙은 봉건 시대의 농노 신분에서 해방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것이 신분의 자유, 인구증가, 경제력의 증대로 이어졌는데 그 밑바탕에는 분업화도 한몫했다. 하지만 노동시간은 그만큼 길어졌고, 임금은 형편없이 낮아졌고, 새로운 궁핍 현상도 나타났다.

이는 독일의 슐레지엔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의 공장주들은 오직 이익을 올리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그 까닭에 공장주들은 있는 대로 노동자들을 쥐어짰고, 착취를 일삼았다. 더욱이 노동자들의 생활방식도 기계가 그 삶의 박자를 결정했으며, 누구도 그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사회 분야에서의 진보는 달팽이처럼 느렸다. 그러나 슐레지엔 직조공들의 고향인 페터스발다우와 랑엔비라우에서도 진보를 느낄 수 있었다. 1883년 디리히 사는 랑엔비라우 마을에 최초의 공장 사택을 지었다. 그로부터 15년 뒤, 디리히 공장 부이에는 직원 자녀들을 위한 유치원까지 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급부는 주로 자선행위로만 제공되었다."(61쪽)

그 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사이 미국의 경제공황은 독일에까지 일격을 가했다. 증시와 더불어 신용대부제도마저 무너졌던 까닭에 미국 은행들은 해외차관을 즉시 중단했고, 대출한 돈으로 대금을 댔던 독일 경제도 휘청거렸던 것이다. 그로 인해 기업가, 은행가, 농부, 상점 주인들도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가장 심한 타격은 단순 노동자들에게 미쳤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에 독일은 통일이 되었다. 곧이어 1991년에는 소비에트 연방이 69년 만에 공식 해체되었다. 공산주의가 잇달아 무너짐으로써 가히 자본주의의 승리가 완전해 보였다. 더욱이 세계 경제와 세계 무역의 급성장으로 인하여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이룰 성공질주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렇지만 21세기의 자본주의는 이전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전의 자본이 일자리와 공장과 발명가와 상품에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아무런 어려움이나 땀방울 없이 오직 돈을 불릴 수 있는 곳에만 몰려들고 있다. 이른바 세계 화폐의 90퍼센트가 실경제와는 상관없는 투기성 사업에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만도 한 해에 전 세계의 국민총생산보다 큰 금액의 외환이 거래된다. 이것이 카지노 자본주의로, 순전한 도박이다. 돈은 더 이상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고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일할 뿐이다. 자본주의는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의미마저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다."(157쪽)

지난 200여년 동안의 자본주의는 나름대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예전의 양 날개로 견제해 왔던 공산주의가 허물어진 듯한 마당에 자본주의는 완전한 날개로 수직 상승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지금껏 자본주의가 이룬 기술발전과 생활의 편리 그 이면에는 인간의 불평등과 소외가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에서도 자본주의가 가져 온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진보적인 면과 야만적인 면, 그 양면성을 밝혀주고 있다. 더욱이 많은 부조리와 적잖은 불평등을 야기했음에도 현재까지 많은 수정과 보완을 거쳐왔음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문제는 분명 다음 세대가 맞이할 자본주의일 것이다.

아무쪼록 교양으로 읽는 세계 경제의 자본주의 250년 역사를 통해, 앞으로 이후 세대가 추구해야 할 자본주의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 미리 진단해 보고 짐작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250년의 역사

아르네 다니엘스 외 지음, 조경수 옮김, 미래의창(2007)


#자본주의 250년의 역사#자본주의#공산주의#아르네 다니엘스#슈테판 슈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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