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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핼웨일 지음. 김종덕·허남혁·구준모 옮김. 시울 펴냄. 1만2000원
ⓒ 시울 출판사
사람들은 하루 세 끼의 밥을 먹는다.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 밥상에 놓인 음식들이 '어디에서 왔는가?'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로컬 푸드(Eat Here)>는 농민을 위한 책이 아니라 도시민을 위한 책이다. 소비자의 눈으로 밥상에 올린 농산물을 가려내자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만 한다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겁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발길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기업적 상업농, 대규모 농업이 아닌 소규모 가족농업, 다품종 소량 생산의 길로 가야 한다.

로컬 푸드(local food. 지역 먹거리)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한다. 흔히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생산물이 이동한 총거리를 따져야 한다. 예를 들면 경남 합천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서울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을 거쳐 다시 경남 합천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총 이동거리가 약 700km가 된다. 이런 경우 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농산물 유통의 대부분이 이렇게 되고 있다.

이런 엄청난 거리의 이동은 막대한 양의 화석 연료를 소모한다. 즉 목적지에 도착해 음식의 에너지로 제공되는 것보다 수 십 배나 더 많은 화석에너지를 운송과정에서 소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수익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가 아니라 유통과 판매를 하는 이들에게 더 많이 발생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 우리는 이익의 전부를 농민에게 돌아오게 할 수 없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농민운동'의 본질이 아닐까?

로컬 푸드 운동은 단순하게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만을 이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생산과 소비 모두가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게 하자는 것이다. 농민이 지역에서 술을 마시고, 상인이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하고, 자녀를 지역 학교에 다니게 하는 것이 모두 해당된다. 연구에 의하면 지역에서 1000원을 쓰면 그 지역에 2500원의 가치가 파생되지만, 대형 마트를 이용하면 1400원의 가치가 파생된다고 한다. 즉 지역경제 속에서는 두 배의 소득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다. 대형마트에 가면 모든 종류의 물품들을 다 살 수 있다. 그러나 편리함만을 생각하면 우리의 이웃, 우리 농촌이 죽어간다. 로컬 푸드 운동은 단순하게 나만 좋은 농산물을 먹자는 것이 아니다. 나는 좋은 농산물을 먹어서 좋고, 또한 우리 이웃, 우리 농촌을 살리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기에 더 좋은 것이다.

2011년이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량이 수도권에 몰려 살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먹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떨어져 살게 되고, 그에 따라 먹거리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의 연구에 의하면 2010년까지 아시아의 신흥 대도시로 들어오는 먹거리 트럭의 경우 자카르타 20만대, 상하이 36만대, 베이징 30만대가 매년 더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도시민들은 먹거리를 가까운 농촌에서 얻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농부가 필요하다. 쿠바의 경우 수도인 아바나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90%가 도시 내부 및 근교에서 생산된다. 밴쿠버와 보고타 시의 도시농민들은 볕이 잘 드는 옥상에서 과일과 채소를 기른다. 인도에서는 영양분이 풍부한 도시 하수의 늪지대에서 채소와 물고기를 기른다. 유엔의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약 8억 명이 도시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 한다.

도시에 산다고 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옥상에 화분을 두고 상추나 오이, 호박 고추 등을 직접 키워서 먹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로컬 푸드 운동이다.

로컬푸드 운동이란?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역 먹을거리 운동'(로컬 푸드 운동)이다. 뉴욕, 오슬로, 하와이 마우이, 나이로비, 카이로, 라다크 등이 대표적이며, 세계 곳곳에서 실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먹을거리 운동은 생산자와 인근지역의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며, 먹을거리의 지역생산과 지역소비가 이뤄지고, 지역의 필요에 의한 생산이 이뤄지며, 지역의 자연조건과 환경에 맞는 지역농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운동은 자유무역으로 대표되는 세계식량체계가 발생시키는 많은 문제점들을 해소해준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수천㎞ 이상 떨어지게 만드는 세계식량체계에서는 식량의 수송거리(푸드 마일·food mile)가 멀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증가시킨다.

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투입하는 비료와 농약으로 인해 환경과 식품안전을 해친다. 한편 시장의 논리가 지역이 생산하는 농산물 품목을 제한해 지역의 음식문화를 파괴하기도 한다.

로컬푸드 - 먹거리-농업-환경, 공존의 미학

브라이언 핼웨일 지음, 김종덕 외 옮김, 이후(2006)


#로컬푸드#먹을거리#지역농산물#도시농업#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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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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