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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서 보는 단상 위의 선생님
관중석에서 보는 단상 위의 선생님 ⓒ 이정우
6월 15일 아침 봉담면에 있는 협성대학교로 차를 달렸다. 일전에 총장이 되신 지 일주일 만에 그 바쁜 일을 두고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오셔서 강의를 해 주신 선생님이 대학교 총장 취임식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함께 가는 문우는 선생님과 첫 만남이었던 첫 강의 후부터 선생님의 열강에 빠져버려서 나보다 더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 어린 마음으로 선생님 이야기를 한다. 봉담 IC를 빠져나오자 이곳  저곳에 ‘협성대학교 제 6대 최문자 총장 취임식‘이란 현수막이 자랑스럽게 걸려있었다.

좀 늦었으리라 생각하며 도착한 강당에는 식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작아서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빛을 내는 야생화처럼 선생님은 대학교 강당의 단상 위에 다소곳이 앉아 계셨다. 작아도 큰 여인이시다. 이렇게 큰 기쁨의 날에 선생님은 미용사의 손길 대신 집에서 옛 어머니들이 하듯이 참빗으로 곱게 빗어 내린 듯 단정하게 머리를 하셨다.
                                                             
취임사에서 연인 같은 총장이 되시겠다고 멋진 말씀을 하시는 선생님
취임사에서 연인 같은 총장이 되시겠다고 멋진 말씀을 하시는 선생님 ⓒ 이정우
좌석으로 안내를 받고 멀찍이 앉아서 단상을 바라보았다. 우뚝우뚝 남자 내빈들이 뒷좌석과 왼쪽에 좌정하고 계셨고, 자그마한 선생님은 가운데 우측에 꽃을 장식한 낮은 단상에 앉아 계셨다. 예술관 강당에서 300여명이 바라보는 가운데 다소곳이 앉아 관중석을 곧게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세상을 다 포용이라도 하실 듯 다정한 어머니의 자태이기도 하다. 함께 참석한 문우는 선생님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야한다고 카메라를 들고 앞으로 가더니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한다.

강당으로 들어오던 때부터 뜨거워지던 마음이 눈시울을 적셔오기 시작한다. 선생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이셨다. 사십 여년 만에 다시 만난 지 불과 4개월 밖에 안 되었는데 오랜 세월을 함께 하기라도 했듯이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은 뜨거워져갔다. 문학에 대한 집념도 집념이려니와 지역의 이름없는 작은 동아리에 있는 옛날 꼬맹이 제자를 위해서 늦은 시간에 쓰러질 듯, 지친 모습으로도 와 주셨던 그 마음이 자꾸 헤아려지고, 작은 체구의 선생님이 당당하게 걸어오셨을 그 세월들이 존경스러워 가슴이 뜨거워진다.

  협성대학교 총장 임명장을 받으시고 취임사에서도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시고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학교가 발전하길 바란다고 하셨다. 이어서 “협성대학이 21세기 경쟁력있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경쟁력과 창의적 연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며 “이를 위해서는 창학이념의 세계화, 발전기금 조성을 통한 대학재정 선진화, 학생. 교직원의 경쟁력 제고, 지역사회와의 연계강화, 수익사업 등 과제를 추진한다”고 말씀하시며 학교의 비젼을 제시하셨다. 마지막으로 ‘연인 같은 총장’이 되겠다는 멋진 말씀으로 취임사를 끝내셨다.

피난시절 어린 선생님의 동화를 듣고, 돌봐주시던 준들이 보낸 화환
피난시절 어린 선생님의 동화를 듣고, 돌봐주시던 준들이 보낸 화환 ⓒ 이정우
조촐하고 간략하게 기독교식에 맞추어 취임식예배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기념촬영을 하느라고 단상으로 올랐다. 많은 사람들 앞에 둘러싸인 선생님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그냥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기념 촬영하는 일도 선생님께는 힘에 부치실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어서 와, 제자들도 찍어야지“ 하시며 멀찍이 서있는 우리들을 잊지 않고 찾아주신다.

 강당을 나오는 입구엔 많은 화환들이 놓여있었다. 문학회에서 보내드린 화환 옆에 가지런히 세워져있는 ‘충청북도 청원군 현도면 양지2리 노인회’에서 보낸 화환에 눈길이 갔다. 나의 담임을 하시던 그 때의 내 나이에 피난 시절 어려움을 그 곳에서 보내셨다는 글을 보았는데 그 고장에서 보낸 화환이 환하게 서 있었다. 아마도 나의 기억보다 더욱 아릿한 기억으로 축하하러 와 있을 그 분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일어설 무렵에야 선생님은 우리들 자리로 오셨다. 환히 웃는 선생님 손을 잡는데 참 따뜻하다. “나, 괜찮았니?"하시는 모습이 평범한 한 여인이셨다. 하지만 취임사에서 하신 말씀처럼 협성대학교뿐만 아니라 선생님을 아는 모두의 연인이 되심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하신다.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이어서도 아니고 시인이어서도 아니고 그 높은 총장님이어서도 아니고 수많은 저서를 내셔서도 아니고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지도자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헌금 2억원을 기탁해서도 아니다.

선생님 안에는 분명 입맛을 찾게 하는 신두리 모래벌판 꽃냉이 같이 삶을 고뇌하고 숭숭 뚤린 가슴에 신선하고 감칠맛나는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는 저력이 스며있기에 모두의 연인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시흥시민뉴스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협성대학교#총장#기독교#제자#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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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민뉴스에 기사를 20 건 올리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오마이 뉴스에도 올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올렸던 기사는 사진과 함께 했던 아이들의 체험학습이야기와 사는 이야기. 문학란에 올리는 시 등입니다. 이런 것 외에도 올해는 농촌의 사계절 변화하는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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