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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국정원은 돈의 흐름까지 지향해야 할 것이다. 돈의 흐름을 제대로 좇지 못하면, 국정원은 국가안보라는 최대의 임무를 결국 완수해 내지 못할 것이다.

현대의 전쟁터에서는 총알 대신 돈이 날아다니고 있다. 전쟁의 양상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보다도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국제적 투기펀드가 한번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나라들은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의 제국은 수많은 제후들을 거느렸지만, 미래의 제국은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을 거느리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다국적 기업을 많이 거느린 통치자가 진정한 황제가 될 것이다.

힘들게 군대를 동원해서 남의 나라를 빼앗는 일은 이제 어쩌면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겪고 있는 말도 못할 저 고난을 생각해 보면 그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가 돌아가는 원동력은 국부이고 그 국부를 지키는 것이 군대다. 군대를 격파한 다음에 국부를 빼앗으려는 것이 옛날의 전쟁이었다면, 군대를 건드리지 않고 곧바로 국부를 빼앗는 것이 현대의 전쟁이다. 그러므로 투기펀드가 동원되는 ‘경제전쟁’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일만큼이나 ‘경제적인 전쟁’인 것이다.

1997년 IMF 사태나 최근 론스타 사건 등에서 잘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돈의 흐름에 따라서는 한국 같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도 얼마든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한국보다 못한 나라들은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군사적 침투 같으면 아무리 새벽 야음을 이용해서 기습한다 해도 불과 몇 시간 만에 그 움직임이 포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기펀드를 이용한 경제적 침투의 경우에는 개전이 은밀하게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언제 종전되었는지도 제대로 알 길이 없다. 명확한 국경이 없으니 경계심이 그만큼 무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설령 사후에 포착한다 할지라도 외형상 민간 기업이 저지른 일을 놓고 군대를 동원해 제재를 가할 수도 없으니, 더욱 더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국제투기펀드에 의한 경제위기의 위험, 나아가서는 국가전복의 위험성마저 날로 증대하고 있는데, 국가정보원은 이러한 새로운 필요에 거의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국정원도 대테러·산업스파이·마약·밀수·국제금융사기·자금세탁·화폐위조 같은 국제범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또 그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스파이나 마약·밀수 등에 대응하는 수준으로는 날로 교묘해지고 위험해지는 현대 경제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산업스파이나 마약·밀수 등의 경우에는 범죄자 개인이나 범죄단체를 소탕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투기펀드에 국제적 노략질은 단순히 개인이나 기업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경제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한 사안이며 그 배후에는 강대국의 음흉한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설령 투기펀드가 겉으로는 민간 기업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할지라도, 그 기업을 매개로 한 국가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의 본질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정원이 국제투기펀드의 악의적 흐름으로부터 한국 경제를 보호하려면, 기존의 조직 체계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기존의 대북분야·국내분야·해외분야에서 해외분야를 특히 보강하거나 혹은 대북·국내·해외에 더해 경제전쟁 분야를 새롭게 추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동족인 북한에 의해 한국이 붕괴할 가능성보다도 외국 투기펀드에 의해 한국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상황에서, 대북분야는 하나의 분야로 독립시키면서 국제투기펀드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비중도 두지 않는다면 국정원을 균형 잡힌 조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안보의 차원에서 국정원은 국제투기펀드의 흐름뿐만 아니라 한국에 진입한 다국적 기업의 경제안보 저해행위를 감시함과 함께, 서울 시내 고층빌딩들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 자금들의 실체와 흐름에 대해서도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국정원은 외국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배후에서 그러한 흐름을 조정하거나 유도하는 강대국의 의도와 전략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근거로 ‘김정일 동정’이란 홈페이지 코너를 만들어, 별로 새로울 것도 또 유익할 것도 없는 북한 신문 베껴 쓰기에 시간을 소모하기보다는 차라리 ‘펀드 동정’에 보다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진정한 국가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날의 국정원이 예전보다 개선되고 있고 또 국제경제문제에 대해 일정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의 국정원은 분명 과거의 국정원과 다르다.

지금 단계에서 국정원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큰 안보 위험인 국제투기펀드의 악의적 흐름으로부터 한국의 경제안보를 지키는 일에 열정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외국의 자본시장을 두루 돌아다니거나 매일 아침 국제경제정보를 입수하면서 투기적 국제펀드의 흐름을 열심히 추적하고 그 정보를 정부 및 민간 부문에 제공해 주는 국가정보원. 그것이 현대 한국경제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국가정보원의 이미지가 될 것이다.

#국정원#투기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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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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