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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경천벽, 아래-성황당과 고사목
위-경천벽, 아래-성황당과 고사목 ⓒ 변종만
경천벽을 지나면 차량들이 가득 들어찬 넓은 주차장을 만난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날만 입구에서 4천원의 주차비를 받는다. 이곳에서 송태호 대장이 답사에 처음 참가한 사람을 소개했다. 사업차 청주에 머물다가 우연히 청주삼백리를 알게 되었고, 그것이 동기가 되어 훗날 서울에서 지역문화 사랑운동을 펼치려고 카페(서울구백리)까지 개설했다니 더 반갑다.

주차장 매점 앞에 그럴듯한 성황당과 키가 크고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가 있다. 성황당이 화양동 정비사업을 하기 전에는 이곳에 마을이 있었음을 알려주는데 돌무더기 옆에 있는 소나무가 관리부실로 몇 년 전에 고사목이 된 게 안타깝다.

주차장에서 화양2교까지는 녹음이 짙은 가로수들이 그늘터널을 만들었다. 상념에 젖어 천천히 걷다보면 운영담이 바라보이는 화양2교가 나타나고, 다리 아래로는 천렵 나온 어른들이 소주잔을 돌리며 여흥을 즐기고 있다.

제2곡 운영담은 맑은 물이 모여 소를 이루고 있어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 여름철에는 작은 댐으로 착각할 만큼 수량이 풍부하고, 적절히 조화를 이룬 노란색과 빨간색 단풍이 물에 비치는 가을철이 가장 아름답다.

위-운영담, 아래-하마소
위-운영담, 아래-하마소 ⓒ 변종만
운영담을 지나면 길가에 돌기둥이 마주보고 서있다. 하마소(下馬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부터는 누구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이 하마소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다.

우암이 벼슬을 떠나 화양서원에 머물 때 이곳 하마소를 지나던 흥선 대원군이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양서원의 유생들에게 봉변을 당한다. 후에 흥선대원군은 서원철폐령을 내려 서원들을 강제로 문 닫게 했고, 그때 철폐된 화양서원도 폐허상태로 있다가 요즘 복원공사를 마쳤다.

읍궁암
읍궁암 ⓒ 변종만
제3곡 읍궁암은 화양서원 앞 냇가에 있는데 암반 위에 구멍이 많은 희고 둥글넓적한 큰 바위다. 효종대왕이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41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자 우암이 매일 새벽 한양을 향하여 활처럼 엎드려 통곡하던 바위라 읍궁암이라 한다. 주변에 해독이 잘 안되는 비석들이 있는데 그 사이로 산딸기가 지천이다.

금사담과 암서재 주변 풍경
금사담과 암서재 주변 풍경 ⓒ 변종만
제4곡 금사담은 화양서원을 지나면 바로 만난다. 오랜 세월이 그랬을까? 사람들이 자연을 소홀히 다뤘을까? 맑고 깨끗한 물에 금싸라기 같은 모래가 있었다는 금사담은 모래가 유실되어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금사담 주변은 우암이 정계에서 은퇴한 후 반석위에 지은 충북유형문화재 제175호 암서재(巖棲齋)가 옆에 있어 화양구곡의 중심이 된다. 우암은 이곳에서 은거하며 학문을 닦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현재의 건물은 1986년에 중수되었다.

암서재 앞 냇가에서 물에 발을 담그고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암서재를 오가게 하던 냇가의 시설물이 사라졌다. 암서재에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있던 것을 생각하니 일부러 없앤 것 같다. 다른 사람들 편하게 해준다며 뜀 돌을 놓아주는 손길이 예쁘다.

곡예를 부리듯 요리조리 돌 사이를 건너뛰며 암서재로 갔다. 암서재에서 바라보는 계곡과 산의 풍경이 아름답다. 노송이 울창한 주위의 산, 길게 이어지는 계곡, 바위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 냇가에 있는 층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첨성대 풍경
첨성대 풍경 ⓒ 변종만
제5곡 첨성대는 화양3교 옆 도명산 기슭에 층암이 얽혀 대를 이루고 있다. 화양3교를 건너지 말고 우측의 도명산 등산로를 따라 산길로 가면 숲속에서 만난다. '암벽에 버려두어 못 쓰게 된 성터는 아무리 굽이가 많아도 반드시 동쪽으로 들어간다'는 뜻을 지닌 만절필동(萬折必東)이 크게 암각되어 있는데 충신의 절개는 꺾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는 뜻을 지닌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종의 글씨 ‘비례부동(非禮不動)’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는데 첨성대 정상까지 올라가며 눈을 밝혔지만 찾을 수 없어 안내판 설치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만절필동(萬折必東) 글자의 왼쪽에 사람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넓고 커 하늘로 가려면 꼭 통과해야 하는 통천문을 닮은 침니가 있다. 첨성대 정상에 오르면 꼭대기의 대형 층암 건너편으로 빼어난 경치 속에 묻혀 있는 고찰 채운사가 보이고 화양계곡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화양3교를 막 건너는 지점이 첨성대를 제대로 볼 수 있고 경치도 좋다. 이곳에서 보면 우뚝 치솟은 높이가 수십m이고 평평한 큰 바위가 첩첩이 겹치어 있다. 바위 꼭대기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어 첨성대라 했다는데 층암의 많은 부분을 잡목들이 가리고 있다.

