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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동아일보>의 보도→7일 국정브리핑의 반박→12일 국정홍보처 차장의 반박→17일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언급→18일 <동아일보>의 반박보도→18일 국정브리핑의 반박→19일 <동아일보>의 재반박 보도

기사 한 꼭지를 둘러싼 국정홍보처와 <동아일보>의 '핑퐁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 <동아일보(왼쪽)>가 지난 7일 보도한 '정책홍보 점수제' 비판 기사. 석간 <문화일보>가 '기막힌'이란 표현을 '어이없는'으로 바꿔 금방 받아썼다.
ⓒ <동아일보> <문화일보> PDF

[시작] <동아일보> "정책홍보점수제가 기가 막혀"

발단은 <동아일보>가 지난 7일 A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기막힌 정책홍보 점수제' 기사. 정치부 민동용 기자는 이 기사에서 "국정홍보처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를 위한 평가원칙 및 분류기준'에 따르면, 비판기사에 대한 대응이 빠를수록 정정보도 신청은 많을수록 점수 가중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홍보처가 정책홍보 평가를 항목별 계량화·점수화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출처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라고 밝혔고, 기사 끝 부분에 "홍보처의 정책홍보 평가 방식은 각 부처가 언론에 무리한 대응을 하도록 만드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이 의원의 발언을 옮기기도 했다.

민 기자는 이 사안을 A3면 머릿기사 "김창호 처장 '내가 부르니 장관도 뛰어오더라'"로 이어갔다. "내가 부르면 장관들도 즉각 뛰어온다, 어느 부처 장관은 식사 자리에 간부들까지 대거 대동하고 나왔더라"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사석 발언을 소개하며 "이 간부가 이렇게 큰소리칠 수 있는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고 썼다.

민 기자는 그 '까닭'이 바로 기사 대응, 국정브리핑 실적 등으로 평가 부처순위를 매기는 위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원칙 및 분류기준' 때문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판단 근거는 해당 기사 발문에서 드러난다.

정정-반론보도 신청 왜 늘었나 비판기사 대응 잘하면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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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는 당일 석간에서 <동아일보> 기사의 제목 중 '기막힌'이란 표현을 '어이없는'으로만 바꿔 '받아'쓰기도 했다.

[반박] 국정홍보처·노 대통령 "재탕을 특종인 양..."

<동아> <문화> 보도에 대해 국정홍보처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황두연 정책발표협의팀장은 보도 당일인 7일 국정브리핑에 '<동아-문화>의 기막히고 어이없는 정책홍보 평가 시비'라는 글을 올려 "<동아>는 각 부처의 정책홍보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문제 삼아 1면 톱-3면 해설도 모자라 사설까지 덧붙여, 분량으로 보면 특종이지만 사실 이 보도는 '낙종'"이라는 주장을 폈다.

황 팀장은 "두 신문이 보도한 내용은 팩트(사실관계)는 맞지만 전혀 새로울 것이 없고 오히려 같은 내용을 재탕하고, 아침에 보도한 내용을 오후에 삼탕하는 함량 미달의 기사"라고 반박했다. 황 팀장은 '정치적 의도' 의혹까지 제기했다.

"<동아>와 <문화>의 정책홍보 평가비판은 정부의 정당한 업무 수행에 대한 근거없는 폄훼다. 이는 이미 지난해 공개돼 여러 차례 기사화된 사안이다. 두 신문의 새삼스런 '뉴스'에 담긴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왜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정치언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지 두 신문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12일에는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이 나섰다. '<동아일보>의 황당한 오보 행진'이라는 제목이었고 내용은 황 팀장의 그것과 유사했다. "지난해 11월 국정홍보처 홈페이지에 이미 공개했으며 그 때부터 누구나 마음대로 볼 수 있었으며 옮고 그름을 떠나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폭로성 뉘앙스가 물씬 풍기는 1면 머릿기사감은 더더욱 아니다"는 것이다.

