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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나라에는 슬픔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물고기는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사실은 누선이 없어서 물고기가 눈물을 흘리지 않지만). 잡아먹거나 먹히는 살벌하고 냉정한 관계만 존재할 뿐이다. 자연에는 슬픔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슬픔’이란 것은 포유류에게만 존재하는 감정인가?

아픔이 있어야 슬픔도 느낄 수 있는 것인지, 그에 대해서는 ‘그렇다’ 또는 ‘아니다’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고기가 바늘에 걸렸을 때 바둥거리는 모습으로 보아 심한 통증을 느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하필이면 물고기에게 그토록 심한 고통을 주는 낚시를 취미로 갖느냐고 질책하는 투로 말할지 모른다. 그들의 생각처럼 실제로 물고기는 아픔을 느끼는 것일까?

슬픔이나 아픔이라는 것은 사람이나 포유류 등 생물체의 육체적, 심리적 반응이다. 몸으로 전달되는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뇌에서 받아 그것을 느끼고 곧바로 그 자극에 반응하는 기제에 의해 나타나는 ‘자극-반응’의 과정이다.

아픔도 경험을 통해 익히고 배우게 되며 여기에 심리적 아픔이 가해지면 통증의 정도는 더욱 커진다. 육체적 통증은 신경에서 전달되는 것으로, 통증을 인지할 수 있는 지각신경에 의해 아픔이 뇌에 전해지고 이것을 바탕으로 뇌는 어떤 행동을 지시한다. 그 명령은 운동신경에 전달되어 자극으로부터 피하려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행동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며, 이것은 뇌가 운동신경에 내린 명령의 결과이다.

이런 과정은 대뇌의 피질(皮質)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몸의 각 부분에서 전달되는 자극을 통합하고 그에 따른 명령을 내리는 중앙본부가 뇌의 피질부분이다.

그런데 물고기에게는 이 피질이 없다. 쉽게 말해 물고기의 뇌가 작고 뇌의 피질이 없는 까닭에 고통도 슬픔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자극과 아픔을 인간처럼 통제하고 관리하는 통제본부가 없으므로 물고기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입에 낚싯바늘이 걸려도 물고기는 아픔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탈출하려는 반응일 뿐이다. 우리네 인간처럼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물고기를 두둔하느라 낚시꾼을 매도하는 발언은 대신 낚시꾼만 아프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coe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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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및 중국 고대사 연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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