위-능운대 글자와 마당바위, 아래-능운대
위-능운대 글자와 마당바위, 아래-능운대 ⓒ 변종만
제6곡 능운대는 화양3교를 지나면 만나는 가게에서 채운사 가는 방향의 마당 끝에 있다. 바위암벽이 잘 보이던 시절에는 크고 높은 바위가 구름을 뚫고 우뚝 솟은 것 같았다는데 무성한 나무들에 가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바로 앞에 ‘당신의공원을 깨끗히합시다’라고 써있는 안내판이 서있어 울화가 치밀게 한다.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은 불문하고 ‘깨끗히’를 ‘깨끗이’로 바꿀 것을 몇 년 전에 건의했는데도 그대로다. 몇 개월 전까지 있었던 능운대에 대한 안내판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무관심에 의해 방치되고 있는 시설물들을 보면서 국립공원 관리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

능운대를 더 알아보려면 채운사 방향의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조금 가다보면 만나는 민가 앞 너른 마당바위 끝이 능운대 정상이다. 그곳에 능운대를 알리는 글자가 희미하게 암각되어 있다.

와룡암 풍경
와룡암 풍경 ⓒ 변종만
제7곡 와룡암은 능운대에서 800여m 거리의 길가 바로 아래 시냇가에 있다. 옆으로 뻗혀 있는 암석의 생김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하고 그 길이가 열 길이나 되어 와룡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용의 꿈틀거림 때문일까? 와룡암 전체를 카메라에 담아내기가 어렵다.

위-시비와 구름다리, 아래-학소대
위-시비와 구름다리, 아래-학소대 ⓒ 변종만
제8곡은 화양구곡에 하나뿐인 구름다리 옆에 있는 학소대이다. 와룡암에서 냇가를 따라 동쪽으로 올라가면 도명산 등산로와 연결된 구름다리를 만난다. 다리 아래의 건너편 냇가에 기암절벽과 낙락장송이 오랜 세월의 풍상을 이겨내고 우뚝 서있는 학소대가 있다. 옛날에는 백학이 이곳에 집을 짓고 새끼를 쳤다하여 이름을 학소대라 하였다.

다리 난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돌에 ‘고심(搞心)’ 이라는 시가 써있다.

‘太古의 神秘를 안고/ 季節따라 몸단장하며/ 님 기다리는 道明山/ 나는 그녀가 뿜어주는/ 山香氣 개울바람 마시며/ 수정알 같은 냇물에 발담고 서서/ 그의 님 기다린다....’

시비 앞에서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꾸던 소년소녀 시절로 돌아가거나 구름다리 위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며 추억남기기를 하는 것도 좋다.

파천 풍경
파천 풍경 ⓒ 변종만
제9곡 파천은 학소대에서 길을 따라 송면 방향으로 가다 냇가로 내려가야 만난다. 파천은 화양구곡의 마지막 장소이자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절경지다. 오랜 풍상을 겪으며 씻기고 갈려 티 없는 옥반을 닮은 반석들이 개울 복판에 넓게 펼쳐지고, 그 위로 흐르는 물결이 마치 '용의 비늘을 꿰어 놓은 것'처럼 보여 파천이라 했다.

군데군데 덩그렇게 놓여있는 암석들이 계곡과 어우러져 산수경관이 아름다운 화양구곡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곳이다. 신선들이 이곳에서 술잔을 나누었다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화양구곡의 또 다른 풍경들
화양구곡의 또 다른 풍경들 ⓒ 변종만
냇가에 소주병이 보이고, 이끼들이 암반을 덮었고, 물속에서는 PT병과 신발이 거품과 함께 소용돌이 치고 있다. 자연의 소중함을 모르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화양구곡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게 안타깝다.

떠나기 전에 자연보호 활동을 했다. 잠깐 주웠는데 대형 쓰레기봉투가 가득 찼다. 청주삼백리 회원들에 의해 파천 주변이 깨끗해지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과 e조은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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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구곡#송시열#경천벽#읍궁암#금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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