공방은 닷새 후 다시 이어졌다.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 보도를 다시 제기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우리가 지난번에 정보공개해 놓은 자료를 국정홍보처에서 해 놓은 것은 보지도 않고, 국회을 통해 가지고 국회의원이 자료를 건네주니까 그거 무슨 엄청난 비밀인 것처럼 <동아일보>에서 사리도 맞지 않는 기사를 막 썼는데, 사실 이것이 새로운 자료가 아니고 공개 자료에 이미 나가 있는 것을 가지고요. 오보를 내고. 오보를 내놓으니까 <문화일보>가 그대로 베껴 쓰고요…. 이런 식으로 기사 만들면서…"

[재반박] <동아일보> "대통령, 보고는 제대로 받고 계신가"

이튿날 <동아>가 발끈했다. 이번에는 청와대 출입 정연욱 기자가 18일자 A2면에 "해당 기사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입수한 '2006 정책홍보 관리평가를 위한 평가원칙 및 분류기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라고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정 기자는 "노 대통령이 '정부가 공개했다'고 말한 것은 '정책홍보 관리평가 추진 현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나 A4 2장 분량의 이 자료에 실린 표엔 본보가 다룬 평가기준의 측정항목 및 측정방법이 빠져있다"고 밝혔다. 제시한 자료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반박은 19일에도 이어졌다. 발단이 된 7일자 기사를 쓴 민동용 기자가 '기자의 눈'을 통해 다시 한번 국정홍보처와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제목은 '노 대통령, 보고는 제대로 받고 계십니까'. 내용은 전날치 정 기자의 기사와 유사했다.

민 기자는 "지난해 10월 10일 '정책홍보관리평가', 같은 해 9월 21일 '정책홍보관리평가추진현황'이란 제목으로 각각 자료가 올라와 있다"며 "그러나 기자가 기사를 쓴 자료와는 다른 자료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 순위'는 아예 비슷한 제목의 자료조차 찾을 수 없었다"며 "결국 노 대통령은 국정홍보처로부터 사실과 다른 보고를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 <동아>는 7일 기사에 이어 18일 기사, 19일 '기자의 눈'을 통해 보도를 이어갔다.
ⓒ <동아일보> PDF
▲ 국정홍보처는 <동아>의 오보가 세 번이나 거듭되고 있다면서 국정브리핑을 통해 반박했다.
ⓒ 국정브리핑
[재재반박] 국정홍보처 "같은 사안 세번이나 오보하나"

되풀이되는 공방. 다시 국정홍보처가 나섰다. 국정홍보처는 18일과 19일 부처의견을 통해 다시금 이전의 주장을 되풀이한 후 19일 '똑같은 사안 세 번이나 오보 반복… 귀막은 <동아일보>'라는 글을 올렸다.

국정홍보처는 이번에는 아예 해당 자료에 접근하는 방법을 번호를 달아 설명해 두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7일 <동아일보>의 첫 보도 때부터 해당기자에게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입수했다는 자료는 이미 정보공개된 자료이니 홈페이지를 참조하라는 답변을 했다. 또 <동아일보>가 지적한 '기막힌 정책홍보 점수제'는 기가 막힌 평가제도가 아니라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기관 용역과 각 부처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의 오보? 국정홍보처의 고집?

여기까지가 7일부터 19일까지 펼쳐진 국정홍보처와 동아일보의 공방이다. 과연 어떤 부분이 어떻게 꼬였기에 이처럼 지루한 공방이 이어진 것일까.

국정홍보처의 주장대로 <동아>는 있는 자료도 제대로 못 찾은 것일까. 아니면 <동아>의 주장대로 국정홍보처가 없는 자료를 갖고 고집을 펴고 있는 것일까.

일단, <동아>의 보도는 '오버'라고는 할 수 있을 듯 하다. '특종' '단독보도'라는 문패는 안 달았으나 <동아>는 7일 두 면에 걸쳐 편집·보도해 이 사안을 '이슈화'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이미 지난해 9~10월에 알려진 내용으로 다른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국정홍보처의 '재탕' 주장은 맞다.

