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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짝이 C받았는데 가족끼리 축하한다고 외식나갔대" 라는 아들의 말에 "그애는 멕시칸이잖아, 그 사람들은 그 성적 받아도 행복하지만 넌 니가 사는 사회에서 행복하려면 A를 받는게 좋아"라고 대답했다는 비디오가게 주인 정씨(45). 미국에 온지 벌써 20여 년이 넘은 정씨는 조금 더 설명을 해주었다.

"멕시칸들은 주로 수리나 정원일을 하기 때문에 학력이라기보다는 졸업장을 받는게 목표에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이른 오후에 퇴근하기 때문에 오후에 가족들과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행복하게 지내는거죠. 운동하고, 놀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삶을 사니까요. 근데 한인사회에서는 비교, 경쟁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의도하는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서로 의식하게되구요."

캘리포니아에 한인들이 주로 몰려있는 LA카운티, 오렌지카운티 등에는 학원이 유달리 눈에 띈다. 초등학교 과외, 중고등학교 내신 및 SAT 수업을 학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받은 교육과 지도외에도 학원에서 보충을 하고있다. 학원비는 적게는 $400에서 그 이상이 보편적이다. 비단 한국인이라서 사교육에 열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학원 뿐 아니라 중국인 학원도 그 숫자가 많은 편인데, 중국인의 교육열 또한 매우 높기 때문이다.

몇년사이 미국의 교육이 달라졌다. 미국 원주민이 많은 지역에는 차이가 있지만, 교육의 수준이라든가 학교간의 교육평가와 같은 교육기관의 평가와 질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학원을 방문해서 느꼈던 가장 큰 차이는 수학교육이었다. 한국에서 배운 수학으로 미국에서 월반까지 했을정도로 한국수학교육이 확실히 앞서있었던 시절을 기억한다면, 지금 미국에 오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은 걱정없다"라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영어를 접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수학마저도 아이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있다.

미국 공교육이 이해위주로 아이들에게 내재된 실력을 쌓아준다는 의견도 지역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LA카운티의 한 초등학교는 New commer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처음와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쳐준다. 다른 지역에 배정된 아이들도 영어가 안되는 경우 이 학교에 와서 최대 1년동안 영어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가정에서 불편이 호소되기 시작했다. 담당하는 선생님이 "미국선생님스럽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선생님이 너무 무뚝뚝하고, 애들을 차별해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으로 New Commer프로그램에 다니는 중인데 선생님이 중국사람이라 그런것 같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미국인 선생님은 아이들한테 칭찬도 참 많이 해주는데 여기서 배운 동양인 선생님인데도 좀 다르긴하네요."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선생님이 중국인이라 중국아이들은 수월하게 배우는 반면 한국, 일본, 베트남 등 타국의 아이들은 영어 외의 수업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겠지만 표현력이 부족한것 같다"라는 같은 반 4학년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가 수학의 개념을 영어로 듣다보니 이해가 더 늦어진다고 본과정을 따라갈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한다.

이런 학부모들이 찾은 해결책은 바로 학원. 아이들을 오후에 픽업해주고 부모님의 퇴근시간무렵인 저녁 6시까지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제서야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고 부모들은 경제적인 부담이 있지만 마음은 편하다고 고백한다.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투자해야하는 비용은 한국에서와의 경제적 차이를 고려하면 절대 적은 비용이 아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선생님은 유학생들을 다섯명정도 홈스테이하며 돌보고있다.

"미국학교들도 학교 순위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뒤쳐지는 애들을 다 받아줄 수 없어요. 앞서 가는 애들 위주로 우선 앞서가게 하고 다른 애들은 집에서 더 봐주는게 좋죠. 학교에서 해주기만 기다리면 교육시키기가 더 힘들어져요. 집에서 수학도 더 봐주고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면 더 좋죠. 하지만 교육자가 아닌 가정주부들이 하기엔 영어와 함께 가르쳐야 하니까 힘든일이에요."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가고자하는 목표부터가 다르고 부모들도 세상을 보는 관점이 때문에 학교에서 공부하고 집에 오면 운동하고 일찍 자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한국인 및 아시아인들은 그 부모가 자기 나라의 경험을 토대로 자랐기 대문에 그것을 기억하고 아이들을 교육시킨다.

어느 방법이 잘되고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한인의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지금은, 단지 "미국에 왔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따르는 교육과정, 교육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지는 않는다. 미국에 와서도 미국 교육이 아닌 한국교육의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길을 선택하는가는 부모와 자녀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민#교육#미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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