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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은 일본 경제가 버블경제의 종말로 장기침체를 겪은 10년을 말한다. 잃어버린 10년을 말하던 일본도 최근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이제 잃어버린 10년을 벗어나는 것 아닌가’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잃어버린 10년에 관한 논쟁이 있다. 지난 97년 말 정권교체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무엇을 얻었는지 차근차근 짚어봐야 할 것이다.

지난 97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바로 외환위기가 있었다. 39억달러 밖에 없어서 외채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나라가 망할 뻔’한 것이다. 나라가 ‘거덜난 것’ 아닌가? 대기업은 하루가 멀다하고 부도가 나고 부도가 난 기업의 종업원들은 실업자가 되고 가정이 붕괴돼 거리로 나와 노숙자가 되고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등 ‘거지국가’ 가 될 뻔한일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이라던 10년 후 2007년 39억달러이던 외환보유고는 2000억달러가 넘는다. 50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세계 4위권의 외환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이제 외환을 쌓아두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처를 모색하라는 국제 금융계의 압력까지 받고 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의 평균 경제성장률도 4.3%로 OECD 중 3위다. 그나마 외환위기 직후의 98년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을 제외하면 2위다.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사람들은 과거의 고속성장을 생각하면서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저성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계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4%대의 성장은 굉장한 고성장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외환위기 직후 6천달러로 ‘반토막’났던 것과 비교할 때 2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반토막난 것을 3배이상 불린 것이다. 이와관련해서 미국 유력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는 세계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2050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8만1천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말 그대로 ‘전망’이지만 골드만삭스가 우리 경제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지난 해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9%로 김영삼 정부 때 12.2%보다 높다. 외환위기가 있던 97년의 수출이 1362억달러였으니 10년만에 2배이상 증가한 것이다.

경제 뿐 아니라 정치도 10년 전보다 훨씬 깨끗해졌다. 10년 전만 해도 대선자금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건드리지 않는 일종의 ‘성역’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여야는 물론 대통령도 대선자금문제로 ‘대통령직’진퇴를 걸 정도로 10년 전보다 깨끗한 정치풍토가 됐다. 이제 정치인이나 정당이 부당한 자금으로 정치를 하다 밝혀지는 것은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으로 간주된다.

10년 전에는 대통령후보의 아들들이 병역을 마치지 않아 논란이 됐지만 이제는 정치인이 본인과 아들의 병역문제를 해결해야만 ‘대권’을 꿈꾸는 것은 상식선의 문제가 됐다. 또 10년 전에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를 짓밟는 경선불복이 판을 쳤지만 이제는 경선불복을 해서 성공할 수 없을 뿐더러 법적으로도 금지됐다. 그만큼 민주주의가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10년 전에는 북한 관련 문제가 나오면 ‘사재기 폭동’이 일어났지만 이제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국민들은 의연히 대처한다. 또 북핵위기도 타결국면이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도 큰 줄기에서 정치적 상황과 분리돼서 추진되고 있다. 한국민 중 노벨평화상 수상자도 나왔고 ‘세계 대통령’이라는 유엔사무총장에 반기문 장관이 선출된 것도 1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외환위기로 ‘반납’논란이 일었던 2002년 월드컵도 4강신화속에 성공적으로 치뤄냈다. 또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열풍이 불어 문화부문에서도 우리나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물론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양극화가 확대된 것이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비단 우리 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화로 인한 세계적인 문제다. 이 문제도 사회안전망 강화와 복지확대 등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처럼 지난 10년은 일부 야당과 언론의 주장대로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지적했듯 ‘되찾은 10년’이다. 무엇을 잃어버렸단 말인가? 양극화의 확대 속에서 사회적 약자나 빈곤층이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아픈 문제다. 하지만 10년 전 우리나라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 뻔하게 했던 전직대통령과 야당의 입에서 ‘잃어버린 10년’이 나오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렇게 보니 지난 10년동안 잃어버린 것은 야당의 ‘정권’ 뿐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10년’을 말할 때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할 것은 야당에 주문한다.

덧붙이는 글 | 오영철 기자는 한국정치와 현대사를 공부하는 대학생입니다.


태그:#외환위기, #성장율, #외환보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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