심지어 이번에 <동아> 기사를 그대로 옮겨 보도한 <문화>조차 지난해 8월 26일 기사에서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 정책홍보능력을 평가기준으로 다양한 항목을 마련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이 제출받은 '2006년 정책홍보 관리 평가 매뉴얼'을 소개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으로도 당시 상황을 금방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동아> 민동용·정연욱 기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 순위'는 국정홍보처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이와 유사한 '정책홍보 관리평가 추진 현황' 자료만 올라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국정홍보처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초기화면에서 불과 다섯 번의 클릭만으로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 기준'에 접근할 수 있다. <동아>가 입수해 기사에서 상세히 소개한 바로 그 자료다.

<동아>는 7일 보도한 이후 '비슷한 제목의 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 했으나 이 자료는 지난해 11월 8일부터 이 자료실에 올라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문서는 '다수의원요구자료'라는 파일 안에 담겨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들을 따로 모아놓은 파일이다.

▲ <동아>의 주장과는 달리 국정홍보처 홈페이지에서 불과 다섯번의 클릭만으로 '해당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 국정홍보처
ⓒ 국정홍보처
익명을 요구한 국정홍보처 한 관계자 얘기다.

"(첫 기사가 나간) 7일 이전에 민 기자가 자료를 갖고 있다면서 취재를 해왔는데 그때 '이미 공개된 것으로 국정홍보처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얘기해줬고, 대통령 발언이 나간 뒤 청와대 출입하는 정연욱 기자가 다시 물어 또 한 번 일러줬다. 그런데도 19일 보도가 또 '그 자료는 없고 유사한 것만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본인 취재가 부족했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번에는 민 기자 얘기를 들어봤다.

"17일 저녁 국정홍보처 얘기대로 검색했으나 찾고자 하는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A4 2장짜리 '정책홍보관리 평가 추진현황'을 찾았는데 내가 이 의원한테 받은 자료와 달랐다. 18일 기사까지는 연락이 없었는데, 19일 '기자의 눈'을 쓴 뒤에 국정홍보처에서 전화가 왔다. '7일 이후 여러 번 반론을 했는데 못 봤느냐'고 했다. 매일같이 체크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 수 있겠나. 그리고 그 정보가 '다수의원요구'란 제목의 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정보공개라고 하지만 이렇게 찾기 힘들고 일반 국민들도 찾기 힘들 것이다."

중재위 건수가 늘어난 이유는 과연?

종합해보면 이렇다. <동아>의 주장과 달리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기준'은 국정홍보처 홈페이지에 지난 11월부터 올라와 있었다.

물론, 민 기자 얘기처럼 파일명이 달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500쪽에 이르는 방대한 파일 안에 담겨있었다. 더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국정홍보처에서 이런 정보는 좀 더 나눠놓고 좀 더 잘라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눈높이를 맞춰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민 기자나 <동아>에게 면책이 될 수는 있을까. 이는 기자의 취재 기본인 사실확인 및 정보검색 부실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국정홍보처에 "중요한 자료가 깊숙이 묻혀있으니 검색기능을 좀 더 편리하게 고쳐라"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찾기 어려운 것을 일일이 어떻게 찾아 기사를 쓰냐"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특정 부서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다면 그 부서를 충분히 취재하는 것이 기자의 기본이다. 게다가 민 기자의 입수자료에 대해 국정홍보처가 홈페이지 등재 여부를 분명히 밝혔다면 몇 번이고 확인 취재를 통해 관련 자료에 접근해야 했다. 그랬다면 18~19일 기사를 통해 스스로 취재부실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 있다. 이름 석 자를 걸고 내보낸 기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챙기는 것도 기자로서의 기본 덕목이다. 반론이 예상되는 사안의 경우 더 그렇다.

민 기자는 "19일 '기자의 눈'을 내보내기 전까지 (국정홍보처의) 반응이 없었다"고 했으나 국정홍보처는 기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았을 뿐 국정브리핑 등을 통해 반론을 제기했다. 이같은 내용이 각종 포털사이트에까지 직접 뜨는 시대에 그 내용이 <동아> 내부에서 당사자인 민 기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민 기자는 지난 7일 기사에서 '홍보실적 점수제'를 비판하며 "현 정부 들어 언론 중재위 건수가 늘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중재위 건수가 늘어난 이유, 과연 그것 때문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태그:#정책홍보점수제, #국정홍보처, #동아일보, #국정브리핑,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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