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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시위'와 '알몸시위'. 9개월간의 천막농성.

지난 몇달간 동안 전국에서는 공공기관과 대학 등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농성이 잇따랐다.청소 업무를 외주 용역화하면서 고용이 불안정해져 나타난 현상이다. 3월 7일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청소 노동자들이 '알몸'으로 본관에서 농성을 벌였고, 같은 날 광주광역시청 노동자들 역시 면담을 요구하며 '속옷' 농성을 벌였다.

'외주용역화 → 노조 설립 → 도급계약 업체 변경 → 계약해지'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처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경기대학교·경주 동국대·원광대병원·전북도청 등에서 농성 등 상황이 벌어졌다.

고용승계 권한도, 책임도 없다?... 인천시의회, 근로기준법·고용승계 의무화

▲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거리 투쟁'이 잇따르고 있다. 외주용역화에 따른 고용불안이 원인이다(자료 사진).
ⓒ 광주드림 임문철
노동자들이 외주용역화 중단과 고용계승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거나, '부당해고'에 오랫동안 저항한 끝에 원직 복직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고용승계 등에 대해 '법적 권한도 책임도 없다'던 원청이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8명의 노동자들은 복직이 합의됐다. 해고 80여일이 된 5월 9일 울산지역연대노조·울산과학대·기존 용역업체인 한영 등 3자는 '해고 조합원 8명을 6월 1일자로 고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도급계약이 만료되고 타 업체와 계약할 경우 고용승계를 담보한다 ▲이 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소송은 즉시 취하한다 ▲고용보장을 위해 신축 체육관에 조합원을 우선 배치한다는 것 등을 합의했다.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해고된 전북도청 청소 용역 노동자 14명은 9개월 동안 도청사 앞 천막농성을 벌인 끝에 용역업체와 ▲전원 복직 ▲고용승계 ▲노조활동 인정 등에 합의했다. 전북도는 중재만 했고 '용역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보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광주시처럼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조차 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 광주시 역시 지난 2003년 12월 장애인복지관 수탁자를 공모하면서 '위탁조건'에 복지관 종사자 고용승계를 자격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청소용역 노동자에 대해서는 지난 1년여 동안 면담 요청은 물론 3월 8일 기존 업체와의 계약만료 이후에도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맞상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기존 시청 용역 노동자들은 90여일 가까이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집회 등을 지속하고 있어 타 지자체 등과 대조적이다.

자체 행정행위도 부정하는 광주시 "인천의 잘못된 것을 따라해?"

▲ 인천광역시의회 등은 외주 용역 업체 변경 시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있다. 광주시 역시 지난 2003년 장애인복지관 수탁 공고시 고용승계를 계약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시청사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요구에 대해서는 "떼를 쓰고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임우진 행정부시장이 3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 광주드림 임문철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관련 공공기관의 역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인천시의회의 경우다. 인천시의회는 계약 특수조건에 고용승계는 물론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구체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인천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만 본다면 광주시의 애기가 맞지만 우리는 고용안정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인천시와 구청에서도 우리와 같은 특수조건을 도급 계약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지금도 "법대로"만 외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광주시 회계과 담당계장은 "인천시의회의 경우 법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서 "잘못된 것을 따라갈 순 없다"고 일축했다.

이 담당계장은 2003년 장애인복지관 수탁 공고에서 고용승계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그건 다른 경우"라고 해명하고 "다른 곳에 취업을 알선해 준다고 해도 (그들은) 자꾸 시청만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시청 스스로 한 행정행위에 대해 "상황이 다르다"며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 노동계에서는 "장애인복지관의 경우 위탁업체의 비리 등이 불거진 상황이 달랐을 뿐"이라며 "단체장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고 비판했다.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광주시청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투쟁 때문에 투자가 유치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박광태 시장의 사고는 반노동적"이라면서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인데, 박 시장이 오기를 부리고 있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석행 위원장과 박광태 시장 면담... 그러나 진전 없어

지난달 15일 전국투어를 벌이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광태 광주시장은 시청사에서 면담했다. 청소용역 노동자 문제 해결도 기대됐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광주시 관계자는 "전체적인 노사 관계에 대해 대화하자는 것이었으며 그것(청소 용역 노동자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떼만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욱 전국공공서비스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전국의 여러 사례에서 공공기관의 장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면서 "박 시장은 아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전남도대·인천시의회, 고용승계 등 못 박아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공공기관의 법 적용과 해석 태도를 비꼬는 말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편의주의적 법 적용 대신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서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할 경우, "권한과 책임이 없다"던 일도 실제로는 할 수 있다.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관련한 고용승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광주시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따라할 수는 없다"고 밝힌 사항을 과거의 광주시는 물론 타 행정기관에서는 이미 실시하고 있다.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사태의 경우 지난 5월 울산지역연대노조·울산과학대·기존 용역업체 3자가 해고 노동자 복직은 물론 고용승계 등도 합의했다.

이들은 ▲도급계약이 만료되고 타 업체와 계약할 경우 고용승계를 담보한다 ▲이 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소는 즉시 취하한다 ▲고용보장을 위해 신축 체육관에 조합원을 우선 배치한다는 것 등을 합의했다.

전북의 경우 지난 3월, 9개월에 걸친 천막농성 끝에 ▲전원 복직 ▲고용승계 ▲노조활동 인정 등에 합의했다. 전북도에서는 중재만 했을 뿐이며 '용역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보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공공기관이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응했고 중재에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인천시의회는 2007년 청소업무 수탁 공고 및 계약서에 계약 특수조건으로 ▲근로조건법 등 관계법령준수 ▲적정 임금 지급 등과 더불어 "업체 변경 시 본인이 희망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을 시 계속 근무시켜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에 앞서 전남도는 지난해 8월 장애인복지관 위탁자 공고에서 '종사자 확보'와 관련, "시설장과 사무국장을 제외한 종사원은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광주 서구청 역시 지난해 10월 '재활용품 및 대형폐기물 처리사무' 수탁자 모집공고에서 '참가자격'에 "현 수탁업체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계약서에는 "수탁업체는 고용 및 노사 단체협약을 승계하고 임금 계약준수제 등 구에서 제시한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광주시#청소 용역 노동자#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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