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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이른바 지성인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갖고 있는 견해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대학생들은 한국문화와 외국문화를 선호할까? 또한 공공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 스킨십에 대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을 자녀로 둔 40대층은 이러한 자녀들의 스킨십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에서 발행하는 신문 <女론의 여론>은 이러한 문화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지난 15일자에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문화 정체성의 본질 1위 '단일민족', 젊은 층 외국문화 선호 위험수위

▲ 대학생 대상 한국문화 정체성 여론조사 기사가 실린 신문
ⓒ 박상건
첫 번째 문화의식 인식도 조사는 한국문화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대학생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화의 정체성 관련 "당신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88.6%가 '예'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단일민족'(32.6%), '공동체 문화'(22%), '학연과 혈연'(19%), '5천년 역사'(12%), '근면과 친절'(11%) 순으로 대답했다. '당신이 갖고 있는 한국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윗사람 존중(65.2%), 명절 또는 성묘(20.2%), 놀이와 축제문화(10%), 문화유산 답사(7.6%) 순으로 대답했다.

한국문화와 외국문화의 친근감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둘 다 비슷하다'(46.5%)가 '한국문화가 더 친근하다'(27.8%)보다 많았다. 평소 한국문화와 외국문화 중 어느 쪽을 더 즐기는 가를 묻자 서슴없이 외국문화를 더 즐긴다고 말한 응답자가 78.1%로 압도적이었다. '같은 값이라면 한국제품과 외국제품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고 묻는 질문에서 역시 66.8%가 수입제품을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결국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한국문화의 정체성은 '없다'고 극단적으로 표현해도 전혀 과장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지난 2004년 문화관광부가 조사한 외국 네티즌 대상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대표 이미지 1위가 김치(16%)이고 전통과 문화, 역사 항목은 하위(5.5%)를 차지한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앞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한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경관과 명소(24%), 문화체험(13.5%), 역사유적지(9%) 순으로 나타나 외국인이 한국을 찾을 경우 문화공간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우리 국민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심각할 정도로 무디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웅변한다.

월드컵과 독도에만 열정 vs 한국문화 무대 사라질 판

이번 설문조사 과정에서 만난 일본인 유학생 아리코(28)씨는 "한국에 와서 한국적인 문화와 역사에 관해 접해볼 기회가 많이 없었고 일본과 달리 한국적인 문화행사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은 쏟아지는 외국문화 속에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고수해 나가려는 경향이 강한데 반해 한국 대학생들은 월드컵과 독도에만 사랑을 외칠 뿐 일상의 문화에서는 너무 외국 지향적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각종 외국 대회를 유치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국력신장과 글로벌화에 발맞춘 대한민국의 이미지 업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각종 세계 박람회 등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우리가 지켜야 할 민족의 얼과 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필요 이상으로 다문화 사회에 포용력을 발휘하면서 결국 대책 없는 전통문화 전승과 미래 후손들이 영위할 한국문화의 무대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뒤돌아볼 때이다.

20대, 스킨십에 아주 개방적 vs 40대 여성, 아주 부정적

▲ 공공스킨십 20, 40대 설문조사가 실린 신문 지면
ⓒ 박상건
두 번째 문화의식 인식도에 관한 조사는 공공장소에서의 남녀스킨십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에 관한 조사이다. 최근 출퇴근 지하철에서 눈살 찌푸릴 정도로 과도한 스킨십으로 언성을 높이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이러한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 것인지, 지난 5월 10일부터 17일까지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 1000명(20대 남녀 500명, 4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연인들의 스킨십'(이하 공공 스킨십)에 관한 시민들의 반응을 알아보았다.

20대의 경우 51%가 '자연스럽다'고 밝혔고 40대는 45.7%가 '불쾌감을 준다'는 반응이었다. 20대 중 자연스러움의 정도에 대해 손 올리기(36.4%), 껴안기(21.8%), 입맞춤(20.6%) 순이었고, 40대는 반대로 스킨십 수위가 높아질수록 허용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40대 중 '당신의 자녀일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 물었을 때 70.2%가 자녀 스킨십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했고, 특히 40대 여성의 경우는 79.5%가 강한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또 20대 중 애인이 있고 없음에 따라 스킨십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껴안기 입맞춤 등 허용범위를 넓게 잡은 20대 여성의 77.2%가 현재 애인이 있다고 답했다. 20대 남성의 70% 이상이 공공스킨십에서 남의 시선이 의식되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대답했다. 20대 여성의 60%는 남의 시선이 의식되면 바로 그만두고 싶다고 답변했다. 결국 애인이 있든 없든 20대이든 40대이든 여성의 경우가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우리 것 지키면서 외국문물 포용해야 vs 나 아닌 모두를 위한 행복이어야

개방화 물결을 외국 문물이 들어오면서 결국 우리들의 공동체 문화, 배려와 포용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두 설문조사 결과는 이러한 문제를 한번쯤 뒤돌아보게 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것은 지키면서 외국 문화를 포용해야 할 것이고, 나의 개성을 십분 발휘하면서 한편으로는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아는 그런 사회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에게 표현의 자유와 행복의 권리를 주었다. 즉 어느 한 개인에게 하나의 행복을 전적으로 위임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女론과 여론>은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미디어취재보도 수강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직접 기획·취재·편집과정을 통해 제작한 신문입니다. 박상건 기자는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미디어취재보도 담당 교수입니다. 

*이 글은 미디어다음, 섬과문화(www.summunwha.com)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한국문화, #정체성, #스킨십,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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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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