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접시에 담긴 녹두 빈대떡 - 이만한 양으로 두 접시를 부쳤음
접시에 담긴 녹두 빈대떡 - 이만한 양으로 두 접시를 부쳤음 ⓒ 구은희

오늘은 큰 맘먹고 다음 얼마 동안 먹을 녹두 빈대떡을 부치는 날이다. 미국에서 녹두 빈대떡을 집에서 해먹는 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녹두를 불려서 가는 일은 남편의 몫이다. 나는 편하게 인스턴트로 되어 있는 부침가루로 하자고 했지만, 남편은 끝끝내 깐 녹두를 사다가 물에 불리고 그것을 믹서기에 갈아서 만들자고 우겼다. 그렇게 한 번 우긴 덕분에 녹두를 불려서 녹두 반죽을 만드는 것은 남편의 몫이 되고 말았다.

우선, 재료로는 남편이 만들어 놓은 녹두 반죽과 김치, 부추, 양파, 새송이버섯, 닭가슴살, 올리브유 등이고, 보통 돼지고기로 하는 다른 녹두 빈대떡과 달리, 여기에는 닭가슴살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고 워낙 닭가슴살이 다이어트 식품이고 녹두 또한 몸에 좋은 음식이라서 많이 먹어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살펴보면, 부추는 아는 지인이 직접 집 뒤뜰에서 키운 무공해 부추이고, 양파도 요세미티 근처에 사시는 지인이 사다 준 보라색 양파로서 건강식품이다. 새송이버섯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삼겹살이 먹고 싶을 때 삼겹살처럼 구워서 김치와 같이 먹으라고 권하고 싶은 좋은 재료인데, 다이어트에 돌입한 남편 덕택에 삼겹살 대신에 구워서 먹곤 하는 재료이다. 새송이버섯도 둥글둥글하게 떡국떡 모양으로 썰어 놓는다.

녹두 빈대떡 반죽-유기농 재료들로 만들어진 천연 반죽
녹두 빈대떡 반죽-유기농 재료들로 만들어진 천연 반죽 ⓒ 구은희
이렇게 준비된 재료들을 녹두 빈대떡 반죽에 넣고 잘 섞는다. 반죽이 모두 준비되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야 하는데, 보통 부엌 가스레인지 옆에 서서 빈대떡을 부치지만, 한 번 맘먹고 부치는 빈대떡의 양이 그야말로 몇 주 간 먹을 수 있는 양이라서 그렇게 서서 부치기는 정말 힘들다.

생각다 못해 팬케이크를 굽기 위해서 만들어진 전기 프라이팬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것을 사용하면 식탁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의 빈대떡을 부치기 쉽기 때문이다. 달구어진 전기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른다. 올리브유 또한 다른 기름보다 몸에 좋고, 다이어트 식품으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식용유를 사용하지 않고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한 쪽 면만 익은 상태의 빈대떡
한 쪽 면만 익은 상태의 빈대떡 ⓒ 구은희
이제 한 국자씩 떠서 모양을 만들어서 팬에 부치면 된다. 일반 프라이팬에는 한 번에 많아야 3쪽 내지 4쪽밖에 못 부치는데 이 팬케이크용 프라이팬에는 6쪽이 한꺼번에 들어간다.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한 쪽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져서 팬에서 떨어지게 되면 뒤집어서 꾹꾹 눌러가면서 부친다. 이때, 밑바닥이 다 익지 않았으면 붙어서 모양이 흐트러지게 되고, 잘 뒤집어지지 않는다. 또, 너무 늦게 뒤집으면 딱딱해져서 빈대떡의 맛을 내기 힘들다.

그렇게 양쪽이 모두 노릇노릇하게 익으면 접시에 옮겨 담는다. 오늘 부친 빈대떡이 큰 접시로 두 접시가 꽉 차게 나왔다. 이 정도면 3-4주는 실컷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하루에 2-3개씩 먹으니까 거의 한 달 가량은 넉넉히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부친 빈대떡들을 샌드위치백이나 용기에 담아서 냉동실에 보관하면 식사 때는 반찬으로, 입이 궁금할 때에는 간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노릇노릇하게 양쪽이 다 익은 프라이팬 위의 빈대떡
노릇노릇하게 양쪽이 다 익은 프라이팬 위의 빈대떡 ⓒ 구은희
오늘 만든 녹두빈대떡을 시식하는 남편의 흐뭇한 얼굴에서 사랑을 느끼고 차곡차곡 쌓여진 녹두빈대떡 접시에서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은 기쁨을 느끼게 된다. 역시, 녹두를 직접 갈아서 만들자고 했던 남편의 말을 듣기 잘한 것 같다. 훨씬 더 맛도 있고 영양가도 있으니까….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녹두빈대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