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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톤레샵 호수, 빈민들과 베트남 난민들이 자리를 잡고 사는 곳인데 가난과 나라없는 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이들에게 줄 과자와 헌옷을 준비할 것을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 전향화
별 기대 없이 일상에 찌들어 지내다가 간 여행이었는데, 다녀온 지금은 너무 행복합니다. 일정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습니다.

직장생활과 가정주부 역할을 병행하며 정신없이 사는 아줌마들이 1년 동안 돈을 모아서 가게 된 여행이었는데, 여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일 밀리지 않게 해 놓고 가려는 욕심 때문에 약 2주를 정말 정신없이 보내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 찬란한 앙코르 문명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쁘레아 칸. 이 나무는 위로도 자라고 아래로도 자란다네요.
ⓒ 전향화
사전에 앙코르유적에 대한 공부도 못 하고 씨엡립 공항에 내리니 열대지방의 식물들로 장식된 조그만 공항부터 맘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제 얼굴은 점점 밝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아마도 이번 여행으로 빵빵하게 충전되어서 6개월은 넉넉히 버티지 않을까 합니다.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의 60, 7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번호판을 달지 않은 자동차,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것, 왼쪽에 있는 것, 한글이 그대로 적혀있는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포장되지 않은 도로와 그 주변 가게들은 흡사 70년대 영화 세트장을 보는 듯합니다. 중앙선이 있지만, 맘대로 오가는 뚝뚝이와 자동차들…. 모든 것이 정리 정돈이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릴 때 추억을 속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오토바이에 5명의 가족이 다닥다닥 붙어서 가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큰소리치며 살았던 60, 70년대의 가장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돼지를 오토바이에 누여 싣고 가는 모습은 정말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캄보디아에서는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첫날(6월 1일) 톤레샵 호수를 둘러보았는데,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셋이나 되는 꼬마들을 데리고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힘들게 보였습니다. 우리 일행은 엄마냐 누나냐를 논했지만 '설마 엄마겠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여행 중에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기 엄마도 볼 수 있었는데, 어린 아기 엄마 때문에 맘이 아팠습니다. 아마도 가난이 어린 엄마들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따쁘롬의 압살라무희의 방에 있는 압살라 무희들... 처음엔 오징어처럼 보이지만 자꾸 보면 매력적인 여인으로 보입니다
ⓒ 전향화
캄보디아에서 처음 본 것은 가난과 더운 날씨와 오징어처럼 춤추는 압살라무희들이었지만,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오히려 한국이 낯설어 보일 만큼 금세 정이 들어버렸습니다.

일행 중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캄보디아에 맘을 두고 와서 그렇다고…."

정말이지 그곳에서 수줍게 웃던 사람들에게, 볼수록 신비한 유적에, 맘을 두고 온 것 같습니다.

크메르 유적은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 봐도 현대의 건축물보다 아름답고 멋있었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경제적으로는 가난하지만, 훌륭한 문화 유적을 보고 있자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람들임을, 또 무한히 발전할 국가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시시각각 변하는 씨엡립의 하늘은 드라마틱 합니다
ⓒ 전향화
캄보디아에서 봤던 하늘은 정말 신비로웠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며 현지 가이드는 몇 시 즈음에 비가 올 것을 예측도 하더라고요. 구름이 모이기 시작하고 검게 변하면 비가 오기 시작하고, 비가 그치면 다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에게 큰 선물이 되고…. 특히나 해가 질 무렵 하늘은 캄보디아의 소승 불교 사원에서 봤던 꼬마 스님들의 주황색 승복처럼 산뜻합니다.

캄보디아는 유럽을 여행할 때보다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유럽 여행에서는 항상 "땡큐", "익스큐즈 미"를 달고 살아야 하는데, 그건 익숙지 않아 자칫 예의 없는 후진국 사람으로 보일까 봐 긴장했었기 때문이 아닐는지. 반면 캄보디아 사람들은 우리처럼 맘에는 있는데 표현은 잘못 하는 수줍은 모습이 참 편안했습니다.

▲ [왼쪽 사진] 앙코르와트의 계단.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무섭습니다. 네 발로 기어 신전에 겸손히 들어가라고 이렇게 만들었다네요. [오른쪽 사진] 바꽁사원에서. 엄마로 아내로 직장인으로 살다가 오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재충전하고 돌아왔습니다.
ⓒ 전향화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5번을 배낭여행 왔었다던 가이드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wonmintravel.com 싸이트에 여행에세이 코너에도 요약돼서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캄보디아, #씨엡립